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진희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위원

‘현존하거나 계속되고 있는 차별을 제거 또는 과거에 행해진 고질적인 차별을 구제하기 위해, 그리고 미래에 발생 가능성이 있는 차별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나 절차’를 의미하는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ffirmative Action)는 1960년대 미국 사회에서 인종차별을 불식시키기 위해 시작된 반차별적 정책(anti-discrimination policy) 중 하나로 시작됐다. 특히 과거 차별에 대한 보상과 현재의 불평등 상황을 바로잡기 위한 수단으로 소수집단에 채용이나 승진·훈련 등에서 우선적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과잉대표된 특권 집단에 비해 과소대표된 소수집단의 상황을 개선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유럽연합 역시 1970년대 이후 노동시장 내 약자인 여성의 차별을 해소하려는 방안으로 적극적 고용개선조치가 시행되고 있으며, 캐나다와 호주 등 이미 많은 국가에서 소수집단 권익 보호를 위해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이처럼 차별 때문에 왜곡된 노동시장 구조를 바로잡아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게 하고, 실질적 성평등이 이뤄질 때까지 잠정적으로 소수집단 우대 조치를 하는 것은 서구 선진국의 주된 흐름으로 자리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을 근거로 2006년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제도가 도입됐다. 우리나라는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도입시 평등권 침해에 관련한 논쟁이 있었던 미국이나 유럽연합과 달리 별다른 이슈 없이 도입돼 시행됐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청년남성을 중심으로 반페미니즘 담론이 확산됨에 따라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에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그간 차별과 성불평등에 직면해 있던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적극적 고용개선조치를 향해 드러내는 반감에는 몇 가지 중요한 논쟁 지점이 존재한다. 특히 적극적 고용개선조치의 일환으로 시행되는 대다수 제도는 조치 중 하나에 불과한 ‘여성할당제’와 동의어로 취급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여성의 진입을 일정 비율로 제한하기 위한 한계를 설정하는 역할당제(reverse quota)임에도 오히려 ‘무능력한 여성’에게 ‘혜택’을 주는 ‘역차별적 조치’로 오해된다. 쉽게 말해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를 표방하는 여성할당제의 이면에는 역으로 여성이 너무 많이 진출하지 않도록, 혹은 못하도록 제한하는 차별적 속성도 내재하고 있음에도 조치 대상이 되지 않는 집단의 역차별적인 측면만 강조되고 있다. 실제로 자본시장법에 근거한 ‘여성이사 할당제’가 시행되고 있으나, 대다수 기업의 여성임원은 고작 ‘1명’으로 제한되고 있는 특징이 보인다. 게다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입학이나 채용·승진 등에서 우선권을 부여함에 따라 능력주의 원칙을 훼손하고, 능력이 부족한 여성을 ‘우대하는 조치’로만 인식되고 있어 오히려 부정적 인식만 커지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의 적극적 고용개선조치는 능력주의 원칙을 위배하고 역차별적이며 공정하지 못한 제도로 낙인찍혀 있다.

이런 배경에는 우리나라의 적극적 고용개선조치가 구조적 성차별 개선이라는 목적을 지니고 있음에도 도입 과정에서 ‘차별 개선 필요성’에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채 단순히 ‘양적 불균형’만을 문제시하면서 전개됐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다. 즉 여성의 양적 불균형만을 시정하기 위한 조치는 결국 남성을 역차별한다는 비난에 쉽게 노출되도록 만들었으며, 조치 대상이 되는 여성에게 낙인효과를 유발할 뿐 아니라 남성의 양적 과소대표 문제 역시 정책의 대상 범주로 포함하는 효과를 가져왔다(마경희, 2022). 무엇보다 성격차지수(GGI)·성별임금격차·유리천장지수 등 국제적으로 사회의 성평등 정도를 측정하는 거시적 지표가 여전히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성차별적임을 가리키고 있음에도 이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가 역차별 등 반페미니즘 담론에 의해 평가절하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적극적 고용개선조치가 구조적 성차별 개선을 위한 수단으로 작동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개선이 요구된다.

우선, 적극적 고용개선조치가 단순히 여성의 양적 확대만을 위한 제도가 아님을 인식시키고 구조적 성차별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라는 공감대 형성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여성의 과소대표성 문제가 본질적으로 어디서 기인하는지 면밀히 파악하고, 적극적 고용개선조치를 통해 개선하고자 하는 차별이 무엇인지 그리고 할당제나 목표제 이외에 어떠한 보완책이 필요한지 논의가 필요하다. 또한 지금과 같이 단기적 관점에서 양적확대에만 집중할 경우 역차별과 낙인효과를 피해 가기란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적극적 고용개선조치가 최종적으로 추구하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중장기적 관점의 계획수립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적극적 고용개선조치는 주로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경향을 보이는데 민간부문으로 확산을 위해서는 노동조합 차원의 강도 높은 대응이 요구된다. 적극적 고용개선조치가 적용되는 사업장의 노동조합은 조합원을 대상으로 적극적 고용개선조치가 역차별적 조치가 아닌, 구조적 성차별을 해소하는 방안임을 공감할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단체협약 등을 통해 조치에 대한 보완적 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위원 (jhjang8373@inoch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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