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칼럼은 써야 하는데, 도대체 무엇을 써야 할지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포털뉴스를 검색하다가 고용노동부를 찾아들어갔더니 홈페이지 대문에 ‘노사부조리 신고센터’가 커다랗게 떠 있는 거였다. 이건 또 무언가. ‘사용자의 불법·부당노동행위 신고센터’라면 바로 알아보겠는데, ‘노사’라니 사용자 말고도 노동자·노동조합도 신고 대상으로 하겠으니 신고해 달라는 것인가. 노동자측의 무슨 행위를 신고해 달라는 것인지 읽어 봤다.

먼저 ‘노동조합 운영 및 회계투명성’이라는 제목 아래에는 노동조합이 조합원명부·재정서류 등을 사무소에 비치하지 않는 행위, 노동조합이 회계감사를 하지 않거나 감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행위. 노동조합이 결산 결과 등을 공표하지 않거나 열람을 거부하는 행위, 노조 임원 등이 조합 재정을 유용하거나 조합비를 부당하게 사용하는 행위 등을 신고하라 했다. 다음으로 ‘노동조합의 불법·부당행위’라는 제목 아래에는 근로자의 노조 조직·가입·탈퇴 등을 방해하는 행위, 노동조합 활동 과정에서 폭행·협박 등을 하는 행위, 고용세습·채용 강요 등 위법한 단체협약 체결을 강요하는 행위 등을 신고하라 하고 있었다. 이건 뭐야.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 대통령이 틈만 있으면 해 왔던 노조 때리기를 종합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 나라 노조들이 불법행위를 자행하고 있다고 엄단해야 한다면서 노사 법치주의를 부르짖어 왔는데, 노조의 불법행위라고 했던 것들을 신고 대상로 삼은 것이고, 여기에 특별히 노조 회계에 관한 것들이 커다란 비중을 두고 있다.

2. 노동부는 전례 없이 지난달 1일 조합원수 1천명 이상 단위노조와 연합단체 334곳을 대상으로 회계장부 관련 서류비치·보존 의무를 이행했는지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고, 이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크게 반발했지만 최종적으로는 해산된 노조 15곳을 제외한 최종 점검 대상 319곳 중 233곳(73.1%)이 자료를 제출하고, 86곳은 노동부가 요구한 회계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노동부는 지난 15일 제출하지 않은 노조 86곳에 과태료 부과 사전통지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는 노조 회계처리에 노조간부들의 횡령·배임 등 대단한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는 식으로 몰아가더니 급기야는 회계 문제 발생 여부를 불문하고 나라 전체 노조를 대상으로 일정 규모 이상이면 노동부에 회계자료를 제출하라고 명령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은 노조에 대해서 과태료 등 행정조치를 하겠다고 하고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노동조합은 행정관청이 요구하는 경우에는 결산 결과와 운영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고(27조), 그 “보고를 하지 않거나 허위의 보고를 한” 경우에는 500만원 이하 과태료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96조1항2호). 노동부는 이러한 노조법 규정들에 근거해서 이번 조치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법대로 보자면 행정관청은 어디까지나 노조의 결산 결과와 운영상황을 보고하도록 할 수 있는 것이지, 이번 노동부의 노조 회계 자료를 제출토록 한 것이 이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노동부가 요구한 노조 회계에 관한 자료는 노조의 결산 결과 및 운영상황에 관한 자료라고 볼 수 없다면 노조법 27조 위반으로 과태료처분 등을 한 것은 적법하지 않다. 이와 관련해 노조법 14조는 노동조합의 서류비치 등에 관해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를 포함하고 있다(1항5호). 이를 위반해서 그 서류를 비치하거나 보존하지 않은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96조1항1호). 혹시 이러한 노조법 규정에 근거해서 노동부가 이번 회계 자료에 관한 조치를 하는 것인가? 아니다. 노조법 14조는 노조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를 작성해서 비치해야 하는 곳은 노조의 주된 사무소라고 규정하고 있지 행정관청이라고 규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노조법 14조를 근거로 이번 회계자료에 관한 노동부의 행정조치, 즉 일정 규모 이상 일괄적으로 회계자료 제출을 명령하고 그 위반에 따른 과태료처분 등을 하는 것이 타당한 법적 근거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는지 매우 의문이다. 특별히 법치주의를 강조하면서 노사 법치주의를 부르짖은 윤석열 정부가 어떤 법적 근거로 이 같은 일을 벌이는 것인지 나는 의문이다.

3. 13일 민·당·정은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한 노조법 개정 논의를 했다고 언론에 보도됐다. 집권당인 국민의힘과 정부 관계자에 더해서 참석했다는 ‘민’이란 무엇일까. 그래서 기사를 자세히 읽어 봤다. 민간에선 회계사인 김경율 단장, 문성호 원주시청 공무원노조 사무국장, 김희성 강원대 교수, 배원기 홍익대 교수, 이승길 아주대 교수, 우해승 원주시청 공무원노조 위원장, 송시영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고 한다.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하는 자들은 분명히 아닌데, 윤석열 정부가 ‘친애’하는 민간인들이 참석했다는 것인가.

이 자리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윤 정부의 3대 개혁 중 노동개혁은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그중에서 회계의 투명성 강화는 가장 기본”이라고 강조해서 말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그동안 노조가 깜깜이로 또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회계 재정을 운용해 왔고, 사회적으로 이름 있는 노조도 조합이 횡령·배임 등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며 “당정은 조합원들과 근로자들의 알권리를 충분히 보장해 노조가 자주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는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방안과 근로자들의 노동권을 보호하는 거대 노조 괴롭힘 방지 방안을 논의해 조속한 시간 내 입법으로 발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노동조합 운영 공시제도를 도입하고 회계감사원의 자격을 직업적 관련성이 있는 자로 제한하는 등 노동조합의 투명성을 높이는 제도를 마련하고”, “노동조합의 폭행·협박 등을 통한 노조 탈퇴 방해 등 노동 3권 침해 행위를 법으로 금지하고, 부당한 금품을 요구하며 업무 거부 등 사용자에 대한 권리 침해 행위도 금지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러한 민·당·정의 논의를 보면 이 나라에서 노동조합은 횡령·배임 등이 판치고 소수노조를 괴롭히고 폭행·협박 등을 일삼는 집단으로 전제하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이 나라에서 노조 조합원 대다수가 가입돼 있는 노조들의 거의 대부분이 조합비를 횡령하고 배임한 것도 아니고, 타 노조를 괴롭히고 폭행과 협박을 일삼은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매도돼 자신들의 운영 활동을 규제하는 법 개정 논의에서 철저히 배제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 타령으로 살아온 나로서는, 이러한 전제와 매도에 입각한 노조법 개정 논의를 지켜보고 있자니 어째서 이 나라는 자꾸만 뒷걸음질인지 한숨만 나온다.

4. 노조 회계와 관련한 정부가 추진한다는 입법 내용에 관해서 위 이정식 장관의 말을 통해서 살펴보면 노동조합 운영 공시제도를 도입하고 회계감사원 자격을 회계사 등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이 중 노조 운영 공시제도의 도입이란 노동조합 회계 등 운영에 관하여 기업 공시제도 같은 것을 도입해 공시하겠다는 것인데, 도대체 왜 노동조합의 회계 등 운영을 국민 모두가 볼 수 있도록 공시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인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노조전임자 급여 등 운영비를 국민 세금으로 지원받아 운영하는 정부 공공기관도 아니고, 국민 일반이 주식 거래를 해야 하는 기업도 아닌 노동조합이 회계 등 운영을 공시해야 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논의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미 현행 노조법은 노동조합이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를 작성해서 비치하도록 하고 있고(14조1항5호), 노조 대표자는 회계연도마다 결산 결과와 운영상황을 공표하고 조합원의 요구가 있을 때는 이를 열람하게 하고 있다(26조). 여기에 더해 행정관청이 요구하면 결산 결과와 운영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27조). 이 정도로도 법은 충분하다. 만약 노조간부의 조합비 횡령이나 배임 등이 문제가 된다면 이는 얼마든지 노조법보다 훨씬 강력하게 형법상 범죄로 처벌할 수 있다. 굳이 필요하다면 노조 규약 등으로 노조 조합원이 노조 회계 및 운영 등에 관해 더 살필 수 있도록 적극 계도할 문제인 것이다. 혹시 위와 같은 법이 있어도 현실적으로 장부와 서류를 작성해 비치하지 않거나, 결산 결과와 운영상황을 공표하지 않고 조합원이 요구하는데도 열람하지 못하게 하는 노조가 있다는 것인가. 만약 그런 것이라면, 이는 법 개정을 논의할 것이 아니라 법을 제대로 집행할 문제인 것이다. 오늘 윤석열 정부에서 행하고 있는 노조 회계자료에 관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살펴보면 볼수록, 그것은 권력에 의한 노조 회계 감시, 노조 때리기로 보인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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