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노동자 조직화와 단결력 강화가 중산층 증가, 사람을 우선시하는 경제 건설 및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믿는다.”
지난 7일 ‘노동자 조직화와 단결력에 대한 백악관 태스크포스’(백안관TF)가 발표한 보고서의 첫 문장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대선 시기에 모든 노동자에게 노조할 권리 보장을 위한 노동법 개정을 과제로 제시한 미국노총의 요구를 공약에 포함시켰다. 이를 구체화한 ‘노조할 권리 보호법’(Protecting the Right to Organize Act), 이른바 ‘프로 액트’(Pro Act)를 의회에 발의했다. 또 20여개 정부기관이 참여하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백악관TF를 구성해 해리스 부통령에게 의장을 맡겼다.
백악관TF는 노동자 조직화, 단체교섭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부기관의 정책 및 관행을 파악하고 법 개정 없이도 행정부가 계발할 수 있는 노조 조직화 지원 정책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예를 들면 이번 보고서에는 연방정부와 위탁계약을 맺은 업체에서 노동자 조직화를 방해하는 요인들을 개선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미국은 설립신고제가 없어 노조를 조직하거나 가입하는 것은 자유지만, 노조가 단체교섭권을 가지려면 해당 교섭단위의 노동자 과반수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이 과정에 사용자가 노조가입을 반대하는 설득행위를 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된 부당노동행위는 아니다.
미국의 많은 사용자들이 이런 반노조 캠페인을 하기 위해 노조파괴 전문가나 법률사무소와 자문계약을 맺고 노동자들에 대한 면담, 사내 언론 등을 압박의 수단으로 활용한다. 이런 반노조 캠페인은 불법, 편법도 마다하지 않는다. 미국 경제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16~2017년 치러진 교섭대표노조 승인투표 중 41.5%에서 사용자가 불법을 저질렀고, 노조파괴 컨설팅에 연간 3억4천만달러를 쏟아부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백악관TF 보고서는 연방정부와 계약을 맺은 업체가 노조파괴 컨설팅을 활용하는 경우 언제든지 그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고 부당노동행위 여부를 감독하도록 권고했다. 또한 연방정부의 사업장에 노조 조직가가 출입해 노조가입을 권유하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데, 연방정부와 계약을 맺은 업체 소속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일하는 사업장에서도 조합활동권을 보장할 것을 권고했다.
미국 노동부는 이번 보고서에 관한 보도자료에서 노동자들이 자신의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에 관해 잘 알 수 있도록 하고 부당노동행위를 당한 노동자를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사용자의 반노조 캠페인에 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감독하고 노조와 단체교섭에 관한 정보센터를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여기에 노동부 장관은 “단체교섭권 보장은 경제 전반적으로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의 핵심 요소”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대선을 한 달 앞두고 연일 주요 후보들의 ‘공약’이 보도되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에도 믿음이 가지 않는 요즈음이다. 국민의 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에 대한 진지한 공약은 찾아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심지어 ‘적폐세력 민주노총 척결’이란 위헌적 노동혐오 발언마저 거침없이 쏟아진다. ‘촛불 정부’ ‘노동존중 정부’를 내걸었던 문재인 정권은 임기 동안 노조할 권리와 단체교섭권을 보장할 수 있는 정책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용노동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원청과의 단체교섭권을 인정한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은 현행 판례와 배치된다”는 식의 견강부회를 늘어놓기도 했다.
문재인 정권이 왜 노동기본권 보장에 이토록 소극적 내지 적대적이었는지에 대한 평가 없이는 주요 후보들의 노동공약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과 ‘진보’정당이 다수를 점했던 국회에서 왜,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와 단체교섭권 보장을 위한 법안은 논의 테이블조차 올라가지 못했는가에 대한 평가 없이는 진보진영의 대선 요구가 공허할 수밖에 없다. ‘촛불 정부’에서 민주노조운동은 노조할 권리 보장, 모든 노동자의 노동조합이 되기 위해 어떤 진지한 노력을 했는가에 대한 성찰 없이는 아무것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노동권 연구활동가 (laboryun@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