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오후 서울 정동1928아트센터에서 열린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위한 상생임금위원회 토론회 장소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노동자들의 피켓 시위를 지켜보고 있다. <정기훈 기자>

우리나라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하려면 정규직 해고규제 완화와 비정규직 보호 강화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고용노동부 상생임금위원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나왔다. 지난 2월 발족한 상생임금위는 노동시장 격차 해소를 위한 임금체계 개편 등을 논의하는 사회적 논의기구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이재열 서울대 교수(사회학)가 공동위원장을 맡고 노동부를 포함한 7개 관계부처 실장급이 참여해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근속이 노동시장 이중구조 주요 원인?”

상생임금위는 23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1928아트센터에서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17년 노동부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를 근거로 시간당 임금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분석한 결과 근속(25.4%)>산업×직업(23.6%)>사업체 규모(20.2%)순으로 나타났다며 근속에 따른 임금격차가 우리나라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근속 1년 미만 대비 근속 1이상~5년 이하의 평균임금 배율을 보면 2014년 기준 유럽연합(EU) 17개국 평균은 1.2배로 나타났지만 한국은 1.4배였다. EU 17개국은 근속 20년 이상~29년 이하 노동자가 근속 1년 미만 노동자보다 1.7배 많은 평균임금을 받는 데 비해 한국은 3.2배를 받았다.

근속에 따른 임금격차는 사업체 규모에 따른 임금격차 문제, 2차 노동시장에서 1차 노동시장으로의 이동이 활발하지 않은 문제들과 결합해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주요 문제로 지적됐다.

성재민 선임연구위원은 “이중노동시장 문제는 개인의 상향이동 통로가 막혀 문제”라며 “정규직 해고규제 완화와 비정규직 보호 강화를 맞물려서 개혁을 위한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것이 초기업 단위에서의 (대화) 지원 노력이 맞물릴 때 실질적으로 개선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초기업단위의 대화 지원 노력은 지난해 발족한 조선업 상생협의체처럼 기업 안 임금 결정 논의 틀을 벗어나 기업 공급망 안 초기업적 대화와 논의로 자원의 재분배를 이야기해야 한다는 의미다. 조선업 상생협의체 모델의 업종별 확산은 정부·여당이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책으로 이미 꺼내든 카드다.

차별시정제도 개선, 업종별 임금체계 수립 제안

권기섭 노동부 차관이 지난 3월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정책으로 꺼내든 차별시정제도 개선도 언급됐다.

김기선 충남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차별시정의) 비교대상 근로자 인정 범위를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에서 ‘과거에 동종·유사 업무에 종사했던 자’도 포함하는 한편, 이런 근로자가 없는 경우 ‘업무의 종류와 성격, 처우의 성질 등을 고려해 비교 가능한 것으로 판단되는 자’도 비교대상 근로자로 인정하자”고 제안했다. 덧붙여 임금 등 정보제공 청구권을 도입해 차별과 관련한 정보 투명성을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에 참여하는 권혁 부산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가 밝힌 현행 차별시정제도 개선 방향과 동일하다.

한 발 나아가 업종별 임금체계 수립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 교수는 “동일 업종 내 기업규모 간, 동일기업 내 고용형태별, 원·하청 간 임금격차 완화를 위해 업종별 임금체계를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석호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대부분 동의한다”면서도 “(정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정책은 주로 상층노동, 조직노동에 대한 노사관계를 개혁하겠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데, 이것이 이중구조 해소 효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고 비판했다. 한 사무총장은 “상층노동의 임금이나 소득을 삭감하거나 동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중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이중구조 밑바닥에 있는 연소득 3천만원 미만 노동자의 소득 또는 임금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