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래도 인력부족에 시달리는 국립대병원에도 구조조정 찬 바람이 불 전망이다.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 때문이다. 코로나19를 겪은 상황에서 인력을 줄인다는 것은 공공의료 포기 선언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가 11월 총파업을 준비하는 이유다.<편집자주>

▲ 배호경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대구가톨릭대의료원분회장
▲ 배호경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대구가톨릭대의료원분회장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던 문재인 정권 5년은 비정규 노동자들에게는 희망고문의 연속이었다. 오히려 비정규직은 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은 더욱 벌어졌으며 공정담론으로 갈등은 깊었다. 올해 정권교체 뒤 윤석열 정부는 아예 비정규직 정책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병원도 해를 거듭할수록 비정규 노동자가 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의료연대본부 산하 사립대병원(울산대병원·동아대병원·경주동국대병원·칠곡가톨릭대병원·동산의료원·대구가톨릭대의료원) 6곳의 정규직은 7천145명, 비정규직은 1천467명이다. 비정규직 규모가 전체의 17%에 달하고 있다. 일부 사립대병원의 경우이기는 하지만 10명 중 2명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해 운영함으로써 불안정한 인력운영, 전문성 결여 등을 초래하고 결국 환자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다.

대구가톨릭대의료원은 전체 간호보조인력 중 48%가 비정규직으로 운영되고 있다. 비정규직으로 입사할 경우 1년10개월 계약이 끝나면 계약종료로 퇴사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다 비정규직 비율과 업무강도가 높다고 소문이 나서 간호보조인력 채용공고를 내도 쉽사리 입사지원을 하지 않는다.

2명 중 1명의 비정규직은 고강도 노동, 불안정한 일자리, 저임금을 이유로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중간에 퇴사하기도 한다. 새로운 인력이 채용되는데 최소 한 달 이상은 소요되기 때문에 퇴사로 인한 공백은 남아 있는 직원이 온전히 감당하고 채워야 한다.

한 부서는 정원 12명 중 비정규직이 3명인데 3명이 돌아가면서 퇴사를 해서 1년 내내 한 명의 인력이 빠진 채 11명으로 운영되기도 했다. 비정규직 인력이 갑자기 퇴사할 때마다 근무번표가 바뀌고, 휴가와 연차가 취소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수년 전, 입사한 지 며칠 되지 않은 비정규 간호보조인력이 제대로 된 업무인수인계를 받지 못하고 검사실 위치 등 업무파악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환자이송을 혼자 하다가 환자가 발작할 때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비정규직의 잦은 교체에 따른 업무숙련도 부족으로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기본적인 병원 업무파악부터 본인의 업무에 적응하는 데는 최소 1년 이상이 소요된다. 그런데 비정규직은 1년이 되기 전에 교체되거나 길어야 2년 미만으로 일한다. 교체되는 비정규직에게 계속 업무를 가르쳐야 하는 부담 때문에 정규직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뿐만 아니라 본인의 업무 집중도도 떨어진다고 하소연한다. 2년 이상 근무시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하기 때문에 병원은 1년10개월을 근무하면 계약만료 처리하고, 2개월 정도 쉬게 했다가 다시 채용하는 방식으로 편법을 쓰기도 했다. 2개월의 업무공백은 다시 정규직 직원들의 업무 부담으로 돌아왔다. 병원은 수년동안 반복해 재계약을 하던 비정규직을 끝내 정규직으로 채용하지 않고 퇴사시키기도 했다.

병원은 의사·간호사·간호조무사·의료기사·시설관리직 등 다양한 직종이 유기체처럼 서로 협력을 이루며 돌아간다. 불안정한 일자리인 비정규직은 숙련이 부족하고 협력하는 데 어려움을 초래해 의료서비스 질 하락으로 이어진다.

의료연대본부는 오랜 기간 투쟁을 통해 2019년도에 국립대병원의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이뤄냈다. 하지만 사립대병원은 직접고용 비정규직 비율이 여전히 높아 환자·직원안전 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병원노동자의 정규직화는 환자들에게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우리는 환자를 살리고 싶다.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통해 환자와 노동자가 안전한 병원을 만들기 위해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11월10일 총파업·총력투쟁에 돌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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