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석영 기자

쿠팡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배송업무를 하는 윤아무개씨는 최근 건강이 나빠져 나흘간 일을 쉬었다. 복귀한 윤씨를 기다리고 있는 건 대리점에서 청구한 수백만 원의 용차(대체인력과 차량) 비용이었다.

백업기사가 있기 때문에 CLS 택배기사는 ‘휴가 플렉스’를 즐긴다는 쿠팡측 홍보와 다른 현실이다. 이번 추석 연휴도 쿠팡 택배만 멈추지 않는다. 노동계는 택배기사들의 과로를 우려하며 추석 당일만이라도 휴식을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12일 택배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을 포함한 주요 택배사들은 추석 연휴 하루 전인 9월27일부터 10월2일까지 물류센터 가동을 중단한다. 2~3주 고강도 노동을 한 만큼 휴식을 보장한 것이다. 반면 CLS는 연휴 내내 물류센터를 가동한다고 공지했다.

쿠팡은 지난 8월14일 ‘택배 없는 날’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CLS 택배기사는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다’는 이유다. 쿠팡은 8월4일 보도자료를 통해 “퀵플렉스 대리점에는 위탁 규정에 따라 휴가자를 지원하는 백업 인력이 있다”며 “쿠팡은 1년 365일이 택배 없는 날”이라고 밝혔다. 쿠팡이 타사와 다른 ‘혁신’으로 강조한 부분이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백업기사는 없었고, 택배기사는 휴식을 위해 값비싼 용차비를 부담했다. 정직한물류 대리점 소속인 윤씨는 송파5캠프에서 근무하던 중 피로가 누적돼 건강이 악화했다. 대리점에 백업기사를 수차례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윤씨는 용차비를 부담할 테니 8월19~22일 4일간 쉬겠다고 했다.

대리점은 윤씨에게 용차비 260여만원을 청구했다. 물품 1건당 2천500원(기존 수수료 850원+용차비 1천650원)으로 용차비도 비쌌지만, 윤씨의 기존 업무(1회전)보다 많은 추가 업무(2회전)를 시키고 그에 따른 비용까지 청구했다. 대리점은 계약서를 근거로 들었다. 계약서에는 천재지변·전쟁 등 외 상황으로 대리점에게 피해를 입혔을시 모든 책임을 택배기사에게 돌리고 있다.

쿠팡이 홍보하는 백업기사는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선범 택배노조 정책국장은 “해당 대리점엔 100명 이상의 택배기사가 속해 있다. 대규모 대리점도 백업기사가 없는데 소규모 대리점은 어떻겠냐”며 “CLS는 10명 미만 소규모 대리점이 70% 이상”이라고 말했다.

윤씨는 “불공정 계약서와 용차 사용을 쿠팡은 알고도 묵과한 것인지, 몰랐다면 대리점 관리·감독은 하지 않는 것인지 묻고 싶다”며 “쿠팡의 무책임한 행태로 모든 피해를 기사들이 지고 있다”고 규탄했다.

추석 연휴에 쿠팡 물류센터만 가동되면서 물량 쏠림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원회·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서울 강남 CLS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의 이런 조치는 물량 쏠림에 따른 과로 위험을 높인다”며 “추석 당일이라도 제대로 쉴 수 있도록 조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CLS 관계자는 “타사와 달리 각 대리점이 퀵플렉서에게 용차 비용을 받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을 도입해서 운영 중이지만, 현행법상 대리점의 운영에 개입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연휴 동안 인센티브가 지급되기 때문에 연휴를 피해서 쉬고 연휴 기간에 업무를 희망하는 퀵플렉서들도 상당히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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