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임기 중에 노사 법치주의를 확고하게 세울 것이며 불법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
지난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사상 초유의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면서 한 말이다. 2003년 화물연대 총파업에 대한 대응으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화물자동차법)에 도입된 업무개시명령제는 “국토교통부 장관은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집단으로 화물운송을 거부해 화물운송에 커다란 지장을 줘 국가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 운송사업자 또는 운수종사자에게 업무개시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라는 지극히 추상적·가정적 사유만으로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도록 한 법 자체도 문제지만, 윤 대통령은 화물연대 파업 첫날부터 업무개시명령을 언급했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국가경제에 실제로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도 존재하지 않던 시점부터 오직 파업 분쇄를 목적으로 칼을 뽑은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파업은 곧 불법’이라는 구시대적 인식을 갖고 있기에 생긴 일이다. 화물연대의 6월 파업 때에도, 정부는 파업 전부터 화물차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근로자’가 아니라며 화물연대 파업을 ‘불법 운송거부’로 명명했다. 화물차 노동자들이 노동조건·안전과 직결되는 안전운임제를 지키기 위해 일하기를 중단한 것에는 어떠한 불법도 존재하지 않는다. 정부는 ‘새총 발사’ 등 파업의 폭력성을 부각시키려 하지만, 설령 파업 참가자 개인의 폭력이 있었다 해도 그 행위자에게 책임을 물을 일이지 파업 전체를 불법으로 매도해서는 안 된다.
화물연대 파업을 시종일관 ‘불법’으로 몰고 있는 정부는 기업과 정부 자신의 불법에 대해서는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화물연대의 십수 년에 걸친 투쟁으로 2020년부터 시행된 안전운임제는, 화주나 운송사가 안전운임을 위반하더라도 고작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안전운임 위반 신고 건수에 대해 과태료가 부과된 경우는 4%에 불과하다. 심지어 위반 신고가 사실로 인정된 경우에도 과태료 미부과 건수가 33%에 달한다. 안전운임은 노동자의 생명, 생존권과 직결되는 것임에도 기업이 안전운임을 위반하는 것이 더 싸게 먹히도록 정부가 방치해 왔던 것이다.
더 근본적으로 보면, 화물차 노동자들이 과로·과적에 내몰려 생명을 잃는 지경에 이르게 된 원인은 화물운송업의 불법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 있다. 화물차 노동자들이 자신의 비용으로 화물차를 구매해서 운송사에 등록하고, 운송사는 기사 한 명 고용하지 않고도 특수고용을 활용해 운수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기형적 ‘지입제’는 원래 불법이었으나 1997년 합법화됐다. 화물차 기사들은 근로자였을 때나 지입기사였을 때나 똑같은 형태로 일을 했지만 1997년 이후 정부는 이들의 근로자성을 부정해 왔다.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사업주의 불법은 합법화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전가된 것이다.
화물자동차법상 화주가 운송사에게 직접 위탁하거나, 주선사를 통해 운송사에게 재위탁하는 것만 합법적이다. 그럼에도 현재 화물운송업에는 2단계 이상의 다단계 하도급이 전체의 98.6%를 차지할 정도로 만연해 있다. 특히 2000년대 이후 재벌 대기업들이 불법 경영권 승계, 일감 몰아주기 등 수단으로 너도나도 물류자회사를 만들면서 이 다단계 구조가 더욱 복잡해졌다. 정부는 이런 불법적 산업구조에 대해 지금까지 어떠한 개선책도 시도한 바 없다.
노동자의 ‘불법’만을 말하는 정부의 행태는 경영책임자의 책임을 덜어 주려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약화 공세나 미래노동시장연구회를 통한 노동시간제도 개악 시도에서도 반복해 나타난다. 사업주의 불법과 착취는 법을 바꿔서라도 면죄부를 주고, 노동자의 생존권 요구에 대해서는 ‘불법’ 낙인을 찍는 윤석열 정부의 계급성이 너무나 노골적으로 나타나는 나날들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국민의 기본권을 실현하기 위해 싸워 온 우리 노동자, 시민을 정권이 얼마나 우습게 보고 있는지 느껴져 실로 참담한 마음이다.
노동권 연구활동가 (laboryun@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