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타이어 홈페이지 갈무리

동일한 기업의 노동자들이 자신의 근무지가 아닌 사업장에 들어와 집회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경고처분을 한 것은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라고 법원이 판결했다. 사용자가 다른 공장 직원의 집회 참석을 금지하는 것은 노조활동의 참여 범위를 제한한 것으로 노조 내부 활동에 관여한 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대전공장 직원이 금산공장 들어와 집회
‘경고처분’ 징계, 1심 “시설관리권 침해”

26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김대웅 부장판사)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징계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중노위 판정을 유지했다.

한국타이어 사측이 소수노조인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에 ‘노조 사무실’을 제공하지 않으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대법원이 2019년 2월 지회에 사무실을 제공하지 않은 것은 공정대표의무 위반이라고 판결함에 따라 사측은 지회에 사무실을 주겠다고 했지만, 설치 장소를 두고 이견이 계속됐다.

그러자 지회는 금산공장 본관 앞에서 집회와 1인 시위를 이어 갔다. 사측이 집회 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내자 지회측은 맞불을 놨다. 오동영 지회장을 포함한 조합원 60여명이 집회 계획을 공지한 다음 그해 8월 금산공장에 들어가 집회를 열었다.

사측은 즉각 제지에 나섰다. 그해 11월 대전공장 소속인 오 지회장 등이 금산공장에 불법으로 침입해 취업규칙과 보안관리요령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경고처분’을 내렸다. 지회측은 경고처분이 부당징계와 부당노동행위라며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했다.

하지만 충남지노위는 불이익 취급 및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며 지회의 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반면 중노위는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했다. 사측은 중노위 판정에 불복해 2020년 10월 소송을 냈다.

1심은 사측 손을 들어줬다. 오 지회장 등이 공장에 무단으로 진입해 회사의 시설관리권을 중대하게 침해했다고 봤다. 시설권리권까지 침해하면서 ‘사무실 쟁취’를 위해 집회에 참석해야 할 필요성과 긴급성이 인정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2심 “징계는 지배·개입 부당노동행위”

그러나 항소심은 1심을 뒤집고 지회의 집회가 정당한 노조활동이라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금산공장 소속이 아닌 근로자들의 참석을 금지하는 것은 취업규칙에 나오는 ‘시설관리권에 바탕을 둔 합리적인 규율이나 제약’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지회가 두 차례에 걸쳐 집회의 세부적인 사항을 조율하려는 등 단체협약에 따른 충분한 협의가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오 지회장 등이 출입절차를 밟았더라도 회사가 출입을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고, 만일 출입을 허가했다면 오 지회장 등은 정상적인 출입절차를 거쳤을 것으로 보인다”며 “절차를 거치지 않고 금산공장에 출입했더라도 이것이 정당한 징계사유가 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회 조합원에 대한 징계는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라고 못 박았다. 재판부는 “회사는 조합활동의 참여 자격을 제한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제한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징계까지 했다”며 “이로 인해 지회 활동이 위축될 위험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사는 지회에만 사무실을 제공하지 않아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있는 등 지회에 대해 차별적 또는 적대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고 꼬집었다.

지회를 대리한 김유정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사내집회 등 정당한 노조활동을 제약하는 내용의 회사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징계한 것은 무효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정당한 노조활동을 방해하는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확인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이번 판결은 오 지회장의 부당징계 사건 1심 판결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서울행정법원은 올해 1월 타 공장 집회 참석 이유로 조합원 6명에게 감급·경고·견책 등의 징계처분을 한 것은 무효라고 판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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