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수빈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 광주사무소)

오늘도 현장의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조합 활동과 쟁의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업무방해·주거침입·명예훼손·손괴 등 각종 형사처벌 위험에 노출돼 있다. 자본과 권력이 사회통제 명목으로 형법을 휘둘러 노동자들의 입을 막고 침묵을 종용한다. 법 적용이 정의롭기는 어려울지언정 편향돼선 안 될 터, 자본의 반(反)노동조합적 행동은 어떤 제재를 받을까.

부당노동행위와 그 실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노동 3권을 침해하는 행위들 가운데 불이익취급, 단체교섭 거부, 지배개입(81조 각호)의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처벌규정을 두고 있다. 이는 여러 맹랑한 반노조적 행위들 가운데 노동 3권을 심대하게 훼손할 것으로 예상되는 몇 가지 유형에 대한 법적 제재로, 노동 3권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최소한이다. 사법적 구제도 가능하지만 국가기관인 노동위원회에 직권조사 권한을 부여해 전문성 있는 신속한 구제를 도모한다. 이로써 이제 노동조합은 최소한이지만 유효한 보호를 받게 됐을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하다. 2020년 중앙노동위원회에서 15.3%만이, 지방노동위원회에서는 10.2%만이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됐다. (검찰의 2020년 형사사건 기소율이 29.9%고 과거 사례에 비추어 볼 때 노조법 위반으로 기소하는 비율은 그보다 낮은 점, 노조법에는 노동조합에 대한 처벌규정이 더욱 많은 점을 고려하면 부당노동행위 기소율은 매우 저조할 것이 명백하고, 실제 부당노동행위 인정률은 형편없게 된다.)

여기 광주·전남지역에 협동조합을 표방하는 한 단체가 있다. 이 단체는 △소속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하려고 하자 조합원에 대해 해고·전환배치·정직의 징계를 자행했고,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부당하다고 판정했다. 이 협동조합은 개별 조합원에 대해 명예훼손·사기·횡령 등으로 고소했고 검찰은 무혐의 처분했다. 노조의 집회를 막기 위해 미리 집회신고를, 나아가 집회금지 및 위반시 회당 100만원의 가처분 신청을 했고 정당한 집회를 막아 달라는 가처분은 당연히 기각됐다. 이에 그치지 않고 조합원들이 담당하는 업무를 외주화하고 해고와 다름없는 전직을 강요했다.

자본이 명백히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조합원들에게 불이익을 부과했고, 조합원수가 반절 이하로 위축되는 결과가 발생했는데도, 노동위는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하지 않았다. 노동조합이 자본의 부당노동행위 의사를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당노동행위 의사, 노조가 입증하라니

‘부당노동행위 의사’는 사실상 부당노동행위 인정 여부를 가르는 핵심 키다. 부당노동행위는 개념필수적으로 밀행성을 띠는데, ‘부당노동행위를 할 의사가 있었다’는 점에 대한 입증책임이 노측에 있기 때문이다.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노조법이 형사처벌 규정을 두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부당노동행위 제도는 그 존부부터 구체적 내용까지 전 세계적·일반적 제도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몇 가지 유형을 노동 3권을 저해하는 부당노동행위로 설정하고 이에 대한 처벌을 규정한 것은 “우리 사회가 부당노동행위를 반사회적인 질서위반 행위로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당노동행위는 자본의 노동조합에 대한 범죄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 사법체계상 의문 지점이 있다. 첫째, 범죄를 수사하고 밝힐 의무는 국가에 있음에도 노동위는 노측의 입증책임을 경감한다는 취지로 현장조사 및 자료제출 요구를 운용하는바, 조사책임을 전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국가가 시혜적·조력적 태도를 보이는 지점이다. (그나마의 제도조차도 제대로 운용하지 않고 있다. 2019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중앙노동위원회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최근 5년간 현장조사는 중노위 7.8%, 지노위 6.3%에 불과했다. 자료제출 요구도 20% 내외를 기록했다. 당시 5년간 현장조사를 단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은 지노위도 있었다.) 둘째, 형사의 ‘고의’는 확정적 고의뿐 아니라 미필적 고의(범죄 결과 발생의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용인하는 경우)도 포함하는데, 부당노동행위 의사에 관해서는 노측에 확정적인 의사를 입증할 것을 요구하는 점이다.

노동위의 직권조사 책임을 강화하는 기술적인 방법들-법원이 노동위에 적극적인 직권조사재명령을 하는 방식, 문서제출명령제도와 유사하게 노동위에서 제출을 거부한 서류·진술을 거부한 사람은 법원에서 채택하지 않는 방식, 입증의 정도를 완화하는 방식 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부당노동행위는 자본이 노동조합에 저지른 범죄인 점을 잊지 말자. 노동위가 자신의 직권조사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고, 법원이 이처럼 노동조합에게 불리하게 진행된 사건을 그대로 인용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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