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 노사가 지난 25일 4차 본교섭을 진행했지만 인력감축 구조조정안을 두고 입장차만 확인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교통공사의 누적 적자의 일부를 인력 구조조정으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면 28일 열릴 5차 본교섭도 소득을 기대하기 어렵다. 30일 예고한 서울교통공사 노동자 파업이 현실화할 수밖에 없다. 27일 <매일노동뉴스>가 서울교통공사 노사 갈등의 쟁점을 살펴봤다.
“1년 만에 구조조정안 꺼낸 공사, 신뢰 무너져”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의 인력 구조조정 시도는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임금·단체협상에서 공사는 1천971명 구조조정안을 제시했다. 서울교통공사노조(위원장 명순필)는 구조조정안에 반대해 그해 9월14일 파업을 예고했고, 노사는 파업을 하루 앞둔 13일 ‘재정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특별합의서’를 체결하며 극적 타결했다. 합의의 핵심 내용은 “공사는 재정위기를 이유로 임금 등의 저하 및 강제적 구조조정이 없도록 한다”였다.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서울교통공사는 2026년까지 정원 10%에 해당하는 인력 1천539명을 감축하는 안을 지난달 내놓았다.
약속을 번복하는 일은 반복됐다. 올해 5월 ‘서울시민의 심야 교통편의 증진’을 위해 노조는 장기결원·승무원 인력(299명) 증원을 전제로 공사·서울시와 합의했지만 이 합의도 지켜지지 않았다. 현재까지 증원된 인력은 100여명 수준이다.
“이태원 참사 후, 본사 직원 200여명 혼잡역 배치”
서울교통공사 노동자들은 정부가 안전을 강조하면서 인력을 감축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29일 시민 158명이 사망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 서울교통공사는 혼잡역에 직원 200여명을 임시 배치하고 있다. 명순필 위원장은 지난 25일 오전 서울 성동구 노조사무실에서 열린 ‘미디어 간담회’에서 “내년 1월 정년퇴직자 발생으로 230여명의 인력이 부족해진다”며 “참사 이후 안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혼잡역에 본사 직원 200여명의 인원을 임시 배치하는 것을 보면 말뿐이지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지난 23일 오전에는 7호선 군자역에서 뚝섬유원지역까지 전동차가 출입문을 개방한 채 운행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김정섭 노조 교육선전실장은 “7호선은 러시아워 때 배차 간격이 2분30초인데 당시 7~8분 정도 지연됐다”며 “빨리 운행해 만회하려다 보니 벌어진 일로 안전보다는 정시성(정시 운행)을 강조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전동차 출입문이 고장날 때 현장에 출동하는 엔지니어는 ‘차량기동반’으로 공사 인력감축안에 포함됐다.
공사 인력감축안은 열차자동운전장치(ATO) 도입을 확대해 인력 400여명을 감축하는 안도 포함돼 있는데 이 또한 안전조치와는 거리가 멀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명 위원장은 “열차를 타고 내리는 과정에서 가장 많은 사고가 발생한다”며 “10량 열차에 3천여명의 승객이 타는데 이들의 안전을 누가 책임지냐”고 되물었다. 통상 운행되는 열차에는 기관사와 차장이 맨앞과 맨뒤에 탄다. 이들은 승객들이 안전하게 탑승했는지 확인하고 열차를 출발시킨다.
“구조조정? 언 발에 오줌 누기”
공사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다시 인력 구조조정안을 들이밀며 댄 이유는 만성적자다. 적자 원인은 정부와 서울시 정책으로 시행되는 무임수송·버스환승·정기권 같은 공익서비스(PSO) 비용이다. 2017년부터 5년 동안 공익서비스비용 손실은 2조9천57억원이나 된다. 그런데 중앙정부의 지원은 없고, 서울시 지원도 적자를 만회하기엔 부족한 상태다. 노조의 지속된 요구로 서울시는 지난해와 올해 각각 1천억원, 3천458억원을 지원했다. 올해 당기순손실액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구조조정을 진행한다면 적자가 해결될까. 노조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김종학 노조 사무처장은 “하루평균 570만명의 시민을 수송하는데, 무임수송이나 버스환승 등으로 연간 4천392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며 “1천명을 해고해도 아끼는 돈은 500억원밖에 안 된다. 사람을 자르고 구조조정해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 노사는 지난해 9월 합의 당시 공사 재정위기 극복과 재정 정상화를 위해 △정부·서울시에 PSO 비용 손실 보전 △국회의 제도개선과 안전지원 노력에 부응해 노사공동 협의체 구성 등을 약속했다. 이후 국회에서 PSO 관련 입법공청회가 열리기도 했다.
현재 국회에는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지난해 8월 발의한 철도산업발전기본법(철도산업법) 개정안과 도시철도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김종학 사무처장은 “올해 안 법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