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지구촌 노동계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분주한 한해를 보냈다.

자본의 세계화가 가속화될수록 노동자들도 이에 저항하기 위한 활발한 국제연대 움직임을 보였다. 또한 9월11일 미국에 가해진 테러는 노동계에도 테러반대냐 전쟁반대냐는 논쟁을 가져왔으며 아프리카에서는 AIDS로부터 노동자들을 지키기 위한 힘겨운 노력이 계속됐다.


경기침체에 따른 전세계적인 인력감축 한파는 노동자들의 마음을 얼어붙게 했으며 대우차 노동자에 대한 경찰폭력, 단병호 위원장 재구속 등 한국발 소식도 지구촌 노동계의 분노를 모았다.

한편 ICFTU(국제자유노련)도 가이 라이더를 신임사무총장으로 선임하고 전세계적인 노동탄압에 맞선 새로운 활동을 예고하고 있다. 다사다난 했던 지구촌 노동계를 돌아봤다.

■ 전세계에 몰아친 인력감축 한파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인력감축한파는 올 한해 동안 전세계 노동자들의 마음을 얼어붙게 했다. 특히 올해가 시작되면서 미국기업을 시작으로 인력감축계획의 발표가 잇따랐다. 미국의 통신장비 제조업체 루슨트 테크놀로지는 전 근로자의 13%인 1만6,000여명을, 전자제품 제조업체인 월풀은 6천명을 줄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GM도 판매부진 등을 이유로 1만5천개의 일자리를 삭감했다. 석유업체 엑슨 모빌도 1만6,000여명을 발표했으며 JP 모건 체이스 은행도 5,000여명을 감원했다.

다임러크라이슬러가 미국 현지 인원을 3년에 걸쳐 2만6천명 감원할 것이라고 발표했으며 이 계획의 3/4가 올해 이뤄졌다. 사무기기 제조업체인 제록스사도 전체 인력의 11%에 해당하는 1만여명을 감원하는 등 전산업에 걸쳐 감원한파가 몰아쳤다.

특히 미국테러사태의 여파로 항공업계를 중심으로 하반기 잇따른 고용감축 계획이 발표됐으며 이는 전세계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경기침체와 함께 내년도 고용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이같은 여파로 세계경제의 지표가 되고 있는 미국의 11월 실업률이 6년만에 최고치인 5.7%를 기록하기도 했으며 이같은 실업율 상승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국경을 넘어선 연대활동의 강화

자본의 세계화가 가속화되면서 이에 맞선 노동자들의 국제적 연대투쟁에 대한 중요성도 올 한해 강화돼 왔다.

특히 IMF(국제금속노련)는 공장이전 등을 통해 한나라의 노동운동을 무력화시키려는 다국적 기업의 횡포를 막기 위해 지난 11월14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세계 총회에서 연대파업(Sympathy Strike)에 대한 결의문을 채택했다. IMF는 결의문에서 "국제적 단결이 사회적, 경제적 평등과 인간적 권리를 위한 노동자들의 투쟁에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다국적기업이 노동자들의 권리가 보호받지 못하는 지역과 국가를 자유로이 움직이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IMF는 국제노동운동차원에서 연대파업의 인정을 위한 운동을 전개하기로 했으며 ICFTU(국제자유노련)과 공동으로 ILO의 기본적 노동권에 국경을 넘는 연대파업의 권리를 포함하도록 강제할 것이라고 결의했다. 또한 IMF의 모든 회원조직들이 연대파업의 권리를 노동법에 포함시키기 위한 법개정운동을 전개하고 다국적기업의 노조들도 연대파업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영국 복스홀 자동차 공장을 폐쇄하려는 GM의 계획에 맞서 올해 초에는 ETUC(유럽노조총연맹)과 IMF가 전유럽에서 공동파업을 전개했으며 유럽각지의 GM 공장과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이에 참여했다. 또한 남아공 다임러크라이슬러 노동자들의 파업에 회사가 공장을 독일로 이전하려고 하자 독일 공장평의회에서 공장이전을 거부하기로 결정한 것도 남아공 노동자들의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 국제노동조합네트워크(UNI) 첫 세계 총회

지난 해 1월 국제상업사무전문노련(FIET), 국제정보통신노련(CI), 국제언론노련(MEI), 국제디자인노련(IGF) 등 4개의 국제노동단체가 통합하면서 탄생한 세계 최대의 노동자 연대기구, 국제노동조합네트워크(Union network International, UNI)'가 지난 9월9일 독일 베를린에서 첫 총회를 열었다.

UNI는 총회를 통해 "세계화에 대항한 노동자들의 국제적인 공동대응이 필요하다"며 노동자들의 권리 확보를 위한 국제적 활동에 나서기로 했다. 또한 핀란드의 여성 노조지도자 마이-렌 레말가 신임의장으로 선출됐으며 총회기간 중 베를린 한국대사관 앞에서 한국의 구속노동자 석방을 위한 시위가 전개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한국노총의 금융노조, 체신노조, 정보통신노련과 민주노총의 공공연맹, 사무금융노조, 보건의료노조, 대학노조, 민간서비스연맹, KBS노조 등 9개 조직 38만조합원이 UNI에 가입해 있다.

■ 11월9일 국제노조 행동의 날

지난 11월9일 페르시아만의 작은 소국 카타르에서는 뉴라운드출범을 논의하기 위한 WTO 각료회의가 열렸으며 같은 시각 세계곳곳에서는 노동자들이 자본의 세계화에 대항해 '민중과 노동자들 위한 세계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전개했다.

국제노동운동을 이끌고 있는 두 조직, 국제자유노련(ICFTU)과 세계노동연맹(WCL)은 9일을 '공동행동의 날(Global Unions Day of Action)'로 정하고 전세계 회원조직들에게 세계화 반대 시위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두조직은 공동성명서를 통해 △세계 무역협정에 ILO의 노동기준 포함 △WTO에 ILO 참여 보장 △WTO의 사회, 노동, 성(gender), 환경, 개발 등과 관련한 의제에 노조와 NGO들의 참여 보장 등을 촉구했다. 이에 따라 스페인, 이탈리아, 러시아, 일본, 미국, 홍콩, 인도, 나이지리아, 브라질 등에서 항의시위가 벌어졌으며 한국에서도 남반구노조연대 서울대회를 위해 방한중인 외국 노조관계자들과 함께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세계화 반대 집회가 개최됐다.

■ 9.11테러와 미국의 보복전쟁

9.11테러와 미국의 보복전쟁은 노동계에도 커다란 충격이었다.

테러이후 미국의 AFL-CIO는 즉각 전세계 노조에 테러리즘이 "미국의 노동형제들을 공격했다"며 분노와 슬픔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또한 이탈리아의 노총들, 브라질의 CUT, 남아공의 COSATU, 한국노총 등 각국의 노총도 '미국노동형제들의 슬픔에 대한 위로의 편지'를 보냈으며 국제노동단체들에서도 잇따라 테러리즘을 반대하는 성명서가 발표됐다.

그러나 미국의 보복전쟁이 본격화되면서 이같은 움직임은 이슬람국가 노조들과 좌파성향의 노조들의 이견에 부딪히면서 테러리즘 비난 성명의 채택이냐 전쟁반대 성명의 채택이냐를 놓고 갈등을 보이기도 했다. 제3세계노조들의 연대기구인 SIGTUR(남반구노조연대회의)는 서울대회에서 전쟁반대 성명서를 채택했으며 11월에 열린 IMF(국제금속노련) 총회에서는 반테러 성명서 채택여부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IMF 총회에서는 전쟁반대 성명 채택에 대한 한국의 금속산업연맹, 브라질과 남아공의 금속노조들의 요구에 따라 국제기구 총회에서는 이례적으로 두 성명서를 놓고 논의가 진행되기도 했다. 결국 반테러 성명서가 채택됐으나 이같은 시도는 제3세계 노동운동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음을 증명하는 사건이기도 했다.

■ AIDS로부터 노동자들을 보호하라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AIDS는 국제노동계에도 주요한 이슈가 됐다. 지난 해 남아공 총회에서 천명한 대로 ICFTU는 올 한해 지속적인 AIDS 퇴치운동을 전개했으며 COSATU 등 아프리카노조들과 ICFTU의 아프리카지역조직인 AFRO는 아프리카 대륙 전역에서 AIDS와 전쟁을 벌였다.

현재 약 2,300만 노동자들이 AIDS에 걸렸으며 이 중 2/3이 아프리카 노동자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AIDS는 또한 빠른 속도로 다른 대륙으로 번져가고 있으며 매년 수백만명이 죽어가고 있다. 특히 AIDS 보균자라는 이유로 수많은 노동자들이 작업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아예 일터에서 쫓겨나고 있다. 더구나 사회적 조직망이 약한 아프리카에서 노조들은 다국적 제약회사의 횡포와 사회적 멸시에 맞서 노동자들을 보호하고 AIDS의 확산을 막을 유일한 조직으로 인식되고 있다.

아프리카의 노동조직들은 작업장에서 사용자들과 공동으로 노동자들에게 AIDS의 효과적인 예방법을 교육을 실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이같은 교육을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을 위한 사회적 보호망으로 확산기키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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