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이미지투데이

“하루 근무하고 나오면서 회장님께서 잠시 나오지 말고 기다리고 있으면 이틀 안에 연락을 주신다고 했는데 아무 연락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계속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해고된 것으로 알아야 하나요?”

단 하루만 출근한 뒤 한 달 만에 문자메시지로 입사 취소를 통보받은 신입 직원이 회사 대표에게 보낸 메시지다. 최근 법원은 이는 서면통지 의무 위반으로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사용자는 5명 미만 사업장이라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주장까지 내놓았지만, 인정되지 않았다.

정상 퇴근했는데 ‘출근 보류’ 통보
“이틀 안에 연락” 문자메시지 보내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유환우 부장판사)는 바이오 벤처기업 A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B씨는 2020년 9월 A사가 운영하는 봉사단에 최종 합격하고 다음달 5일 출근하기로 했다. 부산에 거주하던 B씨는 봉사단 대표 C씨의 출근 지시를 받고 서울사무소에 출근하기 위해 경기도에 자취방을 구했다. C씨는 B씨가 A사의 업무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출근 열흘 전 사측은 갑자기 문자메시지로 ‘근무 보류’를 통보했다. B씨는 근무 보류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지만 어떠한 답변도 오지 않았다. 그러자 그해 10월5일 사무실로 출근했고 업무 지시와 교육을 받았다. 당시 직원은 “1~2주 후에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고 B씨는 주장했다.

하지만 그날 퇴근 이후 날벼락이 떨어졌다. 출근 보류 지시가 또 떨어졌다. C씨는 “내부적으로 인원을 조정하는 중이므로 일단 출근을 보류하고 이틀 안에 연락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B씨는 계속 기다렸지만 아무런 연락도 없자 한 달여 만인 그해 11월2일 A사 대표에게 직접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러자 A사 대표는 문자메시지로 입사 취소를 통보했다. B씨는 A사가 부당하게 채용을 취소했다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지노위는 A사와 봉사단이 사실상 하나의 사업장이라며 서면통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고 구제신청을 인용했다. 중노위도 같은 결론을 내리자 A사는 지난해 4월 소송을 냈다. 사측은 “봉사단은 별개의 법인”이라며 5명 미만 사업장이라고 주장했다.

5명 미만 주장에 법원 “사실상 한 몸”
“해고 사유·시기 서면통지 의무 위반”

하지만 법원은 A사와 봉사단은 하나의 사업장이라며 A사가 채용취소를 한 것은 부당해고라고 판단했다. A사 대표와 봉사단 대표 C씨는 부자 관계인 데다 C씨가 A사 설립자로 ‘회장’을 맡고 있다는 사실이 핵심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봉사단과 A사는 경영주체가 부자 관계로 사실상 동일하고, 서울사무소의 같은 공간을 사업장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직원에 대한 감독 구조를 달리하는 등 인적·물적 설비에 독립성이 인정된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봉사단은 형식상 별개의 법인일 뿐 실제로는 A사에 소속된 기관 또는 부서의 역할을 하는 데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A사와 B씨 사이에 실질적인 근로관계가 성립했다는 취지다.

특히 홍보프로그램 연출 감독이 노동위원회에서 “A사는 C씨가 실질적으로 경영하고, 봉사단은 A사 사업에 활용하려는 목적으로 운영된다”고 진술한 영향이 컸다. 재판부는 “회사와 직접 관련이 없는 연출 감독이 노동위원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하면서까지 거짓 진술을 할 만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출근 보류’ 통보는 해고의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하는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서 절차상 하자가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출근 보류 통보는) 내용상 잠정적인 대기발령의 지시로 보일 뿐, 근로관계를 종료하는 의사표시로는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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