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0년간 자동차 좌석 같은 무거운 부품을 매일 평균 600여개씩 반복해 나르다가 어깨 근육이 파열된 노동자가 법원에서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았다. 어깨를 구부리며 5킬로그램 이상의 중량물을 분당 6회 이상 반복해 어깨 부위에 만성적인 손상을 줬을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다.
5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단독(임성민 판사)은 최근 노동자 A(41)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39세 노동자, 차량 330대 상당 부품 옮겨
A씨는 2010년 6월 자동차 시트 제조업체인 D사에 입사해 자동차 시트프레임에 에어백을 조립해 왔다. 그러던 중 10년이 지난 2020년 여름께부터 오른쪽 어깨에 통증을 느껴 병원에 갔다가 그해 12월 우측 어깨 회전근개 부분 파열 등을 진단받았다.
이듬해 1월 어깨 힘줄 봉합술 등을 받은 뒤 A씨는 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그러나 공단은 “상병을 유발할 만큼 강도 높고 지속적인 중량물 취급과 반복 작업 등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자 A씨는 “약 10년 이상 오른쪽 어깨 부위에 무리를 주는 신체부담업무를 지속해서 수행한 결과 어깨 근육이 파열됐다”며 지난해 6월 소송을 냈다. 법원은 공단의 판정을 뒤집고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장기간 신체에 부담을 주는 업무를 지속해서 수행했다고 판단했다.
실제 A씨의 업무강도는 상당했다. 주간 2교대로 근무하면서 하루 평균 8시간씩 일하며 에어백 조립 과정에서 약 5킬로그램의 ‘백프레임’을 팰릿에서 내리고 적재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게다가 이러한 작업을 하루 평균 660개씩(차량 330대 분량) 10년여간 반복해 수행했다. 특근 업무도 많았다. 2019년 11월부터 약 8개월간 한 달에 한두 차례 약 20킬로그램 상당의 자동차 좌석 반제품 330여개를 2단 팰릿에 적재했다.
법원 “어깨 부위 만성적 손상, 업무상 재해”
재판부는 이러한 업무가 어깨에 무리를 줬을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상병 발병 당시 만 39세에 불과했고 이전까지 오른쪽 어깨 부위에 별다른 기왕증이 없었다가 2020년 여름경부터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며 “반복적인 중량물 취급 업무에 특근 업무가 더해져 상병 발병이 가속화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법원 감정의 소견도 업무상 재해 인정에 힘을 실었다. 감정의는 “A씨가 수행한 작업은 어깨의 45~90도의 전방 굴곡이 나타나고 5킬로그램 이상의 중량물을 취급하며 분당 6회 정도의 반복성을 보인다”며 “팔꿈치가 30~40도 이상 굽혀지고 어깨의 들림도 나타나므로 추가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소견을 제시했다. 어깨 부위의 만성적인 손상으로 업무관련성이 높다는 취지다.
A씨를 대리한 김용준·김위정 변호사(법무법인 마중)는 “이번 판결은 사업주와 근로복지공단의 판단과는 달리 단순·반복적인 중량물 취급작업도 산업현장의 근골격계 관련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해 줬다”며 “또 단순·반복적인 중량물 취급작업시 노동자의 근골격계질환 예방을 위해 노동자의 작업시간 관리와 정기적인 근골격계질환 예방 조치 등 사업주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