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해 12월30일 대우조선해양을 하청노동자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갖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사용자로 인정하면서도 하청노동자의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리와 쟁의권을 부정하는 결정을 해 논란을 샀다. 9일 <매일노동뉴스>가 중노위 판정문을 살펴보니 중노위는 “중층적 노무제공관계에서의 사용자 외연을 노조법의 해석을 통해 확장하더라도, 노조법상 사용자 개념의 확정 문제가 아직 입법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소한에 머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정했다.
“전적으로 경제 종속, 실질적 지배력 인정”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지난해 4월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원청이 교섭에 응하지 않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제기했고, 경남지방노동위원회는 “원청이 교섭 당사자 지위에 있지 않다”며 기각했다. 반면 중노위는 지난해 12월 대우조선해양의 노조법상 사용자 지위를 인정해 교섭요구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판정했다. 하지만 원청이 하청 노조의 독자적인 단체교섭 당사자 지위를 보유하고 있지는 않다고 선을 그었다. 궁극적인 단체협약 체결 당사자의 지위는 근로계약을 맺은 사내하청사만 보유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특수고용직·하청노동자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CJ대한통운·현대제철 사건에 대한 결정처럼 중노위는 하청노동자에 대한 대우조선해양의 실질적 지배력을 인정했다. 중노위는 “사내하청 근로자들은 사내하청 협력사와 함께 전적으로 원청사용자에 경제적으로 종속되는 관계에 놓여져 있다”며 “노조법상 근로자의 지위에 준하는 관계가 사내하청 협력사를 매개로 원청사용자와 사내하청 근로자 사이에서도 형성됨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다수 사내하청사가 대우조선해양의 선박 건조를 위한 수급업무만을 수행하며, 전적으로 원청에 소득을 의존하는 점, 사내하청사 노동자 보수 및 계약내용도 원·하청 간 도급계약에 따라 결정되는 점 등이 판단에 영향을 줬다. 도급액은 임률단가와 시수를 곱해 결정되는데, 시수는 우월적 지배력을 가진 원청에 의해 사실상 결정된다고 봤다.
“원청, 사내협력사와 함께 하청 노조와 교섭할 의무만”
이번 판정에서 논란이 된 쟁점은 하청노동자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이 있는 원청의 교섭책임이 어디까지인가 였다.
중노위는 “근로자파견 관계와 달리 명문의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노조법상) 단체교섭 당사자 지위의 확대를 해석론으로 이끌어 내 원청사용자와 하청 노조 간 합의를 해도 (관련)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아 노조법 33조에서 규정하는 규범적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정했다. 그러면서 원청과 하청 노조 간 합의는 계약으로서의 효력만 있다고 못 박았다.
노조법 33조는 단협의 기준을 규정한 것으로 “단체협약에서 정한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기준에 위반하는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의 부문은 무효로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에 중노위는 “현재 입법체계와의 정합성을 유지하면서 실질적인 집단적 자치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관점에 입각한 구체적 교섭 방식은 ‘어느 정도의 사용종속관계’가 인정되는 제3자인 원청사용자가 근로계약 관계 당사자인 사내하청 협력사와 함께 사내하청 근로자들로 조직된 노조와 단체교섭에 임하는 방식이 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하청 노조의 궁극적인 단체협약 체결의 주체는 원청이 아닌 사내하청사로 봐야 한다는 중노위의 판단은 “대우조선해양이 정당한 이유 없이 지회의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은 것은 노조법 81조1항3호에 따른 부당노동행위지만,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은 것은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판정의 근거가 됐다.
“헌법 보장한 노동 3권 배척한 판정”
CJ대한통운 판결 전 나와, 행정소송서 뒤집힐 수도
조세화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 울산사무소)는 “다면적 노무제공관계가 확산하는 현실 속에서 실질적 지배력설의 의의를 인정하면서도, 기본적으로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는 직접 (근로)계약관계에 있는자에 한정된다는 사용자측 입장과 동일한 것 같다”며 “(2010년 대법원의) 현대중공업 판결이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 주체에 관한 판단으로 교섭상대방에 관한 것으로 확장할 수 없다는 (사용자쪽) 입장과 같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변호사는 “중노위의 입장은 교섭의 상대방인 사용자의 의미에 관해 법령상 명문의 근거도 없이 ‘등급화’한 셈”이라며 “이런 입장은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별다른 이유도 없이 분절적으로 이해하는 것으로 부당하다”고 꼬집었다.
사건을 대리한 최영주 공인노무사(금속노조 법률원 경남사무소)는 “대우조선해양이 하청 노조와 독자 단체교섭을 할 의무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교섭창구 단일화와 연동이 돼서 교섭요구사실공고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학습지 교사처럼 노조법상 근로자들이 많고, 이들의 (노동 3권이) 대법원 판례로 쌓여 있는데 가볍게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노무사는 “중노위가 판정문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헌법의 노동 3권은 구체적 권리”라며 “단체교섭권을 인정하면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않았을 때 절차를 거쳐 쟁의행위까지 가능하다고 하는 것이 헌법상 노동 3권인데 이를 근거 없이 배척했다”고 비판했다.
다만 해당 중노위 판정은 지난달 12일 서울행정법원의 CJ대한통운 판결이 있기 전으로, 행정법원에서 대우조선해양과 하청 노조가 다툴 경우 뒤집힐 가능성도 있다. 당시 서울행법은 CJ대한통운 원청의 택배노동자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인정하고, 노동 3권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음을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