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을 두고 노사의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재계는 중대재해 감소 효과는 없이 혼선만을 초래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동계는 중대재해 예방 노력은 하지 않고 경영책임자 처벌 완화만 외치며 법률 무력화만 노리고 있다고 재계를 비판했다.
한국경총은 25일 ‘중대재해처벌법 수사 및 기소 사건을 통해 본 법률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보고서를 내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정부가 사고 발생 기업에 대해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했으나, 현재까지는 법 위반 입건 및 기소 실적이 많지 않다”며 “법률의 불명확성으로 인해 산업안전보건법과 달리 범죄혐의 입증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경총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동안 △수사 장기화 △대표이사만 수사 △중소기업만 기소 △위헌논란 지속 같은 4가지 지점에서 문제를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법 위반으로 검찰이 기소한 사건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11건이다. 이 중 10건은 중소기업·중소건설현장, 1건은 300명 이상의 중견기업이 대상이다. 경총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이 다 돼가지만, 중소기업은 여전히 인적·재정적 여력이 부족해 법적 의무를 완벽히 준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기업규모가 작을수록 사고 발생시 처벌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총은 경영책임자 형사처벌 조항 삭제, 원청의 책임 범위 명확화, 50명 미만 사업장 법 적용 시기 추가 유예 등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동계는 법 준수 이행 의지는 보이지 않고 무력화만 골몰했다며 재계의 지난 1년을 평가했다. 한국노총은 성명을 내고 “경영계는 중대재해처벌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고 법이 잘못됐다며 되돌리려고만 했고, 정부는 그런 사용자단체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허송세월하며 시간을 보냈다”며 “(경영계는) 처벌이 아닌 예방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예방 노력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정부에 대해서도 한국노총은 “일관된 입장으로 법을 집행해야 하는데도 정권이 바뀌자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꿨다”며 “법인에 과태료를 부여하는 것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제재 방식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재벌 대기업과 경총 등 재계는 중대재해 예방보다 경영책임자 처벌을 피하고자 형식적인 문서 작업에만 열을 올렸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등 시민·사회단체는 26일 오전 중대재해처벌법 완화 추진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전국 곳곳에서 개최한다. 같은 날 오후 삼표산업 중대재해 피해자를 추모하고 회사 대표이사 처벌을 촉구하는 문화제를 연다. 삼표산업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1호 사업장이지만 검찰은 아직 기소하지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