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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간 교대로 야간에 일하다 돌연사한 신문사 윤전국 노동자가 법원에서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았다. 법원은 평균 업무시간이 만성적 과로 기준에 부족했지만, 납기를 준수해야 하는 업무 특성 등 업무부담 가중요인이 작용했다고 봤다.

30년 장기근속, 의식 잃은 채 발견
업무시간 기준 미달 이유로 산재 불승인

16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박정대 부장판사)는 경향신문 윤전국 직원 A(사망 당시 57세)씨의 어머니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공단은 지난달 말 항소한 상태다.

A씨는 1991년 경향신문 구로공장에 입사해 신문 역지 분리와 포장기·결속기 이상 유무 점검 등 업무를 맡았다. 격일제로 교대근무하며 평일에는 오후 3시에 출근해 다음날 오전 2시 또는 4시에 퇴근했다. 일요일의 경우 오후 4시부터 다음날 오후 2시까지 일했다. 하루 10~13시간씩 일한 셈이다.

A씨는 2020년 2월 사무실에서 엎드려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 판정을 받았다.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부검한 결과 명확한 사인은 불명이나 급성 심장사로 추정됐다. 유족이 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지만 거절됐다. 숨지기 전날 휴무인 데다 발병 전 일주일간 업무환경이 급격하게 바뀌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공단은 A씨의 발병 전 4주·12주간 주당 평균 업무시간을 각각 31시간4분과 26시간51분으로 계산했다. 고용노동부 고시에서 정한 ‘뇌심혈관 질병의 업무 관련성 평가기준’인 12주간 60시간 노동과 4주간 64시간 노동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또 교대근무와 소음이 업무상 가중요인에 해당한다고 보면서도 고혈압·흡연력 등 기저질환 악화가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A씨 어머니는 2021년 7월 소송을 냈다. 유족측은 “격일제 고정야간근무로 인해 주별로 업무시간 편차가 컸고 주별 근무일정을 예측하기 어려웠다”며 “근무시 80~90데시벨의 소음에 노출됐으며 정해진 납기대로 수행하지 않으면 안 되는 업무로서 정신적 긴장이 높았다”고 주장했다.

법원 “교대근무·소음·스트레스 복합 작용”
“업무환경에 내재된 위험요인 영향 끼쳐”

법원은 A씨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했다. A씨의 업무시간이 단기간의 업무부담 요인이나 만성적 과로요인 요건에 충족되지 않는다고 보면서도 ‘업무부담 가중요인’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법원 감정의 소견이 뒷받침됐다.

감정의는 “일간지 발행처에서 다음날 납기까지 일을 처리하지 않으면 발행이 어려워 납기를 지켜야 하는 업무에 종사해 정신적 긴장과 만성 스트레스를 유발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장기간 교대 야간근무와 유해한 작업환경,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 등을 고려할 때 상병 발병과 악화에 충분한 영향을 끼쳤다”고 봤다.

재판부도 급성 심장사의 위험요인이 있는 상태로 약 30년간 유해환경에 노출돼 직장에서 숨졌다고 인정했다. 고혈압이나 흡연력이 있더라도 다른 외부적 원인이 개입됐다고 볼 만한 정황이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내재된 위험요인이 업무환경에 따라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았다”고 해석했다.

유족을 대리한 김용준·김위정 변호사(법무법인 마중)는 “재해자의 업무시간이 만성과로 기준에 미달했지만, 주별 업무시간의 편차가 큰 교대제와 야간업무에 장시간 투입됐고 소음 같은 유해환경에 놓여 있었던 점 등 추가적인 업무부담 가중요인이 존재해 업무상 재해가 인정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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