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자문위원

22대 총선이 본격화되면서 지역별 특화 공약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눈여겨볼 대목은 지역 ‘수소경제’ 공약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구분 없이 상당한 지역에서 수소경제 공약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충북과 경남에서 ‘수소특화단지’를 공약했고 동해안 지역에 ‘수소도시벨트’ 공약, 강원에 ‘수소저장과 운송클러스터’ 공약을, 그리고 제주에 ‘수소차 테스트 베드 설치’를 약속했다.

한편 민주당 역시 충북에 ‘수소산업 인프라’를 약속했고 울산에는 ‘조선업 분야 수소연료선박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공약했다. 강원에도 ‘청정수소경제 생태계 기반구축’을 약속한 것은 국민의힘과 비슷하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은 전북에 ‘국가수소진흥기관’ 설립을 공약하는가 하면, 전남에는 ‘수소‧암모니아 국제거래소’를 만들고 ‘서남해안 그린수소 에너지 섬을 조성’하겠다고 공약했다.

물론 기존 지방정부들이 추진해오던 수소경제 계획을 수용한 측면도 있지만, 어쨌든 수소경제 공약이 지역경제를 살리면서 기후위기 대응도 할 수 있는 일종의 묘책처럼 유권자들에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총선에서 쏟아내는 수소공약들이 과연 지역경제와 기후대응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절묘한 대안인지는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

우선 “수소는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무탄소 청정에너지원”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제법 많다. 미디어에서도 이런 제목을 달아 기사를 내기도 했다. 확실히 수소는 우주에서 가장 풍부한 원소 중 하나다. 태우면 열에너지를 생산하는가 하면, 촉매(주로 값비싼 백금)가 있는 상태에서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해 전기 에너지를 만든다. 화석연료를 태울 때와 달리 이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발생하지 않으니 수소는 무조건 청정에너지원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수소는 자연에서 쉽게 구할 수 없다. 자연상태에서 수소는 홀로 존재하지 않고 물이나 탄화수소 같은 화합물 구성 원소로만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수소를 얻으려면 에너지를 투입해서 메탄 같은 탄화수소에서 수소를 강제로 떼어내거나, 물에서 수소를 전기분해로 분리해야 한다. 만약 천연가스 같은 탄화수소에서 수소를 얻으면(그레이수소)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그러니 수소를 사용할 때 온실가스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수소 자체를 생성할 때 이미 온실가스가 발생하니 기후대응에 도움이 안 된다. 문제는 현재 지방정부의 대부분 수소경제는 그레이수소의 활용을 전제로 한다는 것이다.

한편 전기분해로 물에서 수소를 얻는 경우도, 석탄화력발전에서 끌어온 전기를 사용한다면 역시 그린수소가 아니다. 따라서 아주 전형적으로 지역경제를 살리면서 기후대응도 하는 그린수소를 만들려면, 먼저 ①태양광이나 풍력 등에서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②재생에너지 전력으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얻으며, ③이렇게 얻은 그린수소를 태우든지 연료전지로 사용하든지, 또는 더 중요하게는 산업공정에 투입해야 한다. 문제는 이 공정을 모두 갖추어서 가까운 시간에 수소경제를 구현하는 공약들이 잘 안 보인다는 것이다.

문제가 하나 더 있다. 똑같은 용도라면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수소로 바꾸지 않고 그대로 배터리에 저장해서 전기차 등에 이용하는 것이 최선이다.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수소를 얻고 이를 다시 수소연료전지에 투입해 수소차에 활용하는 과정은, 에너지 변환 단계가 더 많고 당연히 그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이 발생해서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소차가 전기차보다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 늘 불리한 것이다.

그러면 수소는 어떤 경우에 활용하면 좋은가?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기후대응과 녹색전환 과정에서 “수소 말고 다른 대안이 없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이때 수소 사용을 권장한다. 어떤 경우인가? 첫째, 수소는 배터리가 하기 어려운 대규모 에너지의 장기 저장이 가능하므로, 재생에너지 잉여전력을 저장하는 시설로 활용될 수 있다. 둘째, 그린수소는 수송 분야보다는 산업공정(제철 환원제, 비료 원료 등)에서 활용도가 높을 수 있다.

그런데 충분한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 자체가 여전히 불확실한 우리나라는, 그린수소 생산 계획 자체가 불투명하거나 아예 장기적으로 호주 등지에서 수입할 예정이다. 그리고 응용 분야 역시 재생에너지 저장이나 산업공정에 초점이 있기보다는, 아직 수소차 등 수송 쪽에 치중해 있다. 이 점에서 보면 우리 수소경제는 실제보다 과잉되어 있을 뿐 아니라 방향까지 잘못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번 총선 공약에서 과잉되고 잘못 방향을 잡은 수소경제는 계속 재생산되고 있다.

녹색전환연구소 자문위원 (bkkim21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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