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가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5일자 6면에 윤석열 당선자가 “단상을 더 낮게 청중들에게 더 가까이 배치”하라고 지시했다는 기사를 썼다. 5년마다 한 번씩 대통령 취임 초엔 이런 미담기사가 쏟아지지만 딱 5년만 지나면 진짜 국민을 위한 정부였는지는 늘 회의적이다.
따라서 이런 류의 기사가 갖는 의미도 별로 크지 않다. 국민이 이런 기사에 크게 감동받지도 않는다. 결국 굳이 지면 아깝게 쓸 필요조차 없는 기사다. 그런데도 한국일보는 당선자의 ‘특별 주문’임을 부각했다. 단상 낮추면 국민께 봉사하는 낮은 자세가 저절로 생기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한국일보는 대통령으로서 메시지를 내는 첫 공식 행사인 만큼, ‘국민에 더 낮은 자세로, 한 걸음 더 다가서겠다’는 의지가 투영돼 있다며 한껏 당선자를 추켜세웠다. 기사를 위한 기사일 뿐이다.
단상 낮춘다고 없는 ‘소통’이 하루아침에 샘솟는 게 아니다.
작은 제목과 본문에 들어있는 ‘내외빈’이란 단어도 엉터리다. 손님을 높여 부른 한자어 빈에다가 안팎을 뜻하는 내외를 붙인 이 표현은 잘못됐다. 여기서 나오는 ‘내’는 안쪽을 뜻하는 말이 아니라, ‘온다’는 뜻의 올 ‘래’자다.
따라서 ‘오신 손님’이란 뜻의 ‘내빈’으로 족하다. 안에서 오는 손님과 밖에서 오는 손님이란 뜻이 아니다. 따라서 굳이 내외빈으로 나누는 게 무의미하다.
한글로 밥 먹고 사는 기자가 이런 비문을 쓰는 걸 이해하기 어렵다.
이번 취임식에 연예인 축하 공연이나 에어쇼는 하지 않기로 했다는 얘기는 참 듣기 좋았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탁아무개씨를 중심으로 한 문재인 정부의 행사는 지나친 연출로 때론 불편했다. 공군의 축하 비행도 취소하길 잘했다.
이런 취임식 정보만 간단히 정리해 전달해도 충분하다. 여기에 더 초를 쳐 억지로 미담기사를 만들지 않아도 국민은 다 알아서 판단한다.
지난 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선 노사발전재단 근무 시절 운영 능력과 비위 논란 등이 도마에 올랐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동부 산하기관인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 시절 청탁금지법 위반, 성비위 사건 처리 지연으로 노동부로부터 해임 요구까지 받았는데, 장관 인사청문회에 참석했으니 아이러니”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노웅래 의원은 이 후보자 본인의 성추행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추궁은 여기까지다. 노사발전재단이란 곳이 왜 생겼는지, 재단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되는지, 왜 잇따라 잡음이 발생하는지 살펴봐야 하는데 후보자 개인만 물어뜯고 끝나 아쉽다.
임종성 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자가 1년7개월 동안 삼성전자에서 3천800만원을 받았다고 국회에 보고한 것과 달리 삼성의 여러 계열사에서 총 1억1천300만원 규모의 자문료를 받은 사실을 공개했다. ‘삼성 장학생’이냐는 임 의원 질책에 후보자는 송구하다고만 했다.
이 나라 노동정책이 삼성 앞에만 서면 왜 그렇게 관대했는지 충분히 이해되는 장면이었다. 앞으로도 그런 관행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leejh67@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