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포천에 사는 발달장애인 최장미(34)씨는 지난해에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사업에 참여했다. 그런데 올해 1~2월에는 실업자 신세였다. 경기도의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사업은 3월부터 10개월만 실시하기 때문이다.
“두 달 동안 일을 못하고 집에만 있었어요. 어머니가 아프셔서 금전적으로 도움을 드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많이 울기도 했어요. 자립하려면 정기적으로 월급이 들어와야 하는데 이 일자리가 너무 불안정해요.”
중증장애인의 고용불안은 단지 당사자의 생계위협에 그치지 않는다. 장애인과 가족들을 고립시키기도 한다.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일하는 한 중증장애인 노동자의 어머니는 “딸이 집에만 있으면 나도 집에서 집안일만 해야 한다”며 “딸이 일을 하고 있는 시간은 나를 위해서 쓸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기관에서 일하는 발달장애인 김찬미씨의 어머니 이분조씨는 “실업 상태에 있을 때 말도 행동도 금방 퇴보하는 것이 보인다”며 “장애인은 교육도 노동도 연속적이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곳곳에 고용불안 요소, 서울시 표적조사 의혹
2020년 7월 서울부터 시작한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사업의 고용안정성은 떨어진다. 올해 사업을 시행하는 지자체는 서울·경기·경남·전남·전북·강원뿐이다. 사업 확산은 더딘데, 그나마 사업을 하고 있는 곳도 고용불안을 겪고 있다.
이 사업은 정부 차원에서 제도화하지 않았다. 때문에 전액 지자체 예산으로 진행한다. 매년 수행기관을 선정하기 때문에 해가 바뀌면 일자리가 사라질 수도 있다. 전국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협회가 중증장애인일자리지원특별법 제정과 위탁기관 평가방식을 요구하는 이유다. 우수한 평가를 받은 위탁기관이 사업을 지속적으로 수행해 고용을 안정화하자는 취지다.
올해 서울시는 고용인원보다 수행기관이 더 많이 늘어 해당 기관에서 일하는 노동자수가 줄어들게 되는 문제도 있었다. 2월부터 각종 탈시설 사업을 조사하고 있는 서울시가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수행기관 15곳에 3년치 사업내용 제출을 요구하면서 시위와 캠페인 횟수를 확인했다. 해당 사업에 참여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겨냥한 표적조사라는 의혹도 있다. 노동자들은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경기도는 고용 기간 ‘10개월’뿐
사업 기간이 1년이 되지 않은 지자체들은 더 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경기도는 1년 중 10개월만 사업을 수행하기 때문에 최장미씨처럼 200여명의 노동자들이 실업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퇴직금을 받지 못한 것은 물론이다. 올해 경기도는 65억여원을 들여 500명을 고용했다. 제3차 경기도 장애인 인권증진 기본계획에 따르면 2026년까지 1천명을 고용하고, 소요 예산도 점점 늘어날 계획이다. 이대로라면 해가 바뀔 때마다 2개월 동안 엄청난 실업자가 양산된다.
경기도는 사업절차상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예산 확정 후에 사업자 모집공고를 낼 수밖에 없고, 선정심사위원회와 지방보조금심의위원회의 심의 등 여러 절차를 밟다 보면 1월부터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행정안전부는 지방보조금 교부신청은 의회에서 예산이 편성된 이후에 해야 한다고 해석한다.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지방보조금법)이 지방보조금의 편성과 교부, 수행 등 일련의 순서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런데 서울·전남·전북은 같은 사업인데도 시행 기간이 1년이다. 서울은 2020년 7월 사업을 시작할 때 6개월로 시작했고, 지난해 전남과 전북은 각각 7개월, 6개월로 시작했다가 올해부터 1년 사업으로 바꿨다.
경기도나 행안부 주장처럼 사업을 시행하기 전에 여러 절차들을 거쳐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서울시는 절차 이행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했다. 예산 확정 전에 사업자 모집 공고를 내서 예산확정과 사업자 확정을 비슷한 시기에 시행한 것이다.
조미연 공익인권법재단 변호사는 “조문 편성 순서가 그러니까 따라야 한다는 것은 근거가 빈약하다”며 “법 취지를 고려하면, 반복 사업이고 시기 조절이 필요한 경우 공고를 먼저 하고 예산 편성 후 보조금관리위원회를 빠르게 열어서 교부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