▲ 이정호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2011년 9월20일 밤 서울 강남 룸살롱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양문석씨는 방통위 규제를 받는 통신재벌 KT의 전무에게 수백만 원어치 술접대를 받았다.(한겨레 2011년 11월22일 1면) 그 자리엔 최종원 민주당 의원(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위원)도 함께했다. 국회 국정감사를 이틀 앞둔 시점이었다.

양씨는 90년대 후반 전국강사노조 위원장으로 민주노총 중집위원이었다. 성균관대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은 양 씨는 2001년 언론노조 정책위원을 시작으로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 등으로 일했다. 공공미디어연구소와 미디어스 창간도 그의 작품이다.

성균관대 동양철학(유학)과 재학 시절, 거리의 투사였던 양 씨 별명은 ‘0.5’다. 줄여서 ‘쩜오’다. 뜻은 두 가지다. ‘화염병을 0.5미터까지 근접해서 던진다’와 ‘소주 반 잔(0.5)만 마셔도 취한다.’ 그런 쩜오가 수백만 원대 술접대라니 놀라운 변신이었다.

한겨레가 술접대를 보도하자 당시 언론단체는 즉각 논평했다. 그가 사무총장으로 몸담았던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양씨에게 “책임 있는 처신을 촉구”했다. 이 단체 논평의 첫 문장은 “매우 실망스럽다”였다. 자기 조직이 배출한 사람의 난행이라면 “매우 미안하다”가 맞다. 언론노조도 “초심을 돌아보라”며 “자신의 초심을 증명할 방식과 시기를 깊이 숙고하기 바란다”고 논평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좀 더 분명하게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 수구기득권 세력의 부도덕성을 비판해 왔던 그 기준을 자신에게도 적용해 책임지는 선택”을 하라고 주문했다. ‘사퇴하라’는 소리였다. 그러나 양 씨는 사퇴하지 않고 버텼다. 양 씨는 술접대를 해명하면서 “(KT) 전무는 2009년 말부터 알게 된 선후배”라고 했다. 한국 사회 패거리 문화의 상징인 학연에 기댔다.

나는 2011년 12월 2일 이 지면에서 ‘2G 서비스 폐지와 양문석 방송통신위원’이란 제목으로 그를 비판했다.

다시 13년이 흐른 오늘, 그는 민주당 국회의원 후보로 ‘편법 대출’ 의혹의 중심에 섰다. 앞서 그는 2007년에 ‘미디어오늘’에 쓴 두 편의 글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그를 조리돌림 했고, 그는 봉화마을에 가서 엎드려 사죄했다. 양씨는 문제의 두 글을 ‘노(무현) 대통령의 적반하장’과 ‘노(무현) 대통령과 정통부의 매국질’이란 제목으로 2007년 2월과 4월에 썼다. 하나는 미국의 군산복합체 이익 극대화를 위한 전쟁놀이(이라크전)에 우리 군대 파병을, 또 하나는 참여정부가 한미FTA를 추진하면서 미국에게 ‘통신주권’을 팔아먹고 이를 시민사회에 숨긴 걸 비판한 글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찍은 사람 중에도 당시 참여정부의 이라크 파병과 한미FTA 추진에 반대한 이는 꽤 있었다. 표현이 과할 순 있겠지만, 이런 비판을 지금 와서 문제 삼는 것도 우습다. 그렇다고 봉화마을 가서 엎드린 양씨도 안타깝긴 마찬가지다.

586이 다 그런 건 아니다. 출세에 목을 맨 채 한동훈 같은 이에게 먹잇감으로 전락한 586은 극소수일 뿐이다. 586 대부분은 조용히 소시민으로 살아간다. 누워서 침 뱉는 두 거대 정당의 ‘누가 누가 더 밉상인지’ 대결하는 총선 캠페인을 똑똑히 지켜보면서.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leejh6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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