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떤 심정이었을까. 그의 마음까지는 헤아리지 못했다. 해고가 부당하다는 이유를 소장과 준비서면으로 작성하는 데에 나는 관심을 두고 있었을 뿐이다. 지난달 3일 서울중앙지법 562호에서 이틀 전에 송달받은 피고 준비서면 주장을 반박하는 준비서면을 제출하겠다며 다음 재판기일을 잡고서 법정을 나오면서 살펴보니 그의 표정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자신에 대한 해고가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피고의 준비서면을 읽고서 기분이 좋을 원고 해고자는 없다. 그래도 수십년 동안 민주노조 활동을 해 오면서 산전수전을 겪었을 그이기에 일반 해고자와는 다를 거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날 본 그는 전형적인 해고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날 나는 그에게 이런 저런 말을 해 줘야 했다. 자신이 고용한 노동자를 해고한 사용자가 해고무효 소송을 제기당하면 해고가 정당하다는 이유를 사실적·법리적 주장을 하는 것인데 그런 거라고, 해고돼야 마땅한 해고자라고 해고무효 소송을 제기당한 피고측은 답변서와 준비서면으로 주장하고 나온다고, 그러니 우리는 그 주장을 반박하는 준비를 하면 되는 것이라는 둥 그날 내가 기껏해야 이런 말만 했다. 금속산업연맹과 금속노조에서 10년을 함께 근무했던 동료로서의 위로의 말이 아니라, 그의 해고소송을 대리하는 변호사로서 의뢰인 해고자들에게 해 줬던 말을 그에게 했던 것이다. 그는 금속노조에서 해고된 자다. 그의 이름을 여기에 쓰는 순간, 당신은 그를 해고자로만 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 해고자 이름을 읽는 순간 그의 해고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사건들을 떠올리면서 대부분 그의 행위를 탓할 것이고, 혹은 삼성전자서비스 직접고용 합의를 둘러싼 금속노조 내부 정치를 말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들에 관심을 두고서 나는 이렇게 끄적거리는 것이 아니다. 그저 그의 심정이 궁금할 뿐이다.
2. 재판이 있은 1주일 뒤 그에게서 문자메시지가 왔다. “저는 확진으로 격리 3일차입니다. 좀 나아지면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격리해제 후에도 후유증이 좀 있네요. 일단 제대로 준비 못해서 급한 대로 메일로 의견을 보냈습니다” 온 가족이 코로나19에 확진돼 자가격리 중에 있었던 모양이었다. 자가격리에서 풀려 최근 사무실에 찾아왔는데 건강이 완전히 회복된 상태는 아니었다. 확진 때문에 내가 요청한 재판 준비가 여의치 않아서 위와 같이 문자메시지를 보내 왔던 것인데, 재판 준비란 지난 재판 직전에 피고 금속노조가 제출했던 준비서면 주장, 즉 그에 대한 징계해고의 사유는 정당하다는 주장을 반박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가 삼성전자서비스 전무 최아무개에 대한 탄원서를 제출해 줬다는 것이 그에 대한 징계해고 사유다.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엄벌해 달라고 해야 할 노조간부로서 노조에 보고 및 협의 없이 법원의 구속영장 심사에 탄원서를 제출했으니 용납할 수 없다며 징계위원회를 열어 해고했던 것이다. 노조탄압을 자행해 온 사측 임원에 대해서, 그것도 부당노동행위가 적발돼서 검찰에서 구속하고자 영장청구를 한 데 대한 법원 심사에 탄원서를 제출한 것이니 이런 노조간부가 있다면 내가 노조의 징계위원이라도 해고해야 한다고 했을 것이다. 그에게 이유는 있다. 나로서는 결코 그런 이유로 그와 같이 행동하지 않았을 것이지만 말이다. 그는 삼성전자서비스 조합원의 직접고용 합의를 이뤄 내기 위해서 법원에 최아무개가 노조와의 교섭을 담당해 왔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는 서면을 작성해 주겠다고 제안했고, 직고용에 관한 노사합의 뒤 최아무개의 구속영장 심사에 제출하도록 이를 작성해 줬다. 당시 그가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간부와 주고 받은 문자 내용을 보면, 그는 직접고용 합의를 위해서는 욕먹기를 각오하며 이런 일을 벌였다. 하지만 앞에서 말했듯이 이런 그의 행동을 나는 결코 이해할 수가 없다. 아무리 비정규직 조합원들의 직접고용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한 것, 나아가 그보다 더 거창한 대의를 위한 것일지라도 나는 그렇게 못한다. 내가 볼 때는 그건 바람직하지도 않다. 노동자 스스로의 활동을 통해서 전개돼야 할 노조운동의 의의로 볼 때 나는 그것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 점에 있어서 그는 나와 달랐다.
3. “저는 재판기일이 다가오면 가슴이 답답하고 무기력증에 시달리며 일종의 트라우마를 겪습니다. 2018년의 예상 못한 충격들이 고스란히 되살아납니다. 2018년 핵심에 있던 사람이 부인해 버리면 전 곤란해질 수밖에 없고 의혹까지 뒤집어쓰면서 삶이 파탄난 충격에 휩싸이곤 합니다 … 두렵고 절망적인 심정에 사로잡힙니다 … 너무 힘들어서 바닥상태에 처하곤 합니다. 함께 짐을 나눠 져 주신 변호사님께는 한없이 죄송합니다.”
지난 7일 그가 보낸 문자메시지였다. 읽고 나서 무어라 답장을 보내야 할지 몰랐다. 지난번 재판 뒤 내가 사무적인 말만 했던 게 떠올랐다. 솔직히 나는 위로의 말에 서투르다. 어떻게 헤아려 말해야 하는지도 알지 못한다. 심지어는 그래야 하는 것이라고 여기지 않은 채 살아 왔다. 이렇게 무심한 나는 생각해 봤다. 그는 어떤 심정일까. 노조로부터 해고된 자의 심정은 어떤 것일까. 그는 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련)에서 노조 지원 활동을 하다 현대그룹노조총연합(현총련)에서 채용돼 활동했다. 그러다가 현총련이 1998년 금속산업연맹으로 통합될 당시부터 그 사무처 간부로서 금속노동자를 위한 교육·조직·정책 등 사업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활동해 왔고, 금속산업연맹이 금속노조로 전환된 이후에도 계속해 왔다. 30년 넘게 이 나라에서 금속노동자를 위한 노조활동·노동운동을 해 왔던 것이고, 금속노조에서 해고된 뒤 지금도 노동자·노조를 위한 교육과 정책연구 사업을 계속해서 하고 있다. 이렇게 노조활동을 해 왔으면 강철같이 단련이 돼 태산이 무너진다 해도 끔적하지 않을 것 같은데 그는 아니었다. 문자메시지는 그가 강철의 심장이 아니라고, 다른 해고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게 뛰고 있을 뿐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최근 피고 금속노조가 제출한 준비서면에는 원고가 사실이 아닌 주장을 하고 있다고, 그를 거짓말쟁이로 취급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더욱 자신의 변호사가 요청한 증거 자료를 찾다가 답답해 하고, 해고 당시의 상황이 떠올리면서 절망하면서 몹시 힘이 든다 하고 있는 것이겠다.
4. 따지고 보면 사건은 단순하다. 과연 피고 금속노조가 징계사유로 주장하는 것처럼, 그가 노조에 보고나 협의 없이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한 것이냐 하는 것이다. 그의 사용자 금속노조가 주장하는 것처럼 과연 그가 그랬던 것인지 살펴서 그가 사전에 노조에 보고하고 협의한 사실이 있었다면 그에 대한 해고 사유는 타당하지 않다. 그에 대한 해고는 무효다. 그래서 그가 해고소송을 하겠다고 처음 찾아왔을 당시부터 나는 그에게 물어봤다. 그런데 그는 그걸 밝히길 주저했다. 사전에 노조에 보고하고 협의했으면 자신에 대한 해고는 부당하다고 판단받을 수 있는 데도 주저하는 그를 나는 납득할 수가 없었다. 이 점도 나는 죽었다 깨도 그를 이해할 수가 없다. 누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노조에 해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그를 변호사로서 내가 설득해야 한다는 게 이해할 수 없었다. 지회장 아무개와 위원장 아무개에게 사전에 보고하고서 한 일이라고, 그게 사실이면 사실 대로 밝히는 일이 무엇이 잘못이라고 그러는지 도대체가 나는 그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누군가는 자신을 희생해 숨겨서 보호해야 할 일도 있다고 말할지도 모르겠으나 나는 그런 조직논리를 모른다. 노동자·대중의 조직인 노조는 그 활동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행동을 평가해서 조직을 새롭게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조직은 전진해 나아갈 수 없다.
탄원서 제출 사실은 구속영장 심사에 참여했던 검사가 금속노조측에 항의하면서 알려졌다. 노조간부가 사측 임원을 위해서 탄원서를 제출해 줬으니 뉴스거리가 돼 언론에 보도됐다. 이렇게 되자 금속노조에서는 노조간부로서 용납할 수 없다며 징계해고하고 말았다. 당시 사측과 만나 협의해서 삼성전자서비스 비정규직 직접고용 합의에 이른 경위와 그 자세한 내용에 관해서는 노조위원장에게 보고하고, 심지어 이에 대해서 PPT자료를 만들어 민주노총 위원장 등이 참석한 자리에서 직접 보고했던 그는 노조로부터 용서하지 못할 자가 돼 해고됐던 것인데 나는 과연 노조가 이렇게 해야 했던 것인지 의문을 갖고 있다. 직접고용을 협의하면서 탄원서 제출 제안에 관해서 사전에 금속노조 위원장이나 삼성전자서비스지회장 등에게 보고했다면 어찌 되는가. 만약 그러했다면 나는 그에 대한 노조의 해고는 부당한 것이라고 말하겠다. 노조를 위해서도 해고는 부당해야 한다고 말하겠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삼성드럼세탁기 세탁 중 도어가 잠겨 열리지 않아 서비스센터에 서비스 받은 결과]
(요약)
서비스 기사가 강제로 세탁기 도어를 열어 파손한 후, 메인보드 고장이고, 메인보드를 구할 수 없으니 세탁기를 교체하여야 한다고 한 후 돌아갔음
제가 인터넷상에서 메인보드를 4차례 구입하여 교체하였으나 똑 같은 에러가 발생하였고
결국 세탁기를 분해하여 점검중 케이블이 마모(손상)되어 절단된 것을 발견하였고,
삼성서비스 기사가 방문하여 최종 고장원인은 메인보드가 아니고, 도어 전원연결 케이블 손상이 원인이라고 하였으며, 케이블 교체 후 정상 가동되어 사용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