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노조가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저지해 재판에 넘겨진 김주남 롯데면세점 대표가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법원은 임직원들이 노조의 상급단체 가입을 방해하는 취지로 발언한 부분과 노조간부를 본사로 전보한 행위는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법조계는 부당노동행위로 징역형이 선고된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민주노총 가입하면 전쟁” 임직원 윽박
서울중앙지법 형사6단독(강영재 판사)는 지난달 30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대표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당시 롯데면세점 임직원들은 벌금 500만~2천만원을 선고받았다. 검찰이 기소한 지 2년여 만의 1심 결론이다. 검찰과 김 대표는 지난 2일과 3일 각각 항소했다.
김 대표와 임직원들은 노조간부를 상대로 △상급단체 가입 저지 회유·종용 △소식지 배포 제지 △부당전보 △노조위원장 출입 차단 등 혐의를 받았다. 김 대표는 롯데면세점 지원부문장으로 재직하던 2018년 4월께 롯데면세점노조(위원장 김금주, 현 서비스일반노조 롯데면세점지회)가 서비스연맹에 가입하려 하자 HR팀장들과 함께 13차례에 걸쳐 노조간부들에게 상급단체 가입 저지를 회유·종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2007년 7월 기업별노조로 설립한 롯데면세점노조는 당시 상급단체 가입을 시도했다.
김 대표는 노조가 조합원을 상대로 ‘민주노총 가입 여부’ 설문조사를 진행하자 임직원들에게 “민주노총에 가입하지 말 것”을 회유하도록 지시했다. 이후 김 대표는 노조사무실에서 김금주 위원장에게 “민주노총에 가입할 것이냐. 전체 직원들의 의견을 물어봐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또 “대의원회에서 상급단체 가입을 결정할 것이냐. 대의원회 가서 큰일(민주노총 가입)을 저지르는 게 아니냐. 상급단체에 가입하지 않겠다고 확답해 달라”고 종용했다.김 대표의 지시를 받은 당시 HR팀장 역시 노조간부에게 “민주노총 가면 전쟁인데 그런 일은 없으면 좋겠다”며 “민주노총 가면 회사랑은 전쟁이야. 전쟁”이라고 윽박질렀다. 본점장도 대의원에게 “민주노총 가입과 관련해 반대를 찍어라. 민주노총 가입시 아무도 책임져줄 수 없다”고 했다.
‘회유·종용·부당전보’ 유죄 “부당노동행위”
법원은 상급단체 가입 관련 회유·종용 발언은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46페이지에 달하는 판결문을 통해 양형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시했다. 재판부는 “다른 것을 크게 보지 않더라도 피고인들의 발언은 롯데면세점노조가 민주노총이라는 상급단체에 가입하지 않거나 못하도록 하는 내용임이 매우 명확하다”며 “별다른 해석의 여지가 있는 것도 아니다”고 판시했다.
특히 민주노총 가입에 결정권을 가진 노조간부들에게 회유·종용이 이뤄진 점을 주목했다. 재판부는 “롯데면세점 노무 분야 임원인 김 대표와 실무 책임자 등이 한꺼번에 움직였다”며 “피고인 중 일부는 대화 내용을 외부에 유출하지 말 것을 명확히 요구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노조와 격의 없이 소통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김 대표측 주장도 일축했다. 재판부는 “민주노총 가입을 앞둔 시기에 가입하지 않도록 하는 확실한 목적을 지닌 채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평소 관계가 어떠했든지 간에 본질은 변할 수 없다”고 했다.
임직원들이 본점으로 전보명령을 한 점도 부당노동행위라고 봤다. 오랜 기간 현장직 업무를 했던 직원이 본사 부서에 사무직으로 근무하는 것은 근무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화해 큰 어려움으로 다가온다는 취지다. 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한 2018년 4월25일 이후 인적 구성이 크게 바뀐 점을 근거로 삼았다. 당시 노조간부를 맡았던 7명은 경력이 10~30년차로 길었는데, 이들 대부분이 본사로 발령났다.
법원 “징역형 선고 마땅” 법조계 “귀한 선례”
재판부는 김 대표의 책임이 크다고 봤다. 노무총괄 임원 지위에서 부당한 전보조치를 했으므로 징역형을 선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구체적인 지시와 관련한 자료가 부족해 실형을 선고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단서를 달았다. 소식지 배포 제지와 노조위원장 출입 차단 혐의도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1심 형량은 검찰 구형량(징역 1년6월)보다 낮다. 하지만 벌금형으로 그치지 않고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된 점은 이례적이라고 법조계는 평가한다. 노조법(90조)은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노조를 지원한 최종연 변호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우리 사회 어디에서 수없이 자행될 일이지만 이를 실제로 사건화하고 선례를 만들기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임직원들의 민주노총 가입 저지 발언을 표현의 자유로 인정하지 않고 분명히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한 것은 또 하나의 귀한 선례”라고 평가했다. 김금주 위원장은 <매일노동뉴스>와 통화에서 “형량 자체가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징역형이 선고된 것은 의미가 있다”며 “근로감독관이 불기소로 의견을 넘겨서 사실상 포기했는데, 검사가 5명을 기소해 그때부터 재판을 자세히 챙기게 돼 이러한 결과가 나온 듯하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