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세대에서 일어난 사건이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연세대 청소노동자들은 시급 400원(경비 440원) 인상, 샤워실 설치, 인력 충원 등을 요구하며 지난 3월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그런데 일부 학생들(정확히 3명)이 파업 때 발생하는 소음으로 학습권과 정신적 피해를 당했다며 청소노동자를 고소하고 피해보상으로 630여만원을 청구했다. 이들 학생 중 한 명은 청소노동자들의 월급이 300만~400만원인데 월급을 더 받기 위해 생떼를 쓰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술 더 떠 국민의힘 소속 관악구의원이 그 대학을 방문해 그 학생들을 지지하고 청소노동자들의 집회를 “정치집회”라고 왜곡하기도 했다.
보통 대학 청소노동자들은 학생들이 등교하기 전에 청소를 마치기 위해 아침 일찍 출근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연세대 청소노동자들은 새벽 5시 전에 출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은 세후 196만원 정도로 월 300만원은 고사하고 최저임금 수준이었다. 잠깐씩 쉴 수 있는 휴게실이나 땀을 씻어 낼 공간도 없었다. 또한 퇴직자만큼 인력이 충원되지 않아 한 사람이 감당해야 할 일이 많아져 노동강도가 점점 세졌다. 청소노동자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차례 연세대에 대화를 요구했지만 모두 거절당했고 결국 파업할 수밖에 없었다. 연세대는 청소 용역업체가 해결할 일이라고 주장하면서 손을 놓은 상황이다.
필자는 운 좋게 매년 대학에서 학부나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노사관계를 강의하고 있다. ‘경영학에서 이런 과목도 있어? 이런 것도 가르친다고?’하며 의아해 할 수 있다. 물론 수강신청한 학생들도 그런 반응을 보이며 첫 수업에 들어온다. 그럼에도 매년 폐강되지 않고 정원이 다 차니 감사할 따름이다. 첫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가장 먼저 하는 질문은 언제나 똑같다. “여러분은 졸업하고 취업하면 노동자일까요? 아닐까요?” 여기저기서 작은 목소리가 들린다. “내가 왜 노동자?” “나는 임원이나 사장이 될 건데”
나름 상위권 대학이고 기업들이 선호하는 경영학과에 다니는 자신들을 기름때 묻히는 노동자와 비교한다는 것에 기분이 나쁜 표정들이다. 남학생들은 하얀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맨 모습을, 여학생들은 이쁜 정장을 입은 모습을 생각한다. 사무실이 있는 고층건물을 드나들 수 있는 만능열쇠인 사원증을 목에 걸고, 손에는 아메리카노 커피를 들고 있는 사무직의 모습은 정말 멋지다. 그래서 대기업 사무직은 모든 대학생들의 선망 대상이다. 또한 학생들의 꿈도 크다. 열심히 근무하고 높은 성과를 올리면 반드시 이사·상무·전무 같은 회사의 임원이나 사장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100명이 입사하면 그중 1명만이 임원이 된다는 사실을 모른 채 말이다. 그것도 평균 20년 이상 근무해야 그런 기회가 온다는 것도 모른다.
힘든 일을 하는 사람이 노동자라는 인식은 초·중·고교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2016년 경향신문이 초등학생 1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생들이 생각하는 ‘노동자’는 아파트 경비원·마트 계산원·은행직원 등이었다. 또한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중·고교생 1천818명에게 조사한 결과도 비슷했다. 학생들이 노동자라고 생각하는 직업은 1위 아파트 경비원, 2위 농부, 3위 마트 계산원, 4위 인터넷 설치 기사 순이었다. 교사(1위)·의사(2위)·과학자(3위)는 노동자가 아니라고 답했다.
노동·노동자에 대한 이런 왜곡된 시각은 우리나라 학교 교육이 엉망임을 보여준다. 한국고용노동교육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일본 같은 주요 선진국들은 초·중·고교 시절부터 노동은 물론 노동조합·단체교섭 등을 정규과정으로 배운다. 미국의 경우 중·고교 경제학 교과서에 노동조합의 역사·단체교섭·노동쟁의(파업) 등이 수록돼 있다. 심지어 독일은 중학생들을 노조와 사용자로 나눠 단체교섭을 실습한다. 독일 학생들은 우리나라 대학생들도 못하는 경험을 중학교 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나라 상황은 어떤가? 2019년 전국사회교사모임이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초1~고1학년까지 10년 동안 노동 관련 교육은 총 3시간30분 정도에 그친다. 이러니 우리나라 초·중·고교생뿐만 아니라 대학생이 생각하는 노동자는 3D[힘들고(Difficult), 더럽고(Dirty), 위험한(Dangerous)] 일을 하는 사람들로 인식하는 것은 당연할지 모른다. 노동에 대한 편협한 시각의 극치다. 하지만 노동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아 살아간다면 사무직·생산직·서비스직·특수고용직에 상관없이 모두 노동자가 된다. 그래서 우리는 현재 노동자이거나 노동자인 누군가의 자녀일 수밖에 없다.
단순히 학습권 침해 때문에 청소노동자들을 고소한 연세대 학생들에게 간절히 바란다. 청소노동자가 왜 파업하는지 이유를 모른다면 다음 학기에 꼭 노사관계 수업 듣기를 권면한다. 나아가 이런 학생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올바른 노동관을 심어 주기 위해 우리나라도 최소한 중학교 정규과정부터 반드시 노동인권 교과를 편성해야 한다. 파업 소음으로 인한 학습권 침해보다 파업 이유를 배울 수 있는 학습권 요구가 먼저이지 않을까?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위원 (wadrgon@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