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지표를 개편했더니 심각한 구인난이 모습을 드러냈다. ‘위드 코로나’ 이후 기업의 채용 수요는 느는데 일할 사람이 없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1명 이상 사업체의 올해 1분기 미충원 인원은 17만4천명으로 집계됐다. 5명 이상 사업장만 조사했던 1년 전보다 70%나 늘어난 수치다. 2~3분기 65만명을 채용할 계획인데 인력부족률이 1.2%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고용노동부가 29일 발표한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를 보면 올해 1분기 1명 이상 사업체에서 구인인원은 130만명, 이 중 112만8천명을 채용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구인인원은 22.3%(23만7천명) 늘고 채용인원도 17.2%(16만5천명)이 증가했다. 채용이 확대됐지만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미충원율도 함께 늘었다. 1분기 기준 미충원율은 13.4%로 전년 동기보다 3.8%포인트 상승했다. 2013년 14.3%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았다.
그동안 5명 이상 상용직 기업만 조사했던 노동부는 이번에 처음으로 종사자 1명 이상 사업체까지 조사범위를 넓혔다. 그랬더니 5명 미만 사업장에서 인력부족이 더 심각했다. 상용직 5명 이상으로 할 경우 올해 상반기 인력부족률은 3.2%로 지난해보다 0.9%포인트 증가했다. 하지만 1명 이상 사업체로 확대하면 인력부족률은 3.6%로 전년 대비 1.2%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적극적인 구인에도 채용하지 못한 1분기 미충원 인원은 17만4천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7만2천명(70.2%) 급증했다.
산업별로는 제조업(5만8천명), 운수·창고업(2만2천명), 도·소매업(1만8천명) 순으로 인력부족이 심했다. 미충원인원이 가장 많은 직종은 운전·운송직이다. 또 산업 전반에 걸쳐 수요가 있는 경영·행정·사무직, 영업·판매직 그리고 제조단순직 등에서 일손이 부족한 상황이다.
미충원율은 운수·창고업(47.9%), 제조업(28.6%), 정보통신업(21.0%), 금융·보험업(16.6%) 순이었다.
특히 근로조건이 열악한 뿌리산업에서 미충원율이 높았다. 금속·재료 설치·정비·생산직(37.9%), 섬유·의복 생산직(37.0%), 기계 설치·정비·생산직(31.8%), 화학·환경 설치·정비·생산직(30.7%)에서 30%가 넘는 미충원율을 기록했다.
미충원 사유는 ‘임금수준 등 근로조건이 구직자의 기대와 맞지 않기 때문’(23.7%)이 가장 많다. ‘사업체에서 요구하는 경력을 갖춘 지원자가 없다’(19.0%)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코로나19 사태로 고용인원을 축소했던 기업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이후 채용계획을 대폭 늘렸지만 이른바 ‘미스매치’로 구인난이 점점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이런 인력난은 하반기에도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월1일 기준 기업의 부족인원은 64만2천명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54.6%(22만7천명) 급증했다. 부족 인원은 정상적인 경영을 위해 추가로 필요한 인원을 뜻한다.
기업들은 인력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채용 비용이나 구인 방법을 다양화(55.7%)하거나 임금인상 등 근로조건을 개선(32.7%)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