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 승인까지 평균 121.4일이 걸리는 근골격계질환의 업무상 질병 판정 속도를 높이기 위해 추정의 원칙을 확대하려던 고용노동부의 계획이 재계 반발에 밀려 반쪽짜리가 됐다.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위원회가 노동부가 제출한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 고시 개정안을 대폭 후퇴시켰다.<본지 2021년 1월4일자 “산재 처리기간 평균 121.4일 근골격계질환, 패스트트랙 탈 수 있을까” 참조>
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근골격계 6대 질병에 대한 신속한 처리절차(패스트트랙) 도입을 뼈대로 하는 고시 개정안이 지난달 28일 공포됐다. 7월1일 시행하는 개정안은 근로복지공단 지침이던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을 노동부 고시로 법제화한 것이다. 신체부담업무의 업무관련성 판단시 목(경추간판탈출증), 어깨(회전근개 파열), 팔꿈치(내외과상과염), 손·손목(수근관증후군·삼각섬유연골복합체 파열·드퀘르벵), 허리(요추간판탈출증), 무릎(반월상연골파열)의 경우 직종과 업무기간, 유효기간을 충족하면 업무관련성이 강한 것으로 보고 현장 확인 조사 등을 생략한다는 내용이다. 예컨대 10년 이상 근무한 건설업 용접공의 경추간판탈출증이나 자동차 부품조립공의 회전근개 파열의 경우 추정의 원칙을 적용해 업무상 질병으로 승인한다.
당초 노동부는 별표1의 주 상병 외에 동일부위에 동반되는 부 상병도 별표2에 담아 추정의 원칙을 적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규제개혁위에서 “충분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별표2를 삭제하도록 했다. 이로 인해 요추협착증, 요추부 염좌, 방아쇠수지, 어깨 관절염을 비롯해 흔하게 나타나는 근골격계질환 21개 상병이 추정의 원칙 대상에서 빠졌다.
규제개혁위는 또 “사업주의 타당한 이의제기가 있으면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 공단에 추가조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공단의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운영규정을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사실상 사업주가 요구하면 패스트트랙을 탈 수 없도록 하는 장치를 둔 것이다.
노동계는 “노동자의 입증책임 부담을 완화할 목적으로 도입된 추정의 원칙 제도 취지를 심각하게 퇴색시키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