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전 12시, 적막한 사무실에 타자 소리만 가득하다. 화물연대 총파업 이후 두 번째, 6월에 있었던 총파업부터 하면 네 번째 영장실질심사다. 사건의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파업 참여 권유 및 파업 기간 운송 자제 목적 집회에 참석했다가 상차지에 출입하는 차량의 운전자에게 파업 참여 권유를 하거나 차량 앞을 가로막았다는 혐의다. 피의자인 화물운송 노동자들은 하나같이 뭐라도 해 보고 체포됐다면 억울하진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같은 지역에서 운송을 해서 서로 안면이 있는 처지에, 집회를 하는 동안만이라도 상차를 기다려달라는 정도의 부탁을 했을 뿐인데 구속영장청구서에 기재된 범죄사실은 무시무시하다. 피의자의 업무방해 행위로 하루 3억6천만원의 손해가 발생하고 있고, 운송차량 운전자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으며, 화물연대가 운송에 나선 운전자들을 겁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영장실질심사 재판에서 검사는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폭력적 언행으로 현장의 경찰관들이 얼마나 쩔쩔맸는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법질서에 적대적’이라거나 ‘집회로 인한 추가적인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피의자인 조합원을 구속해야 한다’거나 ‘화물연대에 엄정한 법질서를 보여줘야 한다’는, 구속사유가 될 수 없을뿐더러 민주국가 검사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서술도 서슴지 않는다. 변호인들은 정확하게 피의자가 한 행위와 화물연대에 대한 편견을 가려 내 피의자의 행위에 부합하는 책임만을 지게 해 줄 것을 재판부에 호소해야 했다.
실상은 어떨까. 일부 채증영상을 통해 확인한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집회 현장은 최소한의 집회·시위의 자유도 보장되지 않았다. 엄연히 정당한 집회신고를 낸 장소임에도 경찰은 무방비의 조합원들을 인도에서도 좁은 쪽으로 몰아붙였고, 파업 참여를 권유하려는 시도도 원천봉쇄했다. 경찰의 강경 대응에 화가 난 조합원들이 조금만 거세게 항의를 하거나 공장 출입문을 오가는 차량에 다가가기라도 하면 그 자리에서 연행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마이크를 쥔 조합원을 이 잡듯이 찾아내 출석요구 통지를 하고 있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현행법이 보장하고 있고 그 효과가 이제야 나타나기 시작한 안전운임제의 영구화 및 적용품목 확대를 위해 운전대를 놓고 길 위에 섰다. 안전운임제를 흔히 화물운송 노동자의 최저임금제라고 하지만, 안전운임제가 화물운송 노동자에 대한 임의적인 해고와 임금체불을 막아 주고 도로를 이용하는 모두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단순히 임금의 최저선 역할만을 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2018년 안전운임제 도입 당시 국회가 약속했던 안전운임제 연장 및 품목 확대 논의에 정부가 제대로 나서라는 정당한 요구를 하기 위해 거리에 나선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논의의 자리에 초대받기는커녕 집회 및 결사의 자유마저 위협당하고 있고, “민폐노총” “빨갱이” 등 시대착오적인 언사를 서슴지 않는 여당 인사들의 색깔몰이에 궁지로 내몰리고 있다.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에 위반된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ILO 긴급개입 결정에도 정부와 수사기관은 화물연대 조합원들을 헌법상 보장된 노동 3권도, 집회 및 결사의 자유도, 인간다운 조건에서 노동할 노동자로서의 권리도, 정치적 이념으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평등권도 없는 비(非)국민의 한지(寒地)로 내쫓고 있다.
조금 전 화물연대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 파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과 함께 삭발을 한 채 눈물을 흘리는 조합원의 사진이 실린 기사가 올라왔다. 안전운임제 연장과 품목 확대를 위한 화물연대의 노력은 사회 각계각층의 연대세력과 함께 계속될 것이지만 반헌법적이고 ILO 협약에 위반되는 정부의 이번 파업 대응이 한국의 노동인권과 시민사회에 크나큰 상처를 남겼다는 오명은 씻지 못할 것이다. 화물연대의 행보에 더욱더 따뜻하고 커다란 응원을 바란다. 추운 날씨와 그보다 더 혹독한 정부와 여론의 편협한 대응에 고생하신 화물연대 조합원들에게 연대의 마음을 전하며, 파업은 종료됐지만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해 단 한 사람의 억울한 구속자도 생기지 않도록 변호인으로서 맡은 바 임무를 다하겠다는 다짐도 전한다. 화물연대에 대한 강경대응으로 지지율이 올랐다는 윤석열 정부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탑승 시위에 무정차 대응으로 맞설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윤석열 정부에서 비국민으로 낙인찍힌 자들에게 유난히 더 추운 겨울이 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