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호 국회부의장이 25일 오후 자신의 의사당 등원을 저지하기 위해 집안팎에 100명 이상 몰려든 한나라당 의원과 보좌진의 감시를 뚫고 집을 빠져나가 야당측을 허탈케 했다.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김 부의장이 `탈출'한 것도 모르고 있다가 자민련 정진석 의원이 오후 1시20분께 집밖으로 나가며 "김 부의장이 안보이네..."라고 혼잣말처럼 귀띔해주자 깜짝 놀라 최병렬 이부영 박주천 의원 등이 온 집안을 뒤졌으나 이미 김 부의장은 종적을 감춘 상태.
집안을 조사한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부엌과 맞닿은 다용도실 바깥쪽 방충망이 떼어져 있는 점으로 미뤄 김 부의장이 부억과 다용도실을 거쳐 허리께 높이 담장을 사이에 둔 식당건물쪽으로 빠져나갔을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김 부의장은 빠져나가기에 앞서 집밖에 있던 자민련 당직자와 보좌진이 오전 11시부터 1시간반동안 출입을 막는 한나라당 관계자들과 대문쪽에서 "들어가겠다", "안된다"고 실랑이를 벌이며 한나라당 관계자들의 시선을 끄는 사이 방충망을 뜯어내도록 하는 등 미리 탈출준비를 한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낮 12시30분쯤 자장면 등을 시켜 점심식사를 한 뒤 집안 거실에서 최병렬 강삼재 부총재, 박명환 박원홍 김문수 임태희 의원 등 10여명이 케이블 TV 골프채널을 시청하느라 김 부의장의 탈출을 눈치채지 못했다.
김 부의장은 탈출 직전 평상복 차림으로 마당과 별채를 오가며 식사를 하는n 한나라당 관계자들에게 "많이 들라"고 권하기도 하고 안방과 부엌 사이를 오가다 슬쩍 몸을 빼냈다.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한때 안방에 붙은 쪽방의 문이 잠겨 있는 것을 발견하고 열쇠공 2명을 불러 문을 따고 확인하기도 했다.
김 부의장의 잠적을 확인한 한나라당은 이재오 의원 등 소수의원과 보좌진만 남겨두고 국회로 철수했으나, 김 부의장의 탈출을 돕기 위해 김 부의장자택에 남아 있던 자민련 김학원 대변인을 계속 잡아둠으로써 민주당과 자민련의 강행처리시 의결정족수를 미달시키는 쪽으로 작전을 변경했다.
한편 한남동 의장공관에서 이만섭 의장의 등원을 막고 있던 한나라당 맹형규 의원 등은 김 부의장의 잠적 소식을 듣고 이 의장에게 "사회권을 넘겨줄 것이냐"고 물었고 이 의장은 "누구에게도 사회권을 주지 않고 국회 파국을 막겠다는 것이 내 뜻"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