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13~14일 후보자 등록을 마쳤고, 15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대통령이 되면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지 비전과 방법을 내놓아야 할 때다. 그러나 각종 네거티브와 포퓰리즘, 차별·혐오·선동적인 발언이 뉴스를 도배하고 있다. 갈등을 해결해야 할 정치가 오히려 갈등을 키우는 꼴이다.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비정규직 규모는 902만명이었다. 2020년에 비해 53만8천명(6.34%) 증가했다. 2001년 조사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전체 임금노동자 중 비정규직의 비율은 43%에 달했다. 코로나19 시기, 비정규 노동자는 임금이 깎이고 해고됐다. 그러나 사회안전망은 이들을 외면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는데도 여전히 안타까운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 디지털 전환과 기후위기 대응에 맞물려 산업구조가 급변하면서 수많은 노동자가 직장 밖으로 내몰렸다.
더는 비정규직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 이에 한국비정규노동센터를 비롯한 8개 학술·사회단체가 주요 4개 정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정의당·국민의당) 대선후보들에게 비정규직 정책 질의서를 전달했다. 총 30개 문항에 대해 찬성·유보·반대 입장을 물었다. 이재명·윤석열·심상정 후보가 답변을 보내왔고, 안철수 후보는 끝내 답변이 없었다. 답변 결과를 간추려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가장 높은 의지를 보인 후보는 심상정 후보였다. 30개 문항에 모두 찬성했다. 다음은 이재명 후보로 찬성 20개, 유보 10개였다. 유보를 표명한 답변을 보면 정책의 방향성에는 동의하나 신중한 접근, 단계적인 방식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윤석열 후보의 답변은 찬성 13개, 유보 5개, 반대 12개였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의지가 가장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민주당은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생활임금제도 근거조항 신설에 찬성했으나, 이번 답변에서는 유보로 후퇴했다. 국민의힘은 2016년 총선 때와 비교해 일부 문항에서 친노동적 입장으로 선회했다. 상시적 업무 직접고용 정규직 채용,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 처우 금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개념 정의 확대는 반대에서 유보로 변했다. 차별시정 신청권자 범위 확대는 반대에서 찬성으로 바뀌었다. 정의당은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때부터 일관되게 모든 비정규직 문제 대안에 찬성했다.
30개 문항은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바로 △비정규직 규모 문제 △비정규직 차별처우 문제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 △특수고용(플랫폼노동 포함) 비정규직 문제 △초단시간 노동 문제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 △고용보험 등 사회안전망 △임금 등 물질적 보상 차별 △노동시간제 개선 문제다. 문항 유형에서 엿볼 수 있듯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의 절대적 규모를 줄이고 비정규직 차별처우를 극복해 정규직-비정규직의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각 고용형태별로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안전망을 확대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세 후보는 30개 문항 중 13개에 공통으로 찬성했다. 누가 대통령이 돼도 실현 가능성이 높은 정책들이다. 크게 “비정규직 차별처우를 완화하고 정규직-비정규직 임금 등 노동조건 격차를 줄이고 비정규직 사용 인센티브를 축소하는 접근법”과 “심각한 사용자의 저항이나 노사 간 이해관계 충돌 없이 비정규직을 포함한 모든 노동자들에게 사회안전망을 제공하는 노동자 보호 정책”으로 나눌 수 있다. 최소 이 13개만큼은 반드시 도입됐으면 한다.
나열하자면 ① 생명·안전 관련 업무 직접고용 정규직 채용 ② 도급과 파견 구분 법제화 ③ 위험의 외주화 금지 확대 ④ 원·하청 공동노사협의회 개최 ⑤ 초기업 교섭 확대 ⑥ 차별시정 신청권자 범위 확대 ⑦ 초단시간 노동자 차별처우 법규정 폐지 ⑧ 전 국민 고용보험제, ⑨ 성별·고용형태별 임금공시제 도입 ⑩ 근로일 사이 연속 11시간 휴식시간 보장 의무화 ⑪ 전 국민 상병수당 도입 ⑫ 고용불안정수당 지급 ⑬ 공공부문의 좋은 일자리 창출이다.
20대 대선후보 비정규직 정책 질의 결과 전체 내용은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홈페이지(workingvoice.net/xe/)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ilecdw@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