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볕 아래 가만히 서 있는 것조차 힘든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낮 최고 기온 33도로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지난 6월19일, 코스트코 하남점 주차장에서 쇼핑카트 관리 업무를 하던 노동자 김동호씨(29세)가 정신을 잃고 쓰러져 사망했다. 김씨가 계산원에서 주차장 카트 관리로 업무가 바뀐 지 2주가 되던 날이다. 김씨의 최초 사망진단서에는 ‘폐색전증’만이 사망원인으로 기재됐다가 추가로 발급된 사망진단서에서 ‘온열에 의한 과도한 탈수’가 명시돼 사측의 산재은폐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씨는 사망 전 3일간 하루 평균 22킬로미터를 움직였다. 특히 사망 이틀 전에는 4만3천 보를 걸으며 1시간당 약 200대의 쇼핑카트를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트 주차장 공간은 환풍이 되지 않아 외부보다 온도가 더 높았지만 환풍기나 냉풍기가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았다. 3시간마다 15분씩 휴식시간이 주어졌지만, 근무인원이 적은 데다 물이 비치된 휴게실은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어 제대로 된 휴식이 어려웠다.
김씨의 장례식장을 찾은 코스트코 코리아 대표는 조문 뒤 직원들 앞에서 “(김씨에게) 원래 지병이 있지 않았느냐”는 취지로 말해 공분을 사고 있다. 그러나 김씨가 사망 두 달 전 받은 건강검진에서는 아무런 건강상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김씨의 죽음은 코스트코가 김씨에게 적절한 조치 없이 폭염 속 과로를 시키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산업재해다.
산업안전보건법은 고온에 의한 건강장해 등을 예방하기 위한 사업주의 조치의무를 규정하고(39조1항), 이를 위반해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처벌규정을 두고 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안전보건규칙)은 ‘사업주는 근로자가 폭염에 노출되는 장소에서 작업해 열사병 등의 질병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적절하게 휴식하도록 하는 등 근로자의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566조). 따라서 코스트코의 행위는 산업안전보건법상 보건조치의무 위반 치사죄에 해당한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가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안전·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확보할 의무를 위반해 산업재해로 사망자가 발생하게 한 경우 그 사업주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코스트코가 김씨의 죽음에 앞서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이행하지 않아 이러한 산재가 발생한 것은 아닌지 철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
폭염으로 인한 산재는 옥외와 옥내를 가리지 않고 일어난다. 건설현장의 노동자들은 폭염에 무방비로 노출돼 생명·안전을 위협받고 있다. 안전보건규칙은 폭염에 노출되는 옥외 장소에 그늘진 휴게 장소를 마련할 의무를 사업주에게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건설노조가 올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건설공사 현장에 휴게실이 없거나 너무 멀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응답이 24.9%에 달했다. 휴게실이 설치된 경우에도 인원에 비해 좁은 그늘만 있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많다. 폭염에도 작업을 중단하지 않고 일을 한다는 응답도 81.7%에 달했다.
헬멧이나 안전장비 착용으로 체온이 더 오르는 배달노동자들은 폭염에 일을 멈추기는커녕 타이레놀을 먹어 가며 일한다고 하소연한다. 라이더유니온은 폭염 속 배달노동자들의 안전한 노동환경 조성과 폭염특보 발효시 플랫폼 작업중지 명령, 기후실업급여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물류창고에서는 사업주가 옥내 작업환경에 대한 규제가 없다는 점을 악용해 폭염에도 냉방 설비를 설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매년 여름 폭염으로 산재가 발생하면 국회는 폭염대책을 담은 비슷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법안을 발의하나, 아직 제대로 된 결과물은 없다. 고온의 날씨에는 시간당 휴게시간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휴게시간을 온전히 보낼 휴게공간을 실질적으로 확보하도록 구체적 기준을 둬 강제해야 한다. 폭염경보 발령 시에는 작업중지가 의무적으로 이뤄지도록 작업중지권 행사 요건을 명확히 해야 한다. 모든 사람은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가진다. 따라서 일을 할 수 없는 환경에서 노동을 거부할 권리를 구체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