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위탁기관인 강남푸드뱅크마켓센터의 비리를 고발했다가 직장내 괴롭힘을 겪다가 지난 6월 고용승계가 거부된 사회복지사 김은미(35·가명)씨가 3월7일 서울 강남구 근로복지공단 지역지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홍준표 기자>

조직 내부의 비리를 고발했다가 지속적인 직장내 괴롭힘을 당한 강남푸드뱅크마켓센터의 사회복지사가 끝내 해고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강남구가 사회복지법인에 위탁한 센터의 운영주체가 바뀌면서 공익신고자인 사회복지사만 고용승계가 이뤄지지 않았다. 센터측은 고용승계 거부의 근거를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익신고자 제외한 나머지 전원 ‘고용승계’

4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강남푸드뱅크마켓센터의 사회복지사 김은미(35·가명)씨는 지난 6월15일 고용승계 대상에서 제외돼 사실상 해고됐다. 기존 운영기관인 ‘대한불교조계종봉은’의 위탁계약 기간이 종료되고 ‘사랑의쌀나눔운동본부’가 운영을 맡으면서 김씨와의 계약을 거부했다.<본지 2022년 3월17일자 2면 “신상 노출에 집단 괴롭힘, 공익신고자 ‘외로운 사투’” 참조>

김씨를 제외한 나머지 직원 4명의 고용승계는 모두 이뤄졌다. 게다가 과거 위탁업체 2곳이 변경될 때도 전체 직원은 모두 고용이 승계됐다고 김씨는 주장했다. 그런데 사랑의쌀나눔운동본부는 김씨에게 별다른 설명 없이 고용승계를 거절했다.

사랑의쌀나눔운동본부가 김씨에게 보낸 ‘안내문’을 보면 “우리 법인은 2022년 6월15일자로 강남푸드뱅크마켓센터를 통합 관리하게 됐는데, 유감스럽게도 귀하는 고용승계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고용승계 거부의 이유는 적혀 있지 않았다.

갑작스레 해고된 김씨는 내부고발자라는 이유로 고용이 승계되지 않은 것이 아닌지 의심했다. 2011년 2월 센터에 입사한 김씨는 2018년 말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제보를 한 바 있다. 그는 △기부물품 사적 유용 △내정자 채용 관련 업무 지시 △인건비 명목 휴대전화 요금 지급 정황 등을 제보하고 서울시 응답소에도 알렸다.

‘내부 비리’ 고발에 ‘보복행위’ 시작

그런데 김씨의 신분이 노출되면서 후폭풍이 일었다. 공익제보 내용을 조사하던 구청 조사관이 센터에 보낸 공문에 김씨의 직위가 기재된 부분이 있어서 신고자가 김씨라는 사실이 내부에 알려졌다.

보복행위가 뒤따랐다. 동료 사회복지사가 소장의 지시를 받아 CCTV를 임의로 조작해 김씨를 감시한 정황이 검찰 조사 과정에서 밝혀졌다. 구청 조사관의 조사 하루 만에 근무태만을 이유로 징계가 요청돼 김씨는 2019년 8월 감봉 1개월에 보직 변경과 전보 발령도 받았다. 이후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절차상 하자를 사유로 부당감봉이 인정됐다.

하지만 집단 괴롭힘은 지속해서 이뤄졌다고 한다. 센터장에게 병가를 신청했지만 반려됐고, 코로나19 백신접종 후 이상 반응에 낸 연차마저 거부됐다. 직장내 괴롭힘에 김씨는 결국 2018년 11월 우울증과 적응장애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적응장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았다.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요양급여 신청 재심사를 청구했지만 기각돼 행정소송을 이어갈 예정이다.

“위탁업체 책임 회피” 구제신청 계획

직장내 괴롭힘에 고용승계마저 거부된 김씨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할 계획이다. 서울지노위에서 고용승계 기대권을 다툴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해고 이후 정신과를 다녔고 집과 직장이 가까워 혹시 직원들을 만날까 봐 걱정돼 외출도 못했다”며 “법률을 준수해야 할 비영리단체가 잘못을 덮기 위해 사회문제를 더 일으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위탁업체들도 모두 자신의 소속이 아니라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고, 지도·감독 책임이 있는 강남구청도 뒷짐만 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매일노동뉴스>는 수차례 센터에 김씨의 고용승계 거부 사유를 질의했지만, 센터 관계자는 담당자가 없어 답변이 어렵다고 말했다. 김씨가 센터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은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첫 재판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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