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재하중을 초과하는 철근 인양 작업 지시로 이동식 크레인이 전도되면서 노동자에게 골절상을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건설회사와 현장소장이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또다시 양형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처벌이 내려졌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적재하중 초과’ 철근 운반에 크레인 전도
기존 작업계획서와 다른 작업 지시 원인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종합건설업체 A사 현장소장 B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함께 기소된 A사는 벌금 200만원이 확정됐다.
A사는 2018년 11월 경기도 용인의 주택 신축공사를 도급받아 시공했다. 그런데 한 달 뒤 안전보건 책임자인 B씨는 현장 작업자 C(33)씨에게 16톤급 이동식 크레인을 운전해 적재하중을 초과하는 2톤 무게의 철근을 이동하는 작업을 지시했다.
이는 애초 25톤급 크레인을 사용해 작업한다는 내용의 작업계획서와 다른 것이었다. 16톤급 크레인은 철근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전도돼 C씨가 크레인에서 추락했다. 이 사고로 C씨는 약 6주간 치료를 요하는 골절상을 입었다.
검찰은 사업주의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고 A사와 B씨를 재판에 넘겼다. 옛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중량물의 취급 작업을 하는 경우 근로자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그 계획에 따라 작업을 하도록 해야 한다. C씨는 “2톤의 철근을 인양하는 작업이 위험하다는 점을 알렸는데도 B씨가 작업을 강행하도록 했다”고 진술했다.
1심은 안전조치의무 위반 모두 ‘무죄’
대법원 “최소한 안전조치의무 미이행”
1심은 적재하중 초과사용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B씨의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를 모두 무죄로 판단해 A사와 B씨에게 각각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B씨가 적재하중을 넘는 하중을 걸어서 크레인을 사용하도록 지시했다는 점을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B씨가 크레인의 제원표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C씨의 말을 믿고 2톤의 철근을 인양하도록 지시했다고 봤다.
A사와 B씨는 1심의 벌금 50만원이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2심은 1심을 뒤집고 업무상 과실을 인정해 B씨와 A사에 각각 벌금 300만원과 200만원을 선고했다. ‘양중능력’에 미달하는 크레인을 사용하는데도 새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은 점이 작용했다. 특히 크레인의 적재하중을 파악하기 위해 제원표를 확인하는 등 최소한의 안전조치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도 2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A사와 B씨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B씨가 크레인의 적재하중을 초과할 수 있음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는데도 제원표를 확인하는 등의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인양이 가능하다는 피해자 등의 말만 믿고서 작업을 지시했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형량은 지난해 7월 시행된 대법원의 과실치사상·산업안전보건범죄 양형기준의 감경영역에도 한참 미치지 못한다. B씨에게 적용된 업무상과실치상 혐의에 대한 감경형량은 징역 6월이기 때문이다.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에 대한 감경형량도 4~8월이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검사의 구형량이 기본적으로 낮기 때문에 법원 형량도 미약할 수밖에 없다”며 “노동안전과 산재에 전문성이 있는 검사를 일선에 적극 기용해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