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해고 서면통지에 해고 사유가 축약돼 있거나 분명하지 않더라도 해고 대상자가 충분히 대응하지 못할 정도가 아니라면 위법하지 않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전직 사립고 기간제 교사 A씨가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2015년부터 근무한 A씨는 학생들에게 신체 접촉 등 부적절한 행동과 외모 지적을 일삼았다는 이유로 2018년 해고됐다. A씨의 행동과 관련한 학부모 항의에 학교는 같은해 6월 성희롱고충심의위원회를 열었다. 이후 학생 300명 중 40여명은 무기명 설문조사에서 신체접촉 경험을 언급했다.

학교는 조사 결과와 관계없이 A씨와의 근로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정했다. 해고 통지서에는 ‘담당 학생들에 대한 부적절한 신체 접촉 및 발언으로 다수의 학생이 불쾌감이나 수치심을 느꼈다’는 내용이 담겼다.

A씨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이어 중노위도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기각하자 2019년 소송을 냈다. 1·2심은 “(통지서에) 해고 사유가 되는 구체적인 비위 행위가 적혀 있지 않아 A씨가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으므로 근로기준법상 해고 사유에 대한 서면통지 의무를 위반했다”며 A씨의 해고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통지서에 A씨의 해고 사유를 이루는 개개 행위의 범주에 다소 불분명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때문에 A씨가 이 사건 해고에 대해 충분히 대응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서면으로 통지된 해고 사유가 축약되거나 다소 불분명하더라도 징계 절차의 소명 과정이나 해고의 정당성을 다투는 국면을 통해 구체화해 확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해고 사유의 서면통지 과정에서 그와 같은 수준의 특정을 요구할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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