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과 세계

경기도교육청이 학교급식 위탁 허용 범위 확대를 추진해 도민과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엄격하게 제한해 온 위탁급식이 늘어나면 사실상 급식을 민영화해 학생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위탁운영 허용 범위 확대, 절차 간소화 추진

23일 경기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 학교비정규직노조 경기지부, 여성노조 경기지부)에 따르면 경기도교육청은 최근 경기도학교급식위원회에 도내 학교급식의 위탁 허용 범위를 확대하는 안건을 제출했다. 학교급식법상 “중식을 제외하고 불가피한 경우”에만 가능했던 위탁운영 범위에 중식을 포함하는 내용이 뼈대다.

학교급식법과 그 시행령은 학교급식에 관한 업무 위탁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학교급식은 학교장이 관리(직영급식)하도록 돼 있다. “학교급식의 위탁이 불가피한 경우”에만 교육감이 학교급식위원회 심의를 거쳐 위탁 업무 범위를 정할 수 있다.

학교급식위원회는 학교급식법에 따라 지역 학교급식에 관한 계획 등을 논의하고 심의·의결하는 최상위 기구다.

경기도학교급식위원회는 당초 조식·석식·주말·방학같이 예외적인 경우에만 경기도교육청의 승인을 거쳐 위탁운영을 허용해 왔다. 하지만 경기도교육청은 “코로나19 이후 조리인력 확보가 어렵다”며 중식도 위탁운영이 가능하도록 하는 안건을 제안했다. 이 안건이 통과되면 초·중등학교는 경기도교육청이 아닌 교육지원청의 승인만으로 중식까지 학교장이 위탁급식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위탁운영 범위를 중식까지 확대할 뿐 아니라 업무처리 절차도 간소화했다. 이 안건은 24일 최종심의될 예정이다.

경기도민·노동자 “학생 복지·안전 위협”
경기도교육청 “한시적 위탁 허용, 확대 아냐”

도민들과 연대회의는 이번 안건이 “학교급식 민영화 시도”라며 반발했다. 연대회의와 ‘학교급식정상화와 산업재해추방을 위한 경기도민대책위원회’는 안건 사전 심의기간인 지난 21일 오후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급식 민영화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교육공무직본부는 21일 성명을 내고 ”교육청이 이유로 대고 있는 인력 부족은 인력 충원으로 해결할 일이지 외부 업체에 떠넘겨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며 “’직영급식은 학생들의 복지 및 안전과도 직결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학교비정규직노조 경기지부 관계자는 “학교급식법에 ‘불가피한 경우’에만 위탁을 허용하는 데 교육청은 해석을 바꿔 합법화하려고 한다”며 “경기도민대책위와 함께 해당 문제에 대해 집회를 여는 등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매일노동뉴스>와 통화에서 “조리인력 결원으로 대체인력 확보가 어려울 때 한시적으로 위탁을 허용하는 안”이라며 “위탁급식을 확대하려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이번 안건이 통과될 경우 학교 급식현장에서 불법파견 소지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위탁운영이 시행되면 인력업체에서 파견한 조리실무사를 영양사가 관리·감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울산지법은 울산시교육청과 위탁업체 돌봄교사 간 파견근로 관계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위탁업체 소속 돌봄교사가 교육공무직 돌봄전담사와 동일하게 부장 교사·교감 등의 지휘·감독을 받아서다.

단체협약 위반 소지도 있다. 경기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와 경기도교육청이 체결한 단협에 따르면 조합원의 근무조건과 관련된 규칙의제 개정과 조합원의 근무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업무를 추진할 때에는 사전에 노동조합과 충분히 협의하도록 돼 있다. “도교육청은 기존의 업무가 외주화되지 않도록 노력한다. 단, 부득이하게 외주화하려고 할 경우 노동조합과 협의한다”는 문구도 있다. 하지만 경기도교육청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경기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와 사전협의하지 않았다. 연대회의 관계자는 “경기도교육청쪽은 사전협의를 위한 요청조차 노조에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남윤희·정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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