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병욱 변호사(법무법인 송경)

이은주 정의당 의원을 포함한 국회의원 56명은 지난달 14일 노동자의 쟁의행위에 대한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가압류신청을 제한하는 법률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 소위 노란봉투법을 발의했다.

노란봉투법은 2009년 정리해고에 반발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에게 2014년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이 내려지면서 시작된 시민들의 모금운동에서 유래된 명칭이다. 19·20대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모두 폐기됐고, 21대 국회에는 관련 법안 7건이 계류돼 있다.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들이 과로사 문제를 해결하라며 파업한 것이 원청의 업무를 방해했다며 CJ대한통운이 손해배상 소송을 택배노동자들에게 제기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임금을 올려 달라며 좁은 철창에 자신을 가둔 하청노동자들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하이트진로는 얼마 전 합의에는 이르렀지만 안전한 운행을 위한 화물노동자들의 파업이 원청의 업무를 방해했다면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보통 대기업들은 손배소송을 제기하면서 막대한 액수의 가압류를 신청해 노동자들에게 손배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정신적 압박을 가한다.

노조법 3조는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해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조항은 노조법에 의한 파업에 대해서만 적용되므로 위 사례와 같이 하청노동자이나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서는 아예 적용되지 않는다. 원청이 하청노동자들의 노조법상 사용자가 아니거나,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노조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한 법원 판단은 구체적 사례에 따라 달라진다. 게다가 손해배상 소송 결론이 나기까지는 오랫동안 가압류 상태가 계속돼 노동자들이 불안정한 지위가 이어지기 때문에 애초에 하청·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해서 원청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

보통 파업은 CJ대한통운·대우조선해양·하이트진로처럼 막대한 영업이익을 내는 사용자를 상대로 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임금인상)나 인간다운 노동환경(안전한 일터)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파업으로 인한 대기업의 실질적인 손해는 미미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대기업 입장에서는 손해배상 소송으로 노동조합을 압박해야 다시 노동조합이 자신을 상대로 파업을 하는 것을 두려워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손해배상 소송을 유용한 노조활동 제한 방법으로 보게 된다.

조합원들이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행위를 해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로 기소된 사안에서 대법원 2011. 3. 17. 선고 2007도482 전원합의체 판결의 소수의견(대법관 박시환, 김지형, 이홍훈, 전수안, 이인복)은 “무엇보다 근로자측에게 위법한 쟁의행위로서 파업을 해서는 안 된다는 작위의무를 인정하는 것은 서로 대립되는 개별적·집단적 법률관계의 당사자 사이에서 상대방 당사자인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에 대해 당사자 일방인 근로자측의 채무의 이행을 담보하는 보증인적 지위를 인정하자는 것이어서 받아들일 수 없고, 근로자들의 단순한 근로제공 거부는 그것이 비록 집단적으로 이뤄졌다 하더라도 업무방해죄의 실행행위로서 사용자의 업무수행에 대한 적극적인 방해 행위로 인한 법익침해와 동등한 형법가치를 가진다고 할 수도 없다”며 노동자들의 파업을 함부로 불법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위 다섯 명의 대법관의 소수의견은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유효하다.

노동조합의 파업을 함부로 불법으로 평가하는 것은 자유권적 기본권인 단체행동권을 보장하는 헌법에도 반하고, 보증인의 지위를 인정하는 것이어서 일반적 사회통념에도 반한다. 결국 노동조합의 파업에 불법이라는 꼬리표를 붙여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노란봉투법에 반대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는 자유에 반하는 위헌이고 사회통념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사용자의 영업의 자유보다 중요한 것이 노동자의 단체행동의 자유다. 지금이야말로 노란봉투법이 시행돼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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