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학스 일본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 특임연구위원

우리나라의 최대의 문제 중 하나가 격차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세대, 서울과 지방의 격차 등등. 격차의 주된 지표가 임금 또는 소득인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상생 연대임금, 임금체계 개편 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한일 비교를 하다 보면, 임금격차보다 더 심한 것이 기업의 교육비 지원이다. 즉 학자금 제도의 유무와 지원액의 격차다.

일본은 대기업의 기업복지(복리후생)비가 1996년 종업원 1명당 평균 2만9천495엔을 피크로 그 이후 지속 감소해 2019년 2만4천125엔으로 피크 대비 81.8%에 불과하다. 기업복지의 주된 항목도 주택 관련이 약 50%를 차지하고 있는데, 그것은 전근자에 대한 주택지원이 주된 이유다. 주로 우리나라 대기업이 운용하고 있는 학자금 제도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우리나라의 대기업은 대부분 학자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학자금 제도는 과거 정부의 임금 가이드라인을 지켜야 하는 국영기업·공기업이 민간기업의 대폭적인 임금인상으로 생긴 직원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공기업의 임금인상 제약하에 실질임금을 보장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이해가 갔는데, 그 후 민간 대기업도 학자금 제도를 도입·운용해 오고 있다. 수업료는 대학이나 학과에 따라 다르지만, 높은 곳은 1년에 천만 원이 넘는다. 근로자의 평균 연봉의 약 4분의 1 수준이다. 미국 등 외국 유학의 경우에도 수업료를 지원하는 기업이 있는데 국내의 몇 배에 이른다.

학자금 제도는 현재 직원의 자녀교육을 지원하는 순기능보다 오히려 역기능이 크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의 저해, 근로의욕 저해, 학습 능력이 낮은 직원 자녀의 대학 진학, 그로 인한 당사자의 커리어 장애, 기업의 수업료 대납으로 대학 수업료 인상 요인 제공, 그로 인한 저소득 가정 자녀의 대학 진학 장애, 과도한 대기업 취업 지향 등 연봉 이상으로 우리나라 격차 문제의 상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자금 제도는 기업의 지불 능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국가가 강제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동 제도의 역기능을 해소하기 위해 학자금 제도가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격차해소세 도입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기업이 학자금으로 매년 지불하는 금액의 약 절반을 격차해소세로 납부받아 중소기업 저소득 계층의 자녀 수업료를 지원해 기업 규모 간 격차를 실질적으로 해소해 나가는 것이다. 격차해소세는 앞으로 임금·법인세·자산 등으로 확대해 우리나라 최대 문제인 격차를 해소해 나가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가계지출 중 월 교육비는 21만2천원이고 전체 가계지출에 차지하는 비율이 7.6%다. 교육비 중 정기교육에 들어가는 비중은 19.9%로 매우 적고, 학원·보습교육이 77.5%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또한 우리나라의 소득 5분위별 교육비 지출 비중(2023년 4분기)은 1분위 0.8%, 2분위 2.8%, 3분위 5.1%, 4분위 7.2%, 5분위 8.9%로 소득 계층별 격차가 매우 크다. 고소득층일수록 학원·보습교육에 많이 지출해 소득계층별 교육 격차 심화를 초래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학자금 제도는 이러한 학원·보습교육의 격차를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경우 가계지출 중에서 월 교육비는 6천590엔이고, 전체 가계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6%에 불과하다. 2명 이상 가구를 대상으로 한정하면 월 교육비는 1만448엔이고 전체 가계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6%인데, 그중 수업료(우리나라의 정기교육에 해당)가 교육비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5.2%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교과서·학습 참고교재 1.9%, 그리고 보습교육22.9%다.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교육비 부담이 두 배 이상 높고, 그 가운데서도 학원·보습교육 비중은 세 배 이상 높다. 학자금 제도가 이러한 정규교육이 아닌 학습·보습교육비를 높여 동 제도가 있는 대기업과 그렇지 않은 중소기업 간 직원 자녀의 교육격차를 심화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격차해소세 도입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 교육을 통한 격차의 대물림을 해소하고 교육자원의 효율적 재분배를 통해 인적자원의 효과적인 개발을 기대한다.

 

일본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 특임연구위원 (hs.oh362@jil.go.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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