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의행위로 공연 업무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고소된 강동문화재단의 노조간부들이 최근 경찰에서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혐의 없음) 결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재단은 노조에 3억원대의 손해배송 소송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불송치 결정이 민사소송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임금체계 개선’ 요구 파업에 공연취소
15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강동경찰서는 지난 10월 민주일반노조 강동문화재단분회 전·현직 간부와 조합원 8명의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불송치(혐의 없음) 결정을 내렸다.<본지 2022년 4월12일자 2면 “파업 노조에 ‘억대 손배소’ 낸 지자체 출연기관” 참조>
강동문화재단의 ‘노조탄압’ 논란은 지난해 11월 파업을 계기로 촉발됐다. 2020년 2월 재단 출범 후 설립된 분회는 임금체계 개선을 위한 교섭을 요구했다. 재단이 강동구 직영 강동아트센터와 구립도서관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호봉제가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단이 임금교섭 요구를 전부 수용이 불가하다고 밝혔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쟁의조정은 중지됐다. 분회의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 조합원 96%가 찬성해 가결했다. 분회는 곧바로 쟁의행위에 나서지 않고 수차례 교섭을 요구했지만, 연봉이 동결되자 결국 파업을 결정했다.
분회는 지난해 11월12일 파업 전야제를 열고 13~14일 이틀간 파업했다. 아트센터 무대 설치 담당자만 오전 파업에 참여하고 나머지 조합원들은 모두 파업했다. 문제는 전야제와 파업 당일 공연이 취소되면서 발생했다.
전야제가 예정된 날에 계획됐던 공연 3건 중 2건이 취소됐다. 전야제 이전의 공연은 정상적으로 진행됐지만, 오후 7시30분 이후의 공연은 모두 열리지 못했다. 파업이 진행된 주말에는 공연 4건이 취소됐다. 나머지 1건만 장소를 변경해 진행했다.
무대 장비 끄고 퇴근 “단순 노무제공 거부”
이를 근거로 재단은 노조가 무대 메인 구동장치를 ‘셧다운’하고 철수해 공연을 진행하지 못하게 됐다며 노조간부를 형사고소하고,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서에 따르면 재단측은 “노조간부들이 아트센터 극장의 조명 콘솔 등 공연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기계들을 조작하고 메인 구동장치를 잠그고 퇴근해 11월12일 저녁 공연과 13~14일 공연이 취소되게 하는 등 재단의 공연 업무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재단측은 이아무개 전 분회장이 극장 무대·음향·조명감독들과 공모해 파업 전야제에 참여하며 극장 기계를 조작해 예정된 공연을 진행할 수 없어 취소됐다고 봤다. 하지만 이 전 분회장과 감독들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서로 공모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평소와 같이 기계 전원을 끄고 퇴근했을 뿐 기계를 조작한 사실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경찰은 노조의 행동을 “정당한 쟁의행위”라며 혐의가 없다고 봤다. 서울강동경찰서 사법경찰관은 “피의자들이 장비를 조작한 사실이 없다면 이는 단순 연장근로를 거부한 것으로 정당한 쟁의행위”라고 판단했다. 극장 감독들이 지난해 11월12일 오후 6시 퇴근시 평소처럼 장비 전원을 끄고 퇴근했을 뿐이라는 의미다. 11월13일 파업해 예정된 공연에 참여하지 않은 행위 역시 정당한 노동쟁의라고 봤다.
아울러 경찰은 노조간부들이 공연 장비를 조작했다는 증거도 없다고 파악했다. 파업 전야제와 파업 당시 공연에 참여하지 않은 행위는 ‘단순 노무제공 거부’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는 노조에서 공연 장비를 조작해 퇴근 이후 장비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재단측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도서 대출·반납’ 방해 혐의도 증거불충분
이 전 분회장이 받은 ‘도서관 도서 대출·반납’ 업무방해 혐의도 증거불충분으로 결정됐다. 재단측은 도서관 사서를 담당하는 이 전 분회장이 파업 전 사서 조합원들에게 SNS로 파업에 대비해 도서관 PC의 비밀번호를 변경하고, 자가 대출 반납기 19대를 자물쇠로 잠가 열쇠를 숨기도록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PC 비밀번호가 변경돼 도서 대출·반납 업무를 할 수 없었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 전 분회장은 조합원들에게 PC 비밀번호를 변경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도서 대출 반납 프로그램에 접속할 수 있는 직원이 파업 당시 없었으므로 대출 반납 업무를 방해한 사실이 없다며 범죄사실을 부인했다. 실제 재단 도서관팀은 각 도서관장에게 이메일을 보내 파업 전날 파업 기간 도서 대출·반납 업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경찰도 이를 토대로 범죄사실이 없다고 판단했다. 도서 대출·반납 프로그램에 접속할 수 있는 직원들은 파업에 참여하거나 다른 도서관에 파견돼 이 전 분회장이 PC 비밀번호 변경 메시지를 전송하지 않았더라도 대출·반납 서비스는 제공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경찰은 “피의자가 SNS 대화방에 메시지를 올린 행위가 도서 대출·반납 업무를 방해했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손배소 재판 진행 중, 분회측 “정당한 파업”
분회측은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이다. 이 전 분회장은 “정당하게 진행한 파업인데 어떻게든 노동자를 괴롭히려고 한다고 생각한다”며 “재단 설립 초기인데도 이런 부분이 계속 문제가 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분회를 변호한 최종연 변호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큰 틀에서 적법한 쟁의행위로 업무방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을 경찰 단계에서 충실히 판단한 바람직한 결정”이라며 “파업으로 인한 공연취소가 최초라며 마치 당연히 연장근로를 해야 하는 것처럼 표현한 재단측의 주장은 정당성이 없음이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반면 재단 관계자는 이날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의신청으로 검찰 판단을 구할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업무방해 혐의 불송치 결정에 수긍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편 재단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은 지난 9월 시작돼 3차 변론기일까지 진행된 상태다. 재단은 노조간부와 조합원 8명을 상대로 3억4천500만원을 청구했다. 분회측은 지난 3일 열린 재판에서 경찰의 불송치 결정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다음 재판은 12월22일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