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이 불발하면서 정부와 산업은행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노동계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민간 재매각 추진에 반대입장을 명확히 했다.
재벌특혜 대우조선매각 저지 전국대책위원회와 참여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가 17일 오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적자금 투입, 구조조정, 특혜 매각의 악순환 고리를 이제 끊어 내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전국대책위는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회변혁노동자당 등 노동·시민·정치단체로 구성돼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3일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승인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두 기업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량이 전체 시장의 절반을 넘어 독과점으로 이어지고 선가가 인상되는 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EU를 포함해 국외 경쟁당국 6곳의 승인을 전제로 추진되던 인수합병은 무산됐다.
양동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한 문재인 정부의 조선산업 정책 실패를 확인한 것”이라며 “조선산업에 관련된 시민·사회단체, 노동계와 함께 공론화 작업에 착수할 것을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 부위원장은 “세계 1위 국가 기간산업인 조선산업을 살리겠다는 큰 그림 아래서 산업정책을 재수립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윤장혁 금속노조 위원장은 “정부가 현 사태에 대한 올바른 대책을 수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까지 정책적 책임이 있는 산업은행 회장을 퇴출시키지 않으면 대우조선해양의 새로운 활로를 개척할 수 없다”며 “현대중공업 기업결합과 관련한 책임자를 추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이달 20일 산업은행 앞에서 이동걸 회장 퇴출을 요구하는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한국 조선산업은 수많은 노동자가 피와 땀을 흘려 국가 경제발전을 이끌어 온 국가 기간산업”이라며 “일하는 시민, 지역주민, 노조 등 이해당사자가 동등한 의사결정권을 갖고 협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는 EU집행위의 기업결합심사 승인 불허 사실이 알려진 직후 관계부처 합동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재매각 추진을 시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