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직장내 괴롭힘에 관한 두 건의 상담을 했다. 하나는 피해자가 직장내 괴롭힘 조사를 원치 않는데도 사용자가 조사를 강행하려고 하는 사건(사건 ‘가’)이고, 다른 하나는 피해자의 신고는 묵살하고 피해자가 가해자인 사건만 처리해 피해자에게 징계를 가한 사건(사건 ‘나’)이다.
사건 ‘가’의 사용자가 직장내 괴롭힘 조사를 하려는 것은 ‘피해자에 대한 직장내 괴롭힘이 없었다’는 결론을 얻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현재 사용자는 직장내 성희롱을 이유로 피해자에게 피소를 당한 상태여서 이 소송에 유리한 사실관계를 만들어 내거나, 추후 피해자로부터 직장내 괴롭힘에 관한 추가적인 문제제기가 있을 경우를 사전에 대비하고자 했던 것 같다.
사건 ‘나’는 피해자가 동료 근로자의 직장내 괴롭힘 행위를 신고하자 사용자는 직장내 괴롭힘 사실이 없다고 결론 내렸지만, 위 사건의 가해자였던 동료 근로자가 피해자가 자신을 괴롭혔다고 신고한 사건에서는 직장내 괴롭힘 사실을 인정해 피해자를 중징계했다. 피해자와 가해자는 각기 다른 노조에 속한 조합원이고, 가해자가 속한 노조는 상대적으로 사용자와 긴밀한 관계에 있었다.
사건 ‘가’와 ‘나’ 사용자 모두 직장내 괴롭힘 조사를 외부 전문가에게 위탁했는데, 그 과정에서 피해자의 의견을 듣거나 동의를 얻지는 않았다. 위 두 사건의 피해자들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선임한 외부 전문가를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
근로기준법은 직장내 괴롭힘이 발생하면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그 사실 확인을 위해 ‘객관적으로’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래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만을 규정하고 있었으나, 최근 사실 확인을 위한 ‘객관적 조사’로 개정하고, 위반시 과태료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위 개정 조항의 실효성이다. 사용자는 내부 조사기구를 가동하거나 외부 전문가에게 위탁해서 직장내 괴롭힘 조사를 하는데, 조사 주체에 관해서는 피해자의 의견을 필수적으로 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직장내 괴롭힘 사건을 대하는 사용자의 태도에 따라 내부 조사기구가 편향적으로 구성될 수 있고, 평소 사용자에게 자문을 해 오던 외부 전문가(노무사·변호사 등)가 자문의 연장선에서 직장내 괴롭힘 조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직장내 괴롭힘에 사용자가 일정 정도 개입했거나 실질적으로 사용자가 가해자인 경우, 피해자와 사용자의 관계가 상호 적대적인 경우, 직장내 괴롭힘 조사의 결론이 피해자에게 유리하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직장내 괴롭힘 조사가 객관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조사 주체를 정함에 있어, 피해자의 의견이 필수적으로 반영돼야 한다. 예를 들어 조사위원을 복수로 두되 피해자가 정한 조사위원이 포함되도록 하거나, 외부 위탁시에는 최근 수년 내 해당 사용자를 대리하거나 자문한 적이 없는 전문가로서 피해자가 선임에 동의하는 자 또는 기관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어떨까. 처음부터 또는 사용자의 조사가 미진한 경우 2차적으로 노동위원회가 직장내 괴롭힘 조사 및 구제를 담당하도록 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사건 ‘가’는 피해자의 반발로 직장내 괴롭힘 조사가 중단됐고, 사건 ‘나’는 징계받은 피해자가 우선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기로 하고, 피해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를 이유로 사용자를 형사 고소할지 고민하고 있다. 애초에 피해자의 의견을 들어 조사 주체를 선정하고 객관적으로 조사를 했다면 피해자의 수용성도 높이고, 2차 분쟁으로 나아가지 않을 수도 있었던 사건이다.
막연히 객관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선언하는 것만으로는 객관적 조사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니, 우선적으로는 직장내 괴롭힘을 조사하는 주체(조사기관)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법·제도적 보완이 있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