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채은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실업급여에 대한 공격은 낯설지 않다. 2년 전 고용노동부가 5년 동안 3회 이상 수급한 경우 실업급여를 감액하는 방침을 밝힌 데에 한국비정규노동센터와 여러 노동·시민단체가 반대 입장을 낸 바 있었다. 최근에는 실업급여를 두고 ‘시럽급여’라는 말이 나와 여성·청년들의 공분이 일었다. 정부와 국민의힘이 열었던 ‘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에서는 한 실업급여 담당자가 “여자분들, 계약기간 만료, 젊은 청년들은 이 기회에 쉬겠다고 옵니다. 실업급여를 받는 도중에 해외여행 가요”라며 여성과 청년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실업급여 수급자에 대한 비난은 닳고 닳게 많이 봤지만 특정 성별과 세대를 짚은 말은 처음이었다. 동시에 최근 실업급여를 받은 지인들이 생각났다. 실업급여를 받고 있는 동안 자신을 매도하는 것만 같은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지 궁금했다. 또 한 번이라도 실업급여를 받았다면 실업급여가 어떤 도움을 줬는지도 궁금했다. 그래서 친구 4명에게 짧은 서면 인터뷰를 해 봤다.

직업훈련 동안 생계를 이어 갈 수 있었던 생존급여

실업급여는 대체로 수입 공백을 메꾸기 위한 생활비로 쓰였다. C는 직장인일 때 넣었던 적금을 계속 넣었다. 실업급여를 받지 못했다면 중도해지하거나 이자 등의 손실을 입었을 수도 있었다. 청년희망적금 해지율이 23.7%, 10만원 미만 해지율이 49.2%인데 실업급여 수급 조건이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적금을 해지한 청년들이 있을 수 있겠다는 예측을 할 수 있다. B는 실업급여가 없었다면 바로 일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라 숙련이 많이 요구되지 않은 저임금 일자리를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A도 실업급여 덕분에 직업훈련을 충분히 하고서 안정적인 일자리에서 일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원래 같으면 계약직으로 전전해야 했는데, 2개월 쉬면서 기회가 닿아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었고 장기근속할 목표로 일하고 있습니다.”

밀린 문화생활 하는 게 못마땅한 건지

실업급여를 ‘시럽급여’로 지칭하고 여성·청년 노동자를 직접 언급한 것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A는 청년들이 실업급여를 받게 되는 과정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분노했다. “청년들이 얼마나 내몰리면 두 번 이상 받을까 고민하기는커녕 그렇게 말하는 것 보면 그냥 없애고 싶은 것 같다.” B는 실업급여 의의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업급여가 ‘시럽급여’가 되면 안 된다는 기본 가정이 불편했습니다. 정말 어려운 상황에서만 최소한의 보장만 해 줘야 한다는 주장은 안정적인 직장을 선택할 수 있는 여유를 빼앗는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C는 일하는 동안 하지 못했지만 실업급여로 여가를 즐길 수 있던 것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자격증 공부와 내일배움카드 등을 이용하며 누구보다 실업급여를 잘 활용했기에 실업급여에 대한 비판이 단편적이라고 말한다. “실업으로 인해 그동안 즐기지 못했던 여가를 즐긴 것은 맞지만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내일배움카드로 자격증 공부를 하면서 쏠쏠하게 활용했는데. 자격증 수업 들으러 새벽 5시반에 일어나서 인천에서 서울까지 가고 일본어도 시작했어요. 그러라고 고용보험 내는 것 아닌가요. 재취업 도와준다며!”

이들이 입을 모아 얘기하는 건 실업급여를 받고 싶어서 받는 사람은 없다는 거다. 학교를 졸업하고 당장에는 경력이 없다 보니 저숙련·저임금의 단기일자리에 갈 수밖에 없었다. 또 실업급여가 없었다면 숙련을 쌓을 시간도 없이 다시 저임금 일자리에 투입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실업급여를 받게 됐는지 봐야 한다. 그리고 실업급여를 어떻게 활용했는지도 알아야 한다. 여성·청년들은 계약직 일자리만 전전하다가 실업급여로 숙련과 직업훈련을 하며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았고 찾는 과정에 있다. 실업급여를 부정적 프레임에 가두고,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을 꿀이나 받아먹는 베짱이처럼 얘기하면서 실업급여의 하한액을 낮추고 단순 횟수를 줄이는 건 재정건정이나 부정수급 방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실업급여의 목적을 상실하는 것이다. 실업급여의 개선지점은 재정건전성이 아니라 실효성이다. 이들이 다시 저임금 일자리로 오지 않게 충분한 숙련 기간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실업급여 외에도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하게 기초적인 사회보장제도를 잘 갖추고 마구잡이로 만들어지는 계약직 일자리에도 적절한 대응이 필요할 것이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gs238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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