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일자리를 만들기도 하지만 기존 산업의 일자리를 없애기도 하는 탄소중립 사회 추진을 두고 노조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고용보장을 전제해야 사회적 갈등 없이 탄소중립 사회로 전환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전문가들 사이서 나오고 있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과 공공노련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과 노동조합의 대응전략’을 주제로 토론회를 공동개최했다. 박태주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과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이 ‘발전산업의 정의로운 전환’ 방향을 발제하고 노동자들은 현장에서 느끼는 고용불안 위기 수준을 증언했다.
탈석탄화 정책으로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될 경우 고용 문제는 세 가지 방향으로 나타난다. 회사 내 혹은 회사 간 전환배치, 타 사업(장)으로 재취업, 그리고 실직이다. 산업이 변하는 과정이어서 전환배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신재생에너지 등 생겨 나는 녹색일자리가 여유인력 모두를 수용할 수 있을지도 장담하기 힘들다. 발전부문 노동자들이 탄소중립 사회 정책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두 발제자는 산업전환 과정에서 누구도 배제되거나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의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석탄화력발전의 폐쇄를 늦추거나 되돌려야 한다는 식의 주장을 노조가 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이정희 본부장은 “환경을 지킨다고 노동자의 삶을 몰수하듯 일터에서 내쫓을 수는 없다”며 “고용보장과 보상을 전제한 기후위기 대응, 즉 기후정의와 사회정의의 동시 실현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노조가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 본부장은 “감축인원 대책 마련 과정에 노동계는 배제되고 있으며 그 결과 고용정책은 물론 산업정책이나 노동사회정책이 제외됐고, 사회적 대화와 단체교섭도 실종됐다”며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위해 사회적 대화뿐 아니라 초기업별 단체교섭과 기업차원의 공동결정이라는 중층적인 구조로 거버넌스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장 노동자들은 정부가 귀를 닫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성하 공공산업희망노조 EWP서비스지부 사무국장은 “수십년 바쳐온 내 일자리, 내 터전과 그 가족의 생존권을 희생하라는 것이 정의로운 정책이 맞느냐”며 “아무도 자회사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지 않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EWP서비스는 한국동서발전 자회사다.
한국노총과 공공노련은 이날 토론회를 기초로 석탄화력발전 부문 산업전환에 대한 노조 차원의 대응전략모델을 수립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