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선거운동 시비, 투표 조직 등 관건

이번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결정은 노동계 후보선출 방식에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이며 선거 결과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울산지역 노동운동 분위기를 활성화하고 후보선출과정에서의 잡음도 없앨 수 있는 방안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 98년 지방선거의 경우 현대자동차노조를 중심으로 정리해고 철폐라는 전반적인 쟁점이 형성돼 선거분위기와 투표에서 노동자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주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작년 화섬3사노조 총파업 이후 현장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고 전체적인 쟁점도 형성되지 않고 있어 이번 지방선거에서 조합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과제로 꼽혀왔다.


따라서 예비선거 형태의 조합원 총회를 통해 현장을 되살려 내고 이를 선거 승리까지 이어나가야 한다는 것이 민주노총의 주된 문제의식이다. 또한 민주노동당의 경우 이미 확정한 후보선출일정까지 바꾸며 민주노총의 제안을 수용한 것은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이번 선거에 소극적일 경우 선거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뿐만아니라 후보선출과정에서 지난 4.13 총선과 같은 분열과 갈등을 다시 반복하게 될 경우 조합원들의 정치불신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총투표 필요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이 단체장까지 후보선출을 제안하는 반면 민주노총이 기초의원까지 총투표를 확산하고자 하는 것도 후보선출과정에서의 잡음을 원천봉쇄하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이같은 총투표가 실시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먼저 현행 선거법을 어떻게 피해갈 수 있는가가 양측의 고민으로 남아있다. 특히 조합원과 당원의 합동총회는 현행 선거법 상 불법성 시비가 불가피하고 울산시 선관위도 이번 총투표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민주노동당 울산시지부 대의원대회에서도 합동총회라는 표현을 피하고 "당원 전체의 의사와 조합원 전체의 의사를 모아" 후보를 선정한다고 결의했다. 형식적으로도 민주노총 조합원 총투표를 먼저 실시하고 별도로 당원 총회를 개최하는 등 양측의 총회에 시차를 두고 투표결과의 합산 내역도 공개하지 않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두 번째 문제는 현실적으로 총투표가 얼마나 조직될 수 있는 가이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울산본부 이재인 정치위원장은 "가능한 최대한의 역량을 투입할 계획이며 중소사업장 조직화에는 별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관건은 현대중공업노조라고 할 수 있다.

4명의 구청장 후보를 선출하기 위해서는 주소지별 투표를 위해 조합원들의 주소지와 주민등록번호가 명시된 새로운 조합원 명부가 필요하며 기초의원까지 선출후보가 확대될 경우 보다 명확한 주소확보가 불가피하다. 특히 6만5,000 조합원 중 5만여명이 현대중공업노조와 현대자동차노조 울산공장 소속 조합원인 만큼 두 노조 조합원의 선거인 명부 확보와 투표 참여율이 조합원 총회의 성패에 주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소노조들의 경우 선거인 명부 작성에 별다른 어려움을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조합원 2만명 이상을 보유한 두 노조의 경우 수작업으로는 주소지 확보가 불가능해 회사측의 협조가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현대자동차노조는 이미 회사측에 조합원 주소와 주민등록번호가 등재된 조합원 명부를 요청한 상황이어서 명부 확보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대중공업노조는 그동안 회사의 노무관리방식을 봤을 때 회사측의 협조가능성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지난 몇 년간 조합원 총회를 개최하기도 어려울 만큼 강화된 현장통제가 이번 총투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민주노총이 총투표 기간을 13, 14일 이틀로 잡은 것도 현대중공업노조를 고려한 것이다. 민주노총은 또 총투표에 대한 사회적 여론을 환기시키고 울산 전역의 관심을 불어 모아 회사측을 압박하고 실무적 역량도 집중할 계획이다.

한편 기초의원까지 투표가 이뤄질 경우 컴퓨터를 이용한 전자개표방식으로 개표와 분석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투표용지를 고속으로 스캔받아 컴퓨터가 개표결과를 분석 집계하는 개표방식을 위해 프로그램 제작을 의뢰한 상태며 이같은 방식을 사용할 경우 기초의원까지 6만5,000명을 분류하는 데 하루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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