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5명 미만 사업장 차별을 없애기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결국 임시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2022년 1월10일자 매일노동뉴스). 5명 미만 사업장 근로자까지 근로기준법을 전면적으로 적용하기 위한 입법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뉴스였다. ‘노동 없는 대선’이라더니 정말 그런가 보다. 쪽수로 치자면 노동자표가 당락을 좌우할 정도일 텐데 무시해도 될 만큼 별 영양가 없다고 보는 것이겠다. ‘이대남’(20대 남성)을 만나서는 그들을 위한다는 정책을 말하고, ‘이대녀’(20대 여성)를 만나서는 그들을 위한 공약을 발표하는 등으로 날마다 표가 될 수 있다면 이랬다 저랬다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 행동하는 여야의 주요 대선후보들과 그들의 소속된 정당들은 오늘 이렇게 근로기준법을 5명 미만 사업장 근로자에게 적용하기 위한 입법 추진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재명·윤석열 후보가 속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의원수가 얼마인데 그들이 관심만 보인다면 당장에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것이 분명하다. 거기까지는 기대하지 않더라도 상대적으로 친노동이라 자청하는 집권 여당의 후보와 당의 의지만으로도 과반수의석을 차지하고 있으니 이번 임시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초될 위기에 처할 리가 없다. 의지만 있다면 할 수 있는 것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할 의지가 없다는 걸 보여준다. 오늘 노동자를 위한다는 그들의 말은 노동자를 위하는 행동할 의지 없이 표를 위해서 하는 말일 뿐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이렇게 매일노동뉴스의 기사를 읽고 나서 보니 또 다른 뉴스 기사가 있었다.
2. “5명 미만 사업장 근기법 확대, 반드시 하겠다”는 제목으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인터뷰한 기사였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모든 사업장에 근기법 조항을 모두 적용하는 강은미 정의당 의원안 처리를 촉구’하고 있는 데 대해 이수진 의원은 그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게 맞다”며 “5명 미만 사업장 논의는 반드시 해야 하고, 꼭 할 것이라고 말씀드린다”고 말하고 있었다.
5명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확대, 적용하는 방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할 자가 있을까. 아무리 사용자 자본의 편을 드는 국민의힘 아무개 의원이라고 해도 그 방향에도 동의하지 않는다고는 말하지 않을 것이다. 최저임금제와 주 52시간제에 부정적인 의견을 밝힌 국민의힘 대선후보 윤석열일지라도 그 방향만큼은 동의한다고 말할 것이 틀림없다. 다만 기업의 지불 여력 등 현실을 고려해서 해야 한다고 덧붙여서 말할 것이다. 방향으로는 사용자 자본을 위하는 자들이라도 얼마든지 동의한다고 말할 수가 있다. 오직 방향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을 통해서만 노동자를 위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반드시 하겠다’는 말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의지가 없다는 말로 나는 읽게 된다. 당장 5명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입법을 추진할 의지가 없다는 변명의 말로 나는 읽게 된다. “언젠간 가겠지 청춘….” 빌어먹을 청춘가라도 빌려와 ‘언젠간 하겠지 입법…’이라고 내가 한탄의 노래를 불러야 한단 말인가. 실낱같은 기대도 남기지 않는 인터뷰였다. 제목에 ‘혹시나’로 시작했던 것이 ‘역시나’로 읽게 됐던 의원의 인터뷰였다.
3. 뭐 대단한 입법도 아니다. 이 세상에서 새로운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법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 아니다. 따지고 보면, 노동자의 권리로 보장돼 있는 것을 노동자에게 적용시켜 달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 나라 대한민국에서는 이렇게 어렵다.
근로기준법은 국가가, 노동자가 근로조건의 최저기준을 보장하기 위한 법이다. 사용자와 개별적으로 근로계약 체결을 통해서, 노동조합을 통해서 교섭과 투쟁으로 단체협약 체결을 통해서 대등하게 협상해서 근로조건을 정할 수 없는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국가가 그 최저기준을 정해 노동자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 근로기준법인 것이다. 그러니 사용자와의 개별적인 근로계약 체결을 통해서, 노조를 통한 단체협약 체결을 통해서 근로조건의 최저기준을 보장받을 수 없는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근로기준법 등 노동자권리에 관한 노동법이 존재한다. 한마디로 근로기준법은 열악한 처지에 있는 노동자를 위해 존재해야 하는 법인 것이다. 대기업 등 대규모 사업장에서 노조를 통해서 체결한 단체협약으로 우월하게 노동자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면 굳이 그보다 낮은 최저기준으로 정한 근로기준법이 적용될 필요가 없다. 그렇지 않고 중소·영세 사업장이라서 그러한 권리를 보장받을 수가 없는 노동자에게는 최저 근로조건을 권리로 보장하기 위해서 근로기준법이 적용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최저기준의 근로조건이 보장되지 않는 열악한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근로기준법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법의 존재의의로 볼 때 무엇보다도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에게 우선 적용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만약 단계적으로 적용하기로 정한다면, 이처럼 열악한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부터 순차적으로 적용해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나라에서는 아니었다. 오히려 정반대였다. 열악한 노동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더 우월한 처지에 있는 노동자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법은 단계적으로, 우선적으로 적용돼 왔다. 대표적으로 주 40시간 법정근로시간에 관한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에서도, 주52시간제에 관한 개정 근로기준법에서도, 그리고 정년연장에 관한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에서도 그랬다. 그리고 이런 이 나라에서 5명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적용을 둘러싸고 오늘도 단계적으로 적용하겠다며, 언젠간 반드시 적용하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4. 근로기준법 11조1항에서 “이 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고 정하고, 2항에서 “상시 4명 이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법 일부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통령령인 근로기준법 시행규칙에서 그 적용 대상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는데, 5명 미만 사업장에서는 △해고 제한(23조1항) △부당해고 구제신청(28조) △근로시간(50조) △연장근로 제한(53조) △대체휴일(55조2항)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수당(56조) △연차유급휴가(60조) △직장내 괴롭힘의 금지(76조의2) 등 조항은 적용되지 않고 있다. 그야말로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도 얼마든지 해고할 수가 있고, 주 52시간 제한 없이 잔업·특근을 시킬 수가 있을 뿐만 아니라 통상임금에 50%를 가산 지급하지 않고서 잔업·특근으로 사용자가 사용할 수 있으며, 연차휴가도 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니 사용자에겐 좋지만 그 노동자에겐 이보다 나쁜 법은 없다 할 것이다. 한마디로 이 나라에서 근로기준법은 열악한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자신의 존재이유를 부정한 채 서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나라에서 근로기준법은 노동자를 위한 법이라고 대접을 받아 왔다. 50년 전 전태일 열사가 자신의 몸을 불사르면서 외쳤던 말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였다. 열사가 사용자와 국가권력을 상대로 해서 지키라고 외치며 몸을 사를 정도로 대단한 대접을 받았던 것이다. 그런데 열사가 50년이 지난 오늘 이 나라의 법현실을 보고서도 근로기준법을 준수하고 외칠 것인가. 나는 열사가 오늘도 그럴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하겠다. 사용자의 해고를 제한하지 않는 법에 대해, 잔업·특근으로 장시간 노동을 제한하지 않는 법에 대해 분노하지 않고 그저 그런 법을 준수하라만 외칠 것이라고 나는 믿지 않는다. 열사가 그토록 사랑했던 청계천 평화시장 노동자들 중 많은 이들이 5명 미만의 영세사업장에 종사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를 무시한 채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칠 열사는 아니라고 나는 믿는다. 오히려 근로기준법은 전태일 열사가 그토록 사랑했던 노동자를 위해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분노할 것을 믿는다. 그리고 당장 입법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는 자들의 ‘반드시 하겠다’는 말에 분노할 것이라 나는 믿는다. 이 나라에서 근로기준법은 열악한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라고 대접해서는 안 된다. 5명 미만 영세사업장 노동자에 대해 사용자가 해고 제한 없이 사용하고 장시간 노동으로 부려먹을 수 있게 보장하는, 빌어먹을 법으로 우리는 취급해야 한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전혀 일도 바뀔거 같지 않네요...
근로자 기준 5명 이상은
프리랜서랑 알바도 포함되는건가요 ?
근로기준법이 두리뭉실하지 않고 상세하게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불법이면 어떤처벌이 따르는지도 ... 상세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