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재판장님. 부디 2심 재판부에서는 가해자 중심 판결이 아닌 피해자 중심의 공정하고 현명한 판결을 내려 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기업의 이윤을 먼저 챙기기보다는 사람의 생명과 안전이 더 중요하다는 근본적인 생각이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내리길 간절히 바랍니다.”
2019년 10월 부산의 경동건설 신축공사현장에서 추락해 세상을 떠난 고 정순규씨의 아내 김아무개씨는 18일 항소심 첫 공판에서 “남편은 경동건설에 의해 은폐되고 조작된 기업 살인으로 숨졌다”며 울먹였다. 그는 원청 경동건설에 1심에서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졌다며 바로잡아 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유족 진술서 낭독하자 ‘눈물바다’
책임자 “사죄 표한다” 짧은 최후진술
부산지법 2-1형사항소부(부장판사 김윤영·권준범·양우석)는 이날 오전 업무상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동건설과 하청업체 JM건설 관계자 등에 대한 항소심 1차 공판을 진행했다. 정순규씨가 숨진 지 2년6개월 만이다.
이날 법정에는 정순규씨의 아내와 아들 정석채씨를 비롯해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해 재판을 방청했다. 특히 정순규씨 아내 김씨는 직접 작성한 다섯 쪽의 진술서를 재판부의 허락을 받아 낭독하며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다.
그는 “사고 나는 그날도 남편은 새벽 5시50분쯤 ‘갔다 올게’라고 말하고는 지금까지 퇴근하지 못하고 있다”며 “아들은 3년 가까이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고자 결혼과 생업도 포기한 채 수많은 증거들을 수집해 경동건설과 맞서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편 사고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원·하청 안전관리 책임자들에게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재판장은 김씨의 진술을 들은 뒤 이날 재판을 종결한다고 밝혔다. 경동건설과 하청 관계자들은 최후진술을 통해 “사죄를 표한다” “운영 관리를 할 때 최선을 다하겠다”고 짧게 말했다. 그러자 유족측은 “거짓말”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목격자 없이 공사현장서 추락사
유족 “은폐·조작된 기업 살인”
유족과 ‘중대재해 없는 부산운동본부’,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 등은 이날 오전 재판을 앞두고 엄중 처벌을 촉구했다. 정석채씨는 “목격자와 CCTV가 없는 현장에서 피해자가 불안전한 행동을 보였다며 경동건설이 사고의 책임을 고인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경동건설과 하청업체는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과 은폐·조작을 일삼았다”고 비판했다.
정순규씨는 2019년 10월30일 부산 남구 문현동 경동건설의 한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일하다 4미터 높이의 안전발판에서 추락해 숨졌다. 유족측은 경동건설이 안전조치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고가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특히 사측이 제출한 ‘관리감독자 지정서’에 적힌 고인의 필적이 달라 문서를 위조했다고 지적했다. 사고 정황을 경동건설이 은폐했다는 취지다.
1심은 지난해 6월 경동건설 관리소장과 JM건설 이사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경동건설 안전관리책임자에게 금고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경동건설과 JM건설 법인은 각각 벌금 1천만원을 선고받았다. 이에 원·하청 책임자와 검찰은 양형부당과 사실오인을 이유로 각각 항소했다. 경동건설은 “안전관리는 하청업체가 맡아 진행했으므로 옹벽 공사에 관한 관리·감독의무가 인정되더라도 통상범위 내의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선고공판은 다음달 26일 오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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