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호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경제가 어려울수록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건 서민·취약계층이다. 민생 안정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한 말이다.

6%까지 치솟은 물가 고공행진에 정부는 소고기, 닭고기, 분유, 커피 원두, 주정 원료, 대파 등 6개 품목을 무관세로 수입하겠다고 했다.

닭고기와 주정 원료는 이해가 되지만 소고기와 커피 원두가 서민과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 간접 영향이야 미치겠지만 서민 장바구니에 직접 영향을 주진 않는다.

정부 발표로 엉뚱한 곳에서 불꽃이 튀었다. 한우 농가가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한우협회는 8일 성명을 내고 “수입업자와 유통업자 배만 불리는 수입산 소고기 무관세 정책을 즉각 철회하라”고 했다. 한우 농가에 따르면 사료 값이 급등해 한우 1마리당 생산비가 1천만원을 웃돈다. 반면 한우 도매가는 지난해보다 10% 이상 떨어졌다. 지금도 수입산이 전체 소고기 소비량의 65%를 차지하는데 무관세로 수입하면 수입 소고기 가격이 더 낮아져 한우 농가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농민 반발에 농림축산식품부는 부랴부랴 사료구매자금 상환기간을 연장하겠다고 발표했다. 경제정책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한쪽을 누르면 반대쪽이 튀어 오른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임기응변책만 내놔 시장에 이상한 신호만 준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달 29일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 9천160원보다 460원(5%) 올린 9천620원으로 정하자 중앙일보는 7월2일 10면에 ‘일손 모자라 연봉 인상 행진, 임금발 인플레 악순환 우려’라는 제목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비판기사를 썼다. 중앙일보는 바로 옆 11면엔 최저임금을 산업별로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도 실었다. 지역별 최저임금을 달리 정한 일본에서 ‘지방 붕괴’가 도미노처럼 계속되는데도 이런 주장을 겁 없이 보도한다. 조선일보는 지난 7월1일 8면에 “주휴수당을 포함할 땐 내년 최저임금이 시급 1만1천544원으로 월급 200만원을 처음으로 넘긴다”며 높은 인상을 비판했다.

2018년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법을 개악해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바람에 최저임금이 올라도 오히려 임금이 떨어지는 노동자가 최대 343만명에 달한다. 보수언론은 사회적 약자인 영세기업주를 대변하는 듯 흉내를 내지만 사실 최저임금은 빠져나갈 구멍이 숭숭 뚫린 제도다. 제도의 빈틈에서 대기업만 이익을 누린다.

동아일보는 지난 6일 경제섹션 4면에 ‘최저임금 인상 부담 … 편의점, 심야할증제 요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편의점 점주들이 내년에 5%나 오르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야간에 제품 가격을 5% 올려 파는 ‘심야할증제’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런 요구를 내건 편의점주들은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고, 이와 다른 가맹점주 단체인 한국편의점주협의회는 “물건값이 오르면 찾는 손님은 더욱 줄어든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편의점주와 소비자 사이 시소게임을 단순 중계보도하지 말고 최저임금이 계속 오르는데도 편의점 본사가 가져가는 돈이 줄지 않고 계속 늘어나는 기이한 현상을 파고들어 취재하다 보면 대기업 본사가 편의점주와 소비자를 착취하는 구조가 쉽게 드러난다. 이를 캐는 언론은 없다.

헛발질만 하는 윤석열 정부와 겉만 핥아 대는 언론이 공생하는 한국에서 진실은 요원하다.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leejh6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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