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상규 변호사(법률사무소 시대)

대구시 동구 건설현장에서 마루시공 노동자로 일하던 A(49)씨가 지난달 21일 현장 근처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고인은 약 4개월간 평일은 하루 12시간, 주말에는 10시간씩 주 80시간 가까이 일했다고 알려졌다. 주말이나 정해진 휴식일 없이 한 달에 하루나 이틀만 쉬었다.

마루시공은 입주가 임박한 시점에 공사가 시작돼 건설 공정 중에서도 공기가 1~2개월 정도로 짧다.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마루시공이 이렇게 ‘몰아치기 노동’의 전형이 된 근본 원인은 불법하도급 관행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마루시공 공정은 시행사-시공사-마루회사로 이어지는 하청구조에서 나아가 마루회사가 비용절감을 위해 다시 무면허업체에 불법하도급을 주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어떤 노동자는 마루회사에 일용직으로 일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업체를 통해 사업소득을 얻는 개인사업자로 돼 있었다. 대다수의 마루회사가 노동관계법의 규제를 피하려 노동자를 ‘일용직 근로소득세 납부자’와 ‘3.3% 사업소득세 납부자’로 처리하는 노무관리를 병행하기 때문이다. 건설현장에서 아침에는 노동자, 저녁에는 사업자라는 푸념이 나오는 이유이다.

사용자가 노동자를 개인사업자로 위장시키는 행태를 ‘가짜 3.3’라고 일컫는다. ‘3.3’은 사용자가 노동계약이 아닌 용역계약 등을 체결한 사람에게 원천징수하는 사업소득세율 3.3%를 의미한다. ‘가짜’ 3.3이라 부르는 이유는 ‘진짜 사업소득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사용자에게 노무를 제공하지만 마치 개인사업자와 같이 자율성을 가지는 존재로 위장된다.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해 노동을 제공하는 사람은 노동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사용자는 그로부터 발생하는 의무를 피할 수 있다. 사용자는 사회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되고, 퇴직금이나 최저임금, 근로기준법상 할증임금, 주휴수당 지급 의무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자유로운 해고와 장시간 노동도 가능해진다.

‘가짜 3.3’은 대구 마루시공 노동자 과로사 사건으로 드러난 건설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권리찾기유니온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가짜3.3 노동실태 연구조사’에 따르면 한국표준산업 분류 77개 업종 중 66개 업종에서 가짜 3.3이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응답자 중 31.7%가 어떠한 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은 채 3.3% 사업소득 공제가 이뤄졌다고 했다. 21.5%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했지만 계약서에 3.3% 공제라고 적혀 있다고 밝혔다. 절반 가까운 응답자가 채용공고·구직과정, 면접·계약체결시 까지는 근로소득세 미납부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5명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적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가짜 3.3’을 5명 미만 사업장 위장수단으로 삼는 사례도 다수 있다. 가령, 13명을 사용하는 사업장에서 4명만 사회보험을 신고하고, 나머지 노동자들은 가짜 3.3이나 아무런 흔적 없이 사용하는 ‘무자료’ 계약으로 처리하는 식이다.

앞서 마루회사가 무면허업체에 불법하도급을 준 것은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근로소득이 아닌 사업소득으로 신고한 것은 소득세법 위반, 고용·산재보험 미신고 역시 관련 법 위반으로 제재 대상이다. 이런 개별 법 위반 사실을 밝히는 역할을 해야 할 고용노동청 같은 관계기관의 소극 행정도 문제다. 하지만 가짜 3.3이 위법하다는 사업주들의 인식이 부족한 이유는 근본적으로 노동자를 노동자가 아닌 사람으로 둔갑시키는 행위 자체를 직접 제재할 방책이 없기 때문이다. 타인에게 노무를 제공하는 모든 사람을 원칙적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추정하는 ‘근로자성 입증책임 전환’을 입법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아가 노동법의 규제를 한 번에 피하려 노동계약을 비노동계약으로 위장시키는 행위 자체를 규제해야 한다는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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