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미 공인노무사(노무법인 비젼)

“얼마나 걸리나요?” 상담을 하는 대부분 의뢰인은 이렇게 묻곤 한다.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접수하면 그 처리기간은 얼마일까? 근로감독관집무규정에 의하면 25일 이내 처리가 원칙이고, 부득이한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에 25일 한도로 1회에 한해 연장할 수 있다. 연장을 하고도 기간 내 처리가 곤란하면 신고인의 동의를 받아 다시 25일까지 연장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실제로 처리기간이 지켜지고 있을까? 나는 현재 진정 접수 후 7개월이 지나도 끝나지 않은 사건을 하나 가지고 있다. 퇴직금과 주휴수당 청구건인데, 근로계약서는 쓴 적 없고 일당은 현금으로 주고받았다. 일한 기간과 시간에 대해 당사자 간 주장이 불일치한다. 노동자의 교통카드 기록과 휴대전화 내역으로 하루하루를 증명했지만 근무기간 중간중간이 여전히 듬성듬성 빠져 있다. 당사자 간 주장이 다르니 근로감독관은 사장과 노동자를 같이 불러 대질조사를 했고, 이 자리에서도 양측의 주장은 팽팽하게 대립했지만, 양측 모두 이미 제출한 자료 이외에 더 제출할 입증자료가 없다는 것도 확인됐다. 조사를 마친 근로감독관은 사실관계에 대한 조사는 다 끝났으니 검토하고 처리하겠다고 했다. 이때가 접수 후 약 두 달 지난 즈음이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처리 결과를 묻는 내 전화에 근로감독관은 “조만간 체불액 확정하고 통지해 드리려고 한다”고 했지만 연락이 없었고 다시 독촉하자 “죄송하다. 빨리 처리하겠다”고 했지만 아니었다. 공무원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거나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아서 국민 생활에 불편을 주거나 권익을 침해하는 행태를 소극행정이라고 한다. 호구가 돼 버린 무능한 대리인과 소극행정을 하는 근로감독관 때문에 노동자는 임금을 받지 못해 불안정한 날을 보내고, 사장은 임금을 체불하고도 아무런 어려움 없는 날을 보내고 있다. 입증자료가 부족하고, 주장이 대립하니 판단이 쉽지는 않겠지만 근로감독관이 사건을 붙잡고만 있는 것은 해결방법이 아니다. 또한 그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쪽은 명확히 노동자 일방이다.

근로감독관에게 독촉 전화를 걸거나 기다리는 것 말고 방법이 없을까? 지난해 11월9일 국민권익위원회는 “임금체불 민원을 8개월 지나 처리한 것은 전형적인 소극행정에 해당한다”며 “감사부서가 직접 면밀히 조사해 조치를 취하고 유사한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노동부에 권고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나도 국민신문고 소극행정 신고센터에 민원을 접수했다. 그리고 받은 첫 답변은 “민원처리기간 연장 안내”였다.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현장조사가 민원처리 기한 내 실시되기 어려워 민원처리 기한을 연장하오니 양해 바랍니다”라고 연장 사유가 적혀 있었다. 그런데 나를 경악하게 한 것은 이 답변을 한 담당자가 바로 그 소극행정 공무원이라는 것이다. 피민원인 공무원은 민원인인 내게 “민원처리기간 연장 안내”를 통보하고, 이틀 뒤 인사이동으로 다른 고용노동지청으로 가 버렸다. 소극행정 처리 공무원에 대한 적절한 조치와 진정사건 민원담당자 교체, 빠른 사건 처리를 요구한 내 민원에는 “유감이며, 조속히 처리하겠다. 담당자가 바뀌었으니 그분께 문의하라”는 답변이 달리고 종결됐다.

피민원 공무원이 소극행정 민원 담당자로 배정된 것은 착오였을까? 착오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권익위에 문의하니 “감사실에서 처리하는 게 원칙이지만, 감사실에서 해당 담당자가 직접 처리하는 게 맞다고 생각되면 그렇게 처리해도 되도록 돼 있다”고 답한다. 무능한 대리인은 또다시 호구가 돼 버렸다.

담당 사건의 성격과 처리방식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노동위원회 사건에서는 납득되지 않는 사유로 처리기간을 넘기는 경우가 없는데, 왜 노동부는 처리기간을 밥 먹듯이 넘기는 걸까? 근로감독관의 소극행정에 대응하는 똘똘한 방법을 찾고자 이 부끄러운 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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