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0일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87호(결사의 자유 협약)·98호(단체교섭권 협약)가 국내에서 발효했다. 그 무렵 ILO 결사의 자유 관련 협약 발효로 앞으로 무엇이 달라지는 것인지 많은 질문을 받았다. 이런 질문들에 필자는 “진정한 변화는 정부와 사법부가 ILO 결사의 자유 원칙을 존중하는 법의 적용·집행을 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답변했다. 그리고 이번 6월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파업을 겪으면서 ILO 결사의 자유 원칙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정부의 행태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됐다.
이번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정부는 처음부터 “파업이 아니라 집단 운송거부”라는 프레임을 덧씌웠다. 화물차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법상 ‘근로자’가 아니라 ‘자영업자’라며 단체행동권 등 노동 3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지난 20여년간 화물차 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싸워 온 노동조합이라는 실체를 부정하는 억지에 불과하다. 화물연대의 조직과 투쟁으로 화물차 특수고용 노동자들에게 안전운임제, 산재보험·고용보험이 일부라도 적용되는 제도적 성과도 생겨났다.
이미 2011년부터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는 우리 정부에게 화물연대 및 건설노조의 조합원들을 비롯한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노조 결성·단체교섭권 등 ILO 87·98호 협약상 노동조합의 권리를 온전히 행사할 수 있도록 요구했다. 이를 가로막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말고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지속적으로 권고했다. 그러나 정부는 필요한 조치를 하기는커녕 ‘특수고용 노조는 노동 3권 대상이 아니다’며 불법 집단행동 딱지를 붙이기에만 급급했다.
더욱이 정부는 화물연대가 파업에 돌입하기 전부터 일방적으로 “운송거부 철회”만 요구하며 선제적 봉쇄에만 집중했다.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유지·확대를 요구하며 오래 전부터 파업을 예고했음에도 실질적 교섭에는 나서지 않으면서도, 파업 돌입 전 화주·운송사 대표자들과 노조의 동향 파악, 파업 대책 마련에 관한 회의를 개최하기까지 했다. 안전운임제에 대한 정부의 책임은 방기하면서 스스로 사용자측의 일원임을 자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무엇보다도 정부가 ILO 결사의 자유 협약을 직접적으로 위반한 점은, 화물연대 파업이 시작되기도 전에 “화물연대의 불법행위가 예상”된다며 전국 물류거점 16곳에 90여개 중대 7천여명의 경찰력을 배치한 사실이다. 정부가 이름을 붙였듯이 화물연대의 파업은 화물차 노동자들의 ‘운송거부’, 즉 노무제공의 중단이다. 노동자가 일하기를 거부하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형사처벌이나 강제노동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 국제노동기준 및 인권장전이기도 하다. 그런데 파업 시작도 전에 ‘불법행위’를 예단하고 공권력을 선제적으로 투입해 단체행동을 사전 봉쇄한 것은 명백한 ILO 기본협약 위반이다.
실제 국토교통부는 화물연대의 파업이 진행된 8일간 매일 두 차례 브리핑을 통해 “주요 물류거점에 경찰력을 배치해 운송방해행위 등 불법행위를 차단하고, 운행차량 보호조치 등을 하고 있으며 군위탁 컨테이너 수송차량 등 대체운송수단 지속 투입 중”임을 계속 밝혔다. 이는 파업 상황에서 공공질서에 대한 진정한 위협이 실제로 발생하는 경우에만 경찰력을 투입해야 한다는 ILO의 거듭된 권고를 완전히 무시한 것이다.
정부의 이런 선제적·공격적 공권력 투입으로 지난 8일간 79명의 화물연대 조합원이 체포됐는데 그중 77명이 석방되고 2명이 구속됐다. 국토교통부 스스로 14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차량·시설물에 대한 손괴, 방화 등 물리적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을 정도로 공권력 남용이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이번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ILO 87·98호 협약이 국내 발효된 이후 첫 번째 결사의 자유 침해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 3권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무조건 ‘불법’ 딱지를 붙이고, 평화적인 파업 현장에 공권력을 투입하고 파업 참가자에게 형사적 제재를 가하는 정부의 국제노동·인권기준 무시 행태를 바꾸지 않고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노동권연구활동가 (laboryun@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