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누군가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다는 건 눈을 맞추는 일이다. 틈틈이 고개 끄덕이는 일이다. 그리고 핵심을 짚어 받아 적는 일이다. 거기 중요한 말에는 밑줄 쫙, 화살표 날려 덧붙임글을 단다. 동그라미까지 그려 감싸고 나면 눈에 확 든다. 다음 대화를 이어 갈 재료가 된다. 혹시 모를 오해를 줄이기도 한다. 적어도 성의표시 정도의 역할을 한다. 새 정부의 고용노동부 장관이 노동조합총연맹을 찾아갔다. 노조위원장이 먼저 말했고 장관이 종종 눈 맞춰 가며 받아 적었다. 거기 메모엔 강한 유감과 적지 않은 우려가 담겼다. 또 한편 미리 준비한 인쇄물엔 장관의 첫 마음이 담겼다. 거기 밑줄 긋고 동그라미 쳐 강조했다. 자주 만나고 대화하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해법을 같이 고민해 나가자는 말이 그것이다. 소통이라고도 새겼다. 흔히 그러듯 다시 꺼내 볼 일 없는 일회용 메모에 그칠지는 얼마간 장관의 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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