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이상 일을 해 왔는데 아버지는 지병도 전혀 없으셨어요. (사고) 현장에 가 보고 싶다고 했는데 그것도 원청(현대삼호중공업)이 막아서 못 가 봤어요.”
지난달 12일 업무 중 쓰러진 뒤 끝내 사망한 현대삼호중공업 하청노동자 허아무개씨의 아들 A(37)씨의 하소연이다. 아버지 죽음에 관한 의문을 풀지 못한 고인의 아들 4명은 지난 6일부터 현대삼호중공업 앞에서 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시위를 하고 있다.
선박 표면에 페인트칠을 하기 전 철판의 녹이나 이물질을 제거하는 파워그라인더 작업을 하던 허아무개씨는 지난 25일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았다. 파워작업 중 공기를 공급해 주는 에어두건을 착용한 상태였다. 유가족은 에어두건에 에어를 공급하는 에어호스 등 작업장치의 문제로 공기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런데 회사쪽은 에어호스 등의 문제는 없었다고 본다.
A씨는 지난 10일 <매일노동뉴스>와 통화에서 “공인노무사 말에 따르면 아직 사고 인정이나 사과는 전혀 되고 있지 않다”며 “(아버지의 죽음이) 사고가 아니라 질병 (탓)이라고 얘기하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며 억울한 마음을 전했다.
건강하던 아버지가 갑자기 숨진 이유를 알기 위해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 된다는 A씨 막냇동생은 수술까지 미뤘다. A씨는 “어머니가 굉장히 힘들어 하고 계셔서, 저희가(아들 네명) 시위를 하고 있다”며 “막둥이는 수술받기로 한 날짜가 있었는데 그것도 미루고 시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저희 아버지 같은 피해자나 저희 가족들 같은 유가족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유가족쪽은 같은날 오전 고용노동부 목포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의 사망 이전에도 현대삼호중공업 내에서는 유사한 사고들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음에도 현대삼호중공업과 협력업체는 이번 사고를 개인 문제로만 간주하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위험성을 몰랐고 위험성이 밝혀지지 않았으니 책임도 없다는 논리”라고 비판했다. 이어 “노동부는 현대삼호중공업을 즉시 특별근로감독하라”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