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체인 동국제강 포항공장에서 중대재해로 숨진 고 이동우(38)씨의 유족이 장세욱 동국제강 대표이사가 실질적인 경영책임자라며 진정성 있는 사과와 정당한 배상을 요구했다.
‘고 이동우 동국제강 포항공장 하청노동자 사망사고 해결을 촉구하는 유족과 노동·시민사회 지원모임’은 13일 오후 서울 중구 동국제강 본사 앞에서 ‘동국제강 산재 사망사고 공개사과와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안전조치의무 위반, 중대재해 처벌 대상
“장세욱 부회장, 실질적인 경영책임자”
고 이동우씨는 ‘포항공장 크레인 기계보수’ 계약을 체결한 크레인 기계정비업체인 A사 소속으로 크레인 보수업무를 수행하던 중 지난달 21일 오전 변을 당했다. 그는 사고 당일 오전 9시25분께 브레이크와 감속기를 교체하기 위해 크레인에 올라갔다. 그런데 갑자기 크레인이 작동하며 안전벨트에 몸이 감겨 중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 도중 숨지고 말았다.
고용노동부는 당일 현장조사를 하고 이후 동국제강과 A사 관계자를 불러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족측은 동국제강과 하청이 유족에 제대로 된 배상이나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족에 따르면 동국제강 공동대표이사는 사망 8일이 지난 지난달 29일 처음으로 장례식장을 방문했다.
‘도급인’인 동국제강이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하청노동자에 대한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했다고 유족측은 주장했다. 유족을 대리하는 권영국 변호사(해우법률사무소)는 “동국제강은 도급인으로서 작업현장에 안전관리자를 입회시키지 않았다”며 “작업계획서에 따라 작업이 이뤄지고 크레인 전원을 차단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크레인 작동 위험을 인지해 신호수가 신호방법에 따라 신호를 해야 하는데도 이러한 안전조치가 없었다는 것이다.
동국제강 대표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동국제강 포항공장은 상시 근로자수가 459명으로 확인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사업장이다.
유족측은 동국제강 2대 주주인 장세욱 부회장이 실질적인 경영책임자에 해당해 이동우씨 사고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부회장은 동국제강 주식 9.43%를 보유하고 있다. 권 변호사는 “사업의 책임과 권한, 지분관계, 의사결정구조 등을 고려할 때 동국제강의 경영책임자는 장세욱 대표이사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유족 “사고 2주 만에 합의서 보내”
이동우씨 아내 “아무런 사과 없어” 울먹
유족과 시민단체는 “사고가 난 지 8일이 지나서야 공동대표이사가 장례식장을 방문하는 무성의한 태도를 보였다”며 “1주일 후에 변호사를 통해 합의서 초안을 보내 유족을 지치게 만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합의 금액을 유족의 심리적·경제적 상황을 고려해 산정했다는 것이다.
동국제강은 상습적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동국제강을 중대재해 발생 등 산업재해예방조치 의무를 위반한 사업자 명단에 포함시켰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동국제강은 매년 반복해서 사망사고가 일어나는 기업”이라며 “처음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동국제강이 안전조치를 제대로 했으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은 울먹였다. 임신 3개월째인 고인의 아내 권아무개씨는 “저희 아이는 이제 아빠를 사진으로밖에 보지 못한다”며 “회사에서는 아무런 대책도 없고 사과도 없다”고 토로했다. 유족측은 기자회견 이후 장세욱 대표의 공개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수립이 담긴 요구안을 전달하려고 했지만, 제지당하자 건물 로비에서 피켓을 들고 항의했다.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을 때까지 피켓시위를 계속 이어 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